밀레니엄 파크와 광화문 광장

박정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09.08.07 10:22:10

  클라우드 게이트  

 처음에는, 시카고를 함께 여행하던 아이들이 왜 그렇게 밀레니엄 파크에 집착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조각 공원이라면 서울의 올림픽 공원도 있고, 여기저기서 흔히 봐 온 그렇고 그런 공원이 아닌가.
  그러나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스테인리스 구(球) 앞에서 나의 구상력(構想力)은 일순 기능이 정지되었다. 콩 모양을 닮아 ‘콩’(Bean)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는 110 톤 무게의 강철 조각품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구름의 문’). 구의 윗부분 4분의 3쯤에 시카고의 스카이라인과 하늘과 구름이 들어 있고, 모래 색의 밑 부분에는 뒤틀린 영상의 개미만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어안 렌즈처럼 양쪽 끝의 마천루들은 원의 중심을 향해 한껏 몸을 숙이고 있었다. 지구를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점성술사의 매직 유리알을 거대하게 확대해 놓은 것 같기도 했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하는 물건이고,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구름 문' cloud gate. 수은 방울 같은 문의 별명은 '콩알' 

110톤짜리 거대한 수은 방울

  어릴 때 깨진 온도계 밖으로 물방울처럼 도르르 굴러 나오던 수은 방울이 생각났다. 손으로 눌러도 흩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금속 빛깔 액체의 구(球) 상태를 유지하던 수은 방울. 그러나 매끈하고 부드러운 모양의 이 거대한 구(球)는 액체가 아니고 단단한 강철이 아닌가. 마술사의 유리구슬처럼 신비하게 보였던 경치는 곡면의 매끈한 강철 표면에 한껏 뒤틀리게 반사된 주변 경치와 관람자들의 모습이었다.   
  땅에 살짝 내려앉은 수은 방울처럼 매끈하게 광택이 나는 곡선의 구형은 거대한 주물(鑄物)같아 보인다. 콩의 아랫부분이 살짝 이지러진듯 동그랗게 윤기가 나는 이 구조물은 단 하나의 거푸집에서 꺼낸 주물만큼이나 곡선이 완벽하다. 그러나 높이 10m, 길이 20m, 폭 13m의 이 거대한 구조물을 어떻게 주물로 만든단 말인가? 나중에 알았지만, 실은 이것은 168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철판을 이어 붙여놓은 구조물이다.
  철판 조각들을 이어붙인 구조물이 이토록 완벽한 구형(球形)을 이룬다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철판의 이음새도 전혀 보이지 않고 마치 우리집 부엌의 스테인리스 주전자만큼이나 매끈하게 반들거리며 사물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 주변 스카일라인을 빨아들인 cloud gate

완벽한 레디 메이드

  인도계 영국 조각가 애니시 카푸어(Anish Kapoor, 1954~)의 작품인 클라우드 게이트는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가장 원시적인 수작업이 결합해 이루어낸 기적이다. 시카고 시가 전 세계에서 공모한 디자인 공모전의 당선작으로 카푸어의 조각이 선정되었을 때 수많은 기술자들은 이 조각의 건설과 유지에 난색을 표


▲ 영국 조각가 애니시 카푸어 Anish Kapoor.

명했다고 한다. 이 디자인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유명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여름과 겨울의 극심한 기온 차이로 여름에는 철 조각이 뜨거워 사람들의 손을 데게 할 것이고, 겨울에는 너무 차가워 손을 달라붙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낙서, 새똥, 손자국도 걱정되었다. 결국 제작진은 컴퓨터 모델링과 로봇에 의존하여 애니시 카푸어의 철학적인 작품을 가시적인 오브제로 구현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음의 가장 긴급한 문제는 표면을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완벽한 구형(球形)은 만들어냈지만 철판의 이음새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것을 하나의 단일한 물건으로 보이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푸어는 자신의 작품에서 서명과 제작의 흔적을 지우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는 소위 손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자신의 작품이 작가에 의해 창작된 물건이라기 보다는 애초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독립적인 사물로 보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클라우드 게이트도 이처럼 완벽한 레디-메이드로 보이게 하기 위해 구조물에서 모든 이음새를 없애주기를 원했다.
  이 작업은 결국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밀레니엄 파크가 개관하던 2004년에는 용접 자국이 그대로 보이는 채 공개되었으나 2년간 인부들이 직접 손으로 이음새를 문질러 닦아 거울 같은 표면을 만들어낸 후 2006년에 완벽한 형태로 정식 오픈되었다. 작품의 제작은 처음에 6백만 달러로 책정되었으나 최종적으로 2천3백만 달러가 들었다. 계약문에 따르면 이 조각은 천 년간 지속된다고 한다. 조각 아랫부분 1.8m는 하루에 두 번 수작업으로 닦고, 전체 조각은 1년에 두 번 액체 세정제로 닦는다.


▲ 2300만불짜리 도시의 거울 cloud gate. 용접 이음새는 2년간 손으로 닦아 없앴다. 

정신적 오브제가 된 물질성


▲ 오목형의 금속면에 비치는 영상들. 어디가 실재(實在)이고 어디가 영상인가?(cloud gate 내부)



  카푸어의 생각대로 매끈한 표면이 반사해주는 거대한 거울 효과가 관람자를 더욱 매혹시겼다. 이게 무슨 물건인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하며 관람자들은 클라우드 게이트의 주변을 빙 둘러 보기도 하고, 3.7m 높이의 아치 형 내부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작가가 ‘배꼽’이라고 이름붙인 이 내부는 천정이 요형(凹形)으로 움푹 파였고. 바닥을 제외한 벽면과 천정의 표면이 온통 매끈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뒤덮여 있다. 이 내부의 매끈한 표면 역시 곡선의 거울 효과를 내며 이미지를 뒤틀리게 또는 무수하게 증식시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뜨거운 한 낮 태양에 지친 관람자들에게 동굴 속처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도 한다.
  관광객들은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하늘과 구름, 그리고 자신들의 모습이 뒤틀리게 비쳐지는 독특한 반사성을 마치 테마 파크의 요술 거울처럼 재미있게 바라보고 사진으로 담고 있지만 이 반사 조각품에는 사실 카푸어의 철학적인 주제가 녹아 있다. 인도 출신이어서 힌두교, 불교 등의 정신적 배경을 갖고 있는 그는 땅-하늘, 물질-정신, 빛-어둠, 가시성-비가시성, 의식-무의식, 남성-여성, 육체-정신 등의 대립을 언제나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돌을 후벼파
▲ 카푸어의 다른 작품 'brighton festival time'. 숲속에 설치한 금속구(球)가 큰 물방울처럼 풍경을 비춘다. 

고, 스테인리스 조각의 내부를 요형(凹形)으로 깎아내는 작업을 통해 그는 단단함과 비어있음, 실재와 반사 등의 이원성에 대한 물음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가 도시 공간에 거대한 스케일의 조각을 만들어 주변의 경치와 사람을 반사시키는 작품을 즐겨 만드는 것도 이런 예술적 주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관람객의 이미지를 제대로 비춰 충실한 초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뒤틀리게 반사하여 왜곡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경계와 경계 없음의 한계를 흐릿하게 지워 버리거나, 비물질성 혹은 정신성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클라우드 게이트만 해도 110톤 짜리 철 구조물을 수은 방울처럼 가볍고 거의 무게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이 거대한 사물을 비물질화 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또 내부와 외부, 표면과 깊이, 의식과 무의식의 갈등을 야기하고, 이곳-피안, 동-서, 같은 대립관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배꼽’이라고 칭해지는 조각의 밑으로 걸어 들어갈 때 관람자는 작품의 육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관람자를 조각 작품 속에 깊숙히 들어가게 함으로써 이 작품은 물질성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차원을 획득한다. 소재의 단단함이 문득 유동성으로 변하고, 실증적 공간은 해체되어 추상적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1979년에 인도를 여행하면서 체험했다는 정신의 물체화 혹은 물질의 정신화가 이루어졌다고나 할까. 클라우드 게이트는 물질적 형태에서 나와 비물질적이 된 오브제이다.

관람자와의 쌍방향 소통 


▲ 관람자와 작가의 소통 Anish Kapoor



   ‘구름의 문’이라는 이름은 조각가인 카푸어가 지은 것이다. 하늘과 관람자 사이의 공간을 잇는다는 뜻인데, 조각의 4분의 3이 하늘을 반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보다 더 적절한 이름도 없을 것 같다. 그는 바빌론의 하늘 정원, 바벨탑 등 인류역사상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불가사의의 구조물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 당시 집단의 의지가 한 사람의 개인에게 어떤 공명(共鳴)을 일으켜 그와 같은 신화적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서 자신의 작품이 현대인들과의 공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암시를 읽을 수 있다.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참여시키는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구름이 그 안으로 흘러 들어가고, 높은 빌딩들이 작품 안에 반사되도록 하고 싶었다. 문(門)의 형태이므로 참여자, 관람자는 방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조각의 외부 면이 주위의 도시를 비추듯 조각의 내부는 관람자들을 비추어 줄 것이다.”    
  클라우드 게이트는 하늘의 구름과 관람객의 유무에 따라 형태가 전혀 달라지는 트랜스포머적 작품이다. 구름의 모양에 따라 시시각각 그림이 달라지고, 흐린 날은 전체가 잿빛, 구름 없이 맑은 날은 전체가 푸른 색이 될 것이다. 관람자가 없으면 아래 부분이 텅 비어 있을 것이고, 관람자의 모양에 따라 개미같은 점의 조합도 달라질 것이다. 하루 중 어느 순간, 빛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질 때, 조각이 어디서 끝나고 하늘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모를 순간도 있다고 한다. 과연 관람자만이 아니라 자연의 기후까지도 참여를 하는 조각 작품이다.
 
크라운 파운틴(Crown Fountain)
▲ crown fountain의 얼굴. 모델은 각기 다른 인종의 1천명 시카고 시민들. 



  거대한 스테인리스 조각 클라우드 게이트에 대한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저 앞에, 마치 전광판이 반짝거리는 세종로 코리아나 호텔 벽 같은, 위아래로 길쭉한 장방형의 벽면 전체에, 사람의 얼굴이 전자화면의 형태로 거대하게 그려져 있지 않은가. 벽면 위로는 쉴 새없이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고, 자세히 보니 얼굴은 정지돼 있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눈도 깜박이고 입술도 벌렸다 오무렸다 하면서 입술에서는 가끔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나의 구상력(構想力)은 다시 한 번 심한 혼란을 겪는다.
  똑같은 모양의 탑이 수영 풀 만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마주 보고 있고, 그 사이 광장에는 3cm 정도의 물이 찰랑대고 있었다. 그 물 속에서 혹은 입술의 폭포 아래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물을 튕기며 환호성을 지르고 노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일곱살짜리 동양 아이는 아예 물 속에 드러누웠고 한 살짜리 서양 아기는 물속을 엉금엉금 기어서 광장을 가로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고작 3cm의 물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해방감과 기쁨을 줄 수 있다니. 하기는 깊은 물은 수영을 잘 하는 사람에게만 즐거움을 줄 뿐 수영 못하는 사람에게는 두려움과 소외감만을 준다는 단순한 사실이 새삼 머리를 스쳐갔다.    

시카고 시민 1천명의 얼굴


▲ LED로 전자화면의 인물 입에서 물이 쏟아진다. 밀레니엄 파크 crown fountain.



  크라운 파운틴은 스페인의 개념 예술가 하우메 플렌사(Jaume Plensa, 1955~)가 디자인한 분수 조각이다. 크라운은 이 작업에 천만 달러를 기부한 시카고의 부호 이름이다. 투명 유리블록으로 쌓은 15m 짜리 탑 두 개가 875.4 평방미터 넓이의 검정 화강암 광장 양쪽에 세워져 있다. 광장에는 약 3cm의 물이 찰랑대고 있다.
  유리블록 뒤에는 하이-테크의 LED(발광 다이오드) 비디오 스크린이 있다. 이 스크린은 사람의 얼굴 혹은 연못 같은 자연의 경치들을 보여준다. 사람의 얼굴은 눈이 깜박인다거나 입술을 열고 닫는 등의 완만한 애니매이션인데, 거의 천여 명의 시카고 시민들의 얼굴이다. 유리블록 벽에서는 계속해서 물이 흘러내려 물의 커튼을 이루고, 5분마다 인물이 입을 열고 쏟아내는 물은 폭포가 된다. 2005년 8월에 완성하여 2006년 5월에 공식 오픈했다. 처음에는 6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예상했으나 최종적으로 2,30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1999년에 레스터 크라운(Lester Crown) 일가는 밀레니엄 파크에 물 관련 작품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작가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현대적인 화가로 해달라는 것만은 주문했다. 선정된 작가 하우메 플렌사는 우선
▲ '쌍방향 소통'의 분수조각을 만들어 낸 스페인 예술가 하우메 플렌사 Jaume Plensa.

중 세부터 20세기까지 세계 각국의 분수의 사진 슬라이드를 후원자에게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분수의 역사와 전통을 면밀히 조사한 그는 분수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의미와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그는 분수의 역사적 상상력 속에 들어있는 인간학적 요소에 주목했다. 로마 시대 혹은 바로크 시대의 분수에서 석상의 입이 물을 뿜는 것은 유럽 여행 때 우리도 흔 보는 광경이다. 그의 프레센테이션에는 얼굴 표정을 보여주는 컴퓨터 애니매이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물 커튼 뒤로 인간의 얼굴이 애니매이션으로 등장하는 분수가 탄생했다.
  얼굴을 사용함으로써 그는 도시의 인종적 다양성과 나이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시카고 시민 천 명의 이
▲ 빌딩 사이의 거대한 얼굴이 인상적이다. crown fountain.

미지를 통해 도시의 사회문화적 진화를 그리겠다는 것이 그의 야심찬 컨셉이었다. 과연 물 폭포의 얼굴은 백인, 흑인, 동양인 등 다양한 인종과 노인, 젊은이, 어린이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시카고시는 약 75개 민족, 사회, 종교 그룹에게 사진 후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2001년부터 작업이 시작되어, 시카고 예술 학교(SAIC,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학생들이 다양한 인종과 직업 군의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용한 카메라는 영화 ‘스타워즈’를 찍은 것과 동일한 기종의 비디오카메라로, 10만 달러짜리 고화질 HDW-F900 카메라였다고 한다.

공공미술은 쌍방향 소통이어야

  성공적인 공공 미술의 창조는 관람자가 일방적으로 작품을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관람자가 쌍방향 소통 관계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플렌사의 생각이었다. 사람들이 물속에서 첨벙거리고 미끄러지며 놀고, 어린이들이 폭포와 분수 앞에서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밀치기를 한다면 이 분수는 성공한 것이다. 작품은 고


▲ 공원 밖 도로에서 본 crown fountain

정되어 있지만 매일 매일 달라지는 관람객의 구성에 따라 작품효과는 다양하게 달라질 것이다. 추운 겨울이면 거대한 얼굴들만 외롭게 눈 덮인 시가지를 내려다 볼 것이다. 이것이 존 케이지와 백남준이 그토록 추구했던,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연하게 나오는 결과인, 우연성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빛과 물이라는 이질적 반대물을 결합시키고, 비디오 테크놀로지를 확장시켜 쌍방향 소통(interactive)이라는 현대적 화두를 최상의 방법으로 구현시킨 이 비디오 조각은 예술적이기도 하고, 엔터테인먼트적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조각가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여름 더위를 씻어주고, 어린이들이 물속에서 뒹굴며 놀 수 있는 공공의 놀이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또 사진작가들과 가족들의 놀이 장소이기도 하다. 최소한 천명 이상의 시카고 시민들이 자기 얼굴이 나오는지를 보러 모여 드는 곳이다. 천명의 가족과 친지의 숫자를 생각해 보면 이 분수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될 사람의 숫자만도 10만명이 넘을 것이다. 감시 카메라가 탑의 위에 설치되었을 때 시민들이 즉각 철거를 요구하여 관철시킨 것을 보면 시카고 시민들이 이 장소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다.
▲ 구름 한점 없는 여름날 시민들이 몰려 와 즐기는 crown fountain.


  진정 공공미술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시카고 중심가와 서울 광화문 

  밀레니엄 파크는 시카고의 중심가, 그 유명한 박물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바로 옆 24에이커(9만 9천 평방미터)의 공간에 조성된 야심찬 녹지 공원이다. 1998년에 시작되어 2004년에 완성되었지만 클라우드 게이트나 크라운 파운틴은 2006년에 완공되었다. 수준 높은 조각과 건축의 경연장이기도 한 이 공원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녹색 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여러 개의 상을 받았다. 과거 일리노이 중앙 철도 조차장(操車場)의 한 부분위에 덮인 데크에 자리잡은 세계 최대 옥상 정원이기도 하다.
  1893년 콜럼비아 만국박람회 이후 최대 프로젝트로 원래 1억 5천만 달러를 예상했으나, 실제 건설비는 4억 7천5백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시카고 시가 2억 7천만 달러를 부담했고, 그 나머지는 개인 기부자가 담당했다. 시민의 세금을 썼으므로 당연히 공원의 모든 시설은 무료다.
  나는 아직 프랭크 게리(Frank Ghery)가 설계한 밀레니엄 파크의 야외음악당 제이 프리츠커 퍼빌리온은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스테인리스 철판을 구불구불 파도처럼 구부려 무대를 만들고, 잔디 밭 청중석 위의 하늘에 거대한 강철 파이프를 마치 성긴 바구니처럼 얼기설기 엇갈려 설치해, 조명과 음향시설을 집어 넣은 그 멋진 고전음악 야외 음악당. 완전히 무료로 운영되는 고전음악 전용의 이 음악당이 부러웠다. 어린이들이 온갖 놀이 도구들을 가지고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지붕 덮인 넓은 공간이나 겨울이면 개장하는 스케이트장 등 시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밀레니엄 파크는 그야말로 유저 프렌들리(user freindly)의 공간이었다.
  꽃의 카페트를 만들었다는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 시민들은 자기 혹은 자기 이웃이 거기에 참여했고 또 참여하고 있다는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플라워 카펫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지그재그 꽃길에서 우리가 익히 봐 왔듯이 그림 엽서에 한 번 실리면 그만이다. 광화문 광장을 설계한 사람은 누구인지, 그 디자인 개념은 무엇이며 예산은 얼마가 들었는지 알고 싶다.
  구상 단계부터 시위를 걱정했다는 오세훈 시장의 말을 들으면 디자인 이념이 오로지 시위 방지에 있는 듯 한데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 10년 뒤 혹은 백년 뒤까지 시위만 걱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란 말인가?
  인터랙티비티(interactivity)는 단순히 디지털 용어만이 아니고 현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중심개념이 되었는데, 광화문 광장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일방적인 볼거리 제공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라리 그 전의 은행나무 도로가 더 운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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