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억울함을 당했다니…. 전직 대통령 맞나"

    12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강력한 성토가 이어졌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약 30분 동안 DJ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판했다.

    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례적'으로 전직 대통령 발언에 직접 대응했다. 이 대변인은 "우선 국민 화합에 앞장서고 국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셔야 할 전직 국가원수가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오히려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즉각 반응을 보인 것은 DJ가 현 정권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건드리며 직접 선동, 대립구도 형성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정국을 틈타 좌파 세력 준동이 이어지는 등 사회 혼란이 장기화될 점을 우려, 더이상 참아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거리에 나가있는 야권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민생·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6월 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청와대는 하루가 급한 상황이다.

    DJ는 전날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강에서 "선거 때 나쁜 정당 말고 바른 정당을 찍어야 한다"며 "4700만 국민이 양심을 갖고 충고, 비판, 격려한다면 이 땅의 독재가 다시 일어나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모두 행동하는 양심이 돼 자유, 서민경제,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늘어놓았다.

    수석회의에 참석한 한 참모는 "'자유, 서민경제, 남북관계를 지키는 데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사회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유도해야 할 분이 오히려 선동을 조장하는 것 같아 전직 대통령 발언으로 믿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다른 참모는 "국민 뜻에 의해서 특히 530만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마치 독재정권인 것 처럼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서 30분간 성토…대변인 '이례적' 전직에 대한 비판 논평

    또 한 참석자는 "(DJ가) 민주주의 역행을 말했는데 민주주의 기본 원칙은 법치와 다수결"이라며 "국회를 포기하고 길거리에 나가서 장외정치를 하는 야당에 진정 애정이 있다면 오히려 그걸 걱정하고 꾸짖어야할 입장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더욱이 현 정부는 앞선 정부가 대못질한 기자실 대못을 뽑았다. 그리고 아무나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하는 이런 상황을 놓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력을 총집결해야 하는 시점에 정부 대북기조를 흔드는 DJ 발언을 묵과해선 안된다는 것이 청와대 판단이다. 한 수석은 "오늘날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DJ때부터 원칙없이 퍼주기한 결과 아닌가. 더욱이 북 핵개발이 6.15 이후 본격 시작된 일"이라며 "국외자처럼 논평하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고 비닌했다. 여권 관계자는 "거리에 나온 일부 세력의 주장과 북한의 선전 문구가 일치하는 등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게 사실 아니냐"며 "분열을 노리는 세력의 책동은 묵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여권 내분 일단 수그러들 듯…한나라 "후진국 반군 지도자 선동발언 같아"

    청와대의 강경하고 단호한 대응으로 인적쇄신 요구 등 여권 내부 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이명박 정부 실용주의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전통적 지지세력인 보수층 결집도 예상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DJ의 편가르기식 선동으로 일단 내부가 결집하지 않겠나"면서 "노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침묵하고 있던 다수도 이번 일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DJ 발언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제발 (DJ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발언은 그만 두고 침묵을 지키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어느 후진국 반군 지도자의 선동발언을 듣는 게 아닌가 착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을 실질적 독재자로 규정하고 정권 타도를 선동하는 측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면서 "DJ 발상은 과거 야당 총재시절 이분법적 정치구도를 정치공학 원칙으로 삼았던 철학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