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치인을 역사 인물과 비교하는 일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광해군을 닮았다는 평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시대 연구자인 국사학자 한영우(67) 한림대 특임교수는 3일 노 대통령이 광해군의 성급한 면을 닮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은 노 대통령이 정조를 닮았다는데 내가 보기엔 꼭 광해군”이라며 “광해군은 조선의 대표적인 개혁군주였고 취지도 좋았지만 너무 성급했다. 그래서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노 정권과 광해군 정권의 공통점을 반대파를 배격한 ‘과거사 청산’ 작업으로 꼽았다. 그는 “광해군 정권의 지지 세력이었던 북인들은 반대파의 정신적 스승인 이황과 이언적을 배격하고 자기 스승인 조식과 서경덕을 문묘에 모시려는 ‘과거사 청산’ 작업을 하다가 실패했다”며 “지식인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 다음에 조식과 서경덕을 높였다면 반정(反正)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를 양산하는 개혁은 실패한다”며 “한국의 보수도 현재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인데, 이 점을 간과하면 억울한 사람이 많이 않겠느냐”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최근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와 관련,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기 위해 과거를 정리할 필요는 있지만 문제는 방법”이라며 “조광조가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객관적 자료에 입각해 진실을 밝혀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過)만 가지고 공(功)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게 바로 균형 감각이다”며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 미국은 나쁘다고 하지만 친미와 반미가 왜 양자택일의 문제인가. 우리에겐 자주(自主)도 필요하지만 친미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보수와 진보 모두 균형감각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보수도 진보도 리모델링해야 한다”며 “프레시(fresh)한 보수와 세련된 진보가 필요하다. 이걸 중용 즉 균형 감각의 회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든 진보든 서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386세대는 결국 보수가 주도한 정치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집권 세력이 됐기 때문에 피해의식을 버리고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