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영훈 교수의 저서 '대한민국 이야기' 일본어판. ⓒ 뉴데일리
    ▲ 이영훈 교수의 저서 '대한민국 이야기' 일본어판. ⓒ 뉴데일리

    2007년 5월 도서출판 기파랑(대표 안병훈)이 펴낸 이영훈 교수의 ‘대한민국 이야기’를 일본 ‘문예춘추’가 일본어판으로 펴냈다. 책명은 한국 책이름과 같은 ‘大韓民國の物語’.
    ‘대한민국 이야기’는 2006년 2월 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저자 이영훈 교수가 ‘조금 알기 쉽게, 읽기 쉽게’ 다시 쓴 책이다. 처음 원고는 EBS 라디오 방송의 요청을 받아 특강 형태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었지만 일주일간의 강의 내용을 수정 보완, 세 배쯤 되는 분량의 완성된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대한민국 이야기’는 한국 근현대사를 전면 재해석하고 있다.

    결국 역사는 해석이만, 격동의 20세를 거친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우리는 ‘민족주의’라는 정서에 묶인 역사만을 얘기하고 해석해온 것이 사실. 저자는 우리를 옭아 맨 민족주의를 해체하고 분별력 있는 이기심을 본성으로 하는 인간 개체를 역사 서술의 단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왕조가 패망한 원인, 식민지 수탈론, 친일파청산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현대사의 중요한 문제와 쟁점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가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난 5월3일자 문화면에 이영훈 교수의 ‘大韓民國の 物語’ 서평을 박스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필자는 한국사상연구가인 오구라 기조우(小倉 紀藏).

    오구라씨는 서평의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참으로 용기 있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오구라씨는 “지금까지 역사에 대해 한국인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항상 민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족 앞에선 주저해왔다”고 전제하곤 한국에서 뉴라이트 논객으로 유명한 이영훈 교수가 이 책에서 “역사의 주체는 민족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놀라워하고 있다.

    또 “이 교수가 한국 근현대사를 전통문명과 외래문명이 충돌해 접합한 문화사의 대순환과정으로 인식, 선과 악의 이분법적 역사관을 거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영훈 교수는 이 책에서 민족사관과 민족주의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반민족주의자라고 봐선 안 된다. 이 교수는 단지 민족만이 역사 쓰기의 유일무이한 단위라고 보는 것은 편협하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오구라씨의 지적대로 그가 ‘민족’을 단위로 한 역사 쓰기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개인’을 단위로 한 역사 쓰기다.

    오구라씨는 서평을 통해 이 책에 대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한 채 역사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는 한국인을 향해 과거와 역사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라고 말하는 강한 애국심을 담은 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인들이 이 서평에 대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