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pan class='프로스트 vs 닉슨' 영화 포스터" title="▲ '프로스트 vs 닉슨' 영화 포스터">
    '프로스트 vs 닉슨' 영화 포스터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사임한 최초의 대통령이고, 그의 스토리는 영화로 만들어 지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닉슨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최근 개봉한 ‘프로스트 vs 닉슨’(감독 론 하워드)은 정치 영화라기 보다는 인간 닉슨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영화다.

    정치 문외한인 방송인 프로스트(마이클 쉰)는 미국 주류 방송계에서 물러나 호주 등에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는 닉슨 대통령(프랭크 란젤라)을 TV로 지켜보며 사임 장면 생방송이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는 것을 보고 일생일대의 모험을 계획한다. 

    방송인 프로스트는 닉슨 대통령 사임 생방송이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재산을 털어 자존심을 건 인터뷰를 시작한다. 거액을 건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인터뷰를 망치고도 “어제보다 낫지 않았어?”라고 여유 만만해 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관객은 이미지와 시청률만을 생각하는 방송인을 보게 된다.

    그에게 미국인들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을 기소하고 싶어 한다거나 그의 고백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안중에 없다. 그냥 ‘적당히’ 인터뷰를 잘해서 시청률을 올리고, 광고주를 얻어내고, 그의 주가가 다시 올라가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영화는 뉴욕 방송가에서 물러난 프로스트와 정치 인생의 기로에 선 닉슨 전 대통령의 자존심을 건 인터뷰를 소재로 한 영화다. 각자가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철저하게 인터뷰를 준비하고, 프로스트는 인터뷰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마지막 대결 카드를 꺼낸다.

    인터뷰를 이용해 정치에 재기하고자 하는 닉슨 또한 상황이 절박하지만, 마지막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 회환과 후회에 묻힌 표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연출자의 입을 빌려 “방송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그 때는 몰랐다”고 표현되는 이 장면은 방송에 클로즈업된 그의 표정이 얼마나 많은 것을 대변하는가를 보여준다. 

    당시의 인터뷰는 미국 뉴스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프로스트는 예전 명성을 되찾았지만, 닉슨은 재기에 실패하고, 이후 쓸쓸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프로스트 vs 닉슨'은 자존심을 건 인터뷰를 앞두고 서로가 밀고 당기는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실화가 주는 메시지와 인간 닉슨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