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이석현 의원이 최근 당권경쟁과 관련,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재창출을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정동영=당의장, 김근태=원내대표’의 출마 필요성을 역설한 것을 놓고 당내 ‘강경·개혁’ 성향 그룹 당원의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내에서 비교적 중립적 인사로 평가받고 있는 이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그렇지 않아도 당이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서 바람 잘 날이 없는데 용호상박으로 이편저편으로 나뉘다 보면 2·18 전당대회 이후 당의 단합이 우려된다”며 ‘정동영=당의장, 김근태=원내대표’를 주장했다.

    이 의원의 이같은 발언 직후, 열린당 당원 게시판에는 ‘강경·개혁’ 성향 당원의 비난이 일고 있다.  아이디 ‘푯대를찾아서’는 “원내 의원인 김근태 장관이 원내대표를 하고, 원외인 정동영 장관이 의장을 해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발상은 모호한 정당성으로 본질인 개혁의 또다른 후퇴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강력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전대를 통해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나서 치유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만이 열린당이 살 길”이라면서 “오히려 더 강한 원심력을 통해서 불순물들을 떨어버리고 창당초심으로 돌아가 정권재창출을 준비해야한다”고 했다.

    ‘막걸리마눌’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정 장관은 꽃밭으로 무혈입성하고 김 장관은 피 흘려 똥밭으로 가라는 말”이라면서 당내 정동영계를 강력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 장관은 창당이후 스스로 당대표를 지냈고 지금까지 정 장관이 지지한 분이 당대표가 됐다. 실용노선이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가면을 쓰고 중산층과 서민을 외면했다”면서 “그 결과가 지금의 당 지지도”라고 ‘실용노선’을 비판했다.

    그는 또  “총대를 매려면 당을 위하여 총대를 매라.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노선을 정립하고 정체성을 되찾는데 총대를 매라. 특정인의 총대를 지기 위해 교언영색으로 홀리지 말라”며 이 의원을 강력 질타했으며 아이디 ‘낮달’도 “(이 의원은) ‘정동영 가미가제‘의 첫 주자냐”고 발끈하기까지 했다.

    ▲이석현 의원의 주장 전문

    김근태 · 정동영 장관이 내년 초에 당으로 돌아오는 것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서울과 지방에서 계파간 움직임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시점이다. 현재 이렇다 할 당내 계파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중립적 입장에서, 이분들의 당내역할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을 밝히기에 앞서서 우정어린 쓴소리부터 해야겠다.

    다른게 아니라, 두 장관은 사실상의 계파성 조직을 해체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나도 92년도부터 국회의원을 해 온 사람으로서 정치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지자제선거에서 우리는 꼭 승리해야하고, 그래야만 정권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두장관은 사실상의 대선경쟁을 2007년 초로 미루고 복귀하는 동시에 지자제선거에 올인하여 당을 살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런만큼 계파성조직을 먼저 해산하여 당의 단합을 꾀하는 일이야말로 애당심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어렵다면, 최소한 지나친 세 불리기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램 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당이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서 바람 잘 날이 없는데, 용호상박으로 이편저편이 확실하게 나뉘다 보면 2·18전당대회 이후의 당의 단합에 우려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다자간 구도보다 양강구도에서 더 커질수 있다고 본다.

    이제 1년 남짓 남은 2007년 봄쯤의 대선후보선출까지 끊임없는 각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건강한 중립지대가 이번대결로 너무 얇아지게 된다는 것도 걱정스런 부분이다. 그러므로 꼭 경쟁을 해야 한다면 조직대결보다는 당을 운영할 구상과 지자체 선거 승리의 비젼으로
    경쟁하여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당은 두 장관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내가 아닌 정동영장관은 당의장에 출마하고, 국회의원인 김근태장관은 1월말의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두 사람이 당의장 경선을 해야 흥행을 성공시킬 수가 있다고 말할 사람이 많을 줄 안다. 그러나, 흥행은 국민들로부터 약간의 관심을 끌 수는 있겠지만 그로인하여 우리당의 지지도가 크게 향상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당의장에 낙선한 한 사람은 적어도 5·30 지자체 선거 때 까지는 그 효용이 확실하게 감소하게 된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당의장은 부족한 인재영입과 공천관리 등 선거체제의 준비가 바쁘게 되고, 전국 각처를 돌아 다녀야 하는데, 선거는 너무 임박하게 된다. 이런때, 또 한사람의 유력인사가 일시나마 효용을 잃는다면, 당으로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는, 만일 당원과 의원들이 뽑아준다면 한 사람은 의장으로서, 다른 한 사람은 원내대표로서 확실한 입지를 갖춘 두 사람이 전국을 다니며, 선거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득이라고 보는 것이다.

    길게 보아 우리당이 투톱시스템이 좋은지, 원톱시스템이 좋은지는 검토해 볼 일이지만 적어도 이번 지자체 선거를 위해서는 두 사람의 역할이 모두 필요하다. 심지어 언론에서는 의장선거에 낙선한 측도 나쁠게 없다는 이상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5월 선거결과가 나쁘면 뽑힌 의장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므로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두장관이 그런 생각을 할 분들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자제 승리를 위해서 마음에서 우러나서 두사람 모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역할분담의 구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소망스럽다.

    그리하여, 지자제선거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면서, 양자가 정치적 운명을 함께 걸고 선거승리의 배수진을 치게 하는데도 내가 말하는 구도가 적합하다. 한편, 두 사람이 모두 이번 의장선거에 나가지 않는 게 좋다는 당내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자체 선거에 우리당이 지는 경우에 대선후보로서 손상이 갈 수도 있으므로, 또는 그 분들이 아니라도 젊은 층에서 당을 이끌어 갈 수 있으므로, 당 지도부를 맡기지 말고, 지자체 공동선거 본부장을 맡게 하면 된다는 주장인 듯 하다.

    그러나, 그것도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가지고는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며 국민들에 대한 호소력도 적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마치 설날 잘 먹자고 곡식 아끼느라 한달 굶어서 죽으라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요즘, 두 장관의 복귀를 앞두고, 당내에 찬 바람이 돌고, 여러 계파간 긴장을 확연히 감지하면서 나처럼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근심이 많다.

    우리는 어떻게 처신하여야 할 것인가? 자기편이 아니면, 일단 적의 편으로 간주하는 우리네 정치 풍토에서 진정한 의미의 DMZ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내년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1년 남은 대선후보 선출을 앞두고, 계파간의 각축이 치열 할 텐데, 1년 간격으로 두 번씩이나 그 소동을 겪어야 하나 생각하면 우리같은 처지는 참 팔자가 센 사람들이다.

    두장관은 부디, 이번에는 꾹 참고, 2007년 봄에 가서 한번 제대로 자웅을 겨루기를 다시 한번 권유한다. 이번 전당대회를 사실상 대선후보 예비전으로 만들지 말고 이번에는 오직 지자제 선거승리라는
    한 생각으로 역량을 불살라 주기를 갈망하는 조용한 많은 당원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이 글을 읽으면서 혹시 다른 예비후보들이 섭섭하지 않기를 빈다. 두 장관 외에도 우리당에 인물이 많다는 것을 나도 일단은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