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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3일 오후 서울 홍대의 한 카페에서 남북문제 관련 독서토론인 ‘북클럽’ 모임을 갖고 북한의 인권실태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이날 모임에는 전 의원을 비롯해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의 저자 박성조 교수(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과 교수/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석좌 교수) 탈북자 출신의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수용소의 노래' 저자) ‘Mr.김정일’의 저자 마이클 브린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실태를 ‘심각한 상태’로 진단했다.

    박 교수는 우선 독일의 통일 직후 상황을 소개하며 “동독과 서독의 사회가 완전히 달랐고 서독 사람들은 프랑스나 네덜란드 사람들과는 말이 통하는데 동독 사람들과는 말이 안 통하는 일 벌어졌다”며 통일 후 한국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박 교수는 “동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지만 동족은 그렇지 않다. ‘동족이므로 남북 통일을 해야 한다’는 이런 가치관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포기할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과 북이) 감정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뭉칠 때는 지났고 우리가 해야 할 통합은 합리적,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통합이 아닌 조건 없는 협정은 굉장히 문제가 있으며 그런 협정은 그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인들을 겨냥해 “이렇게 하면 진보고 저렇게 하면 보수라고 나누는 생각이 문제”라며 “진실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사실을 거짓으로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드시 투명한 정치,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고 통일정책에 대한 정치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북한을 탈출해 13년 전 한국에 정착한 조선일보 강 기자는 “어릴 때, 내 눈에 비친 북한의 수용소 실상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어딘가의 세계로 나간다면 수용소 실태를 말하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 기자는 이어 “기적 같은 탈출 후 북한 수용소의 실태가 처음으로 세상에 밝혀지고 알려졌다”며 “북한의 인권은 인권이 아니라 인간 학살의 반 인륜 범죄라 생각한다”고 김정일 체제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대북 쌀 지원과 관련, “북한의 빠른 변화가 마치 한국이 도와줘서 그런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나 사람들이 배급을 안 주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쌀을 50만톤씩 주면서 조건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로 북한을 도울 때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밑바닥 사람들은 오히려 외부세계를 들어 조금 알고 있는데 반해 거대한 160만 인민군대는 어렸을 때 끌려가서 이런 외부의 상황을 모른 채 세뇌된 사람들인데 지원된 쌀은 이들을 위해 쓰여진다”며 “인민군대가 무너지면 북한은 무너지기 때문에 북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세금을 키워서 우리의 암을 키우고 있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강 기자는 남한의 통일정책에 대해서도 “지금 남과 북이 합치면 다 망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이 북한을 먼저 알고 그 다음에 통일정책을 펼쳐야 하지 않겠느냐”며 “북한을 모르고 대북 정책을 펼친다는 건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일을 살리는 노무현 정부가 가장 문제”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을 적으로 삼고 있고 미국을 통해 모든 것을 하려고 하니까 미국이 인권문제도 주도해야 한다”며 “한국은 대북지원을 끊고 국제단체와 연계를 해 지원을 해야지 독단적인 지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에 “흔히 남한에서 미국을 적대적 관계로 생각하는데 민주주의의 절대적인 부분에서 인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게 한국과 미국을 뭉치게 하는 요소”라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르쳐 준 미국이 우리에게 많은 기여를 했다”고 강 기자의 의견에 동조했다.

    ‘더 타임즈’의 한국 특파원이었던 마이클 브린은 책 소개에 앞서 “국제사회의 독자들을 위해서 책을 쓰려고 했다”고 취지를 밝히며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심코 집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린씨는 “미국은 특히 북한을 가장 비인간적인 사회 중 하나로 여기며 사람을 쉽게 죽이는 국가로 받아들인다”며 “미국에서 김정일은 그냥 악한 사람으로 통한다. 나도 그를 조사하면서 100% 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가진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이 김정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10여 년 전 외신기자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 당시 김일성은 건강이 안 좋았고 김정일의 권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김정일이 정권을 잡은 후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10%의 사람들이 죽은 후 희망을 버렸다. 통일의 희망은 김정일 하에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대한민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햇볕정책은 북한을 대하는 가장 올바른 정부의 정책방법이므로 가장 좋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며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전여옥 의원은 현 정부를 겨냥해 “왜 노무현 정부는 이 좋은 햇볕정책에 소극적인지 모르겠다”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브린씨는 이에 “독일이 분단된 이유는 전쟁을 일으켰다는 죄 때문이지만 한국은 무지 때문에 분단됐다”며 “통일은 일본이 방해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부분이고 남북간에 서로 노력해야 되는 문제”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