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이 집권했을 때 언론에 한 짓도 따져야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있었을 때
KBS의 김시곤 당시 보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 특정 기사를 바꿔달라고 한 것은,
그것이 비록 '홍보수석으로서 일상 업무를 한 것'이라 해도
요구사항이 너무 구체적(내용을 바꿔 달라)이라,
청와대가 언론보도에 부당하게 간섭한 것이란 비난을 살 꼬투리는  
좀 잡혔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는 '사정, 사정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고
'간섭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그러나, 언론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불평, 불만, 분노, 시비,
핏대 올리기, 보도내용 수정-삭제 요구, 논조변경 요구, 봐달라는 요구,
편들어달라는 요구, 심지어는 말 안 듣는 언론사에 대한 보복,
말 안 듣는 언론인에 대한 해코지 하기는 옛 권위주의 정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들의 예외 없는
(노태우 정부가 그래도 가장 덜했다) '일상 업무'였으며,
따라서 이점은 박근혜 정부 이정현 홍보수석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민주화 이전-이후에 신문논설 현장 최전방에 있었던 필자의 체험적 증언이다.
 
 김대중 정권은 자신들의 대북 '햇볕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조선일보 필진 3인(김대중, 류근일, 조갑제)을 지적해
그 제거를 사주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건 단순한 '간섭' 정도가 아니라 '숙청' 기도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주 측은 이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일축했다.

이는, 그 무렵 김대중 정권의 보복적인 세무조사
(이 때 정권은 조선일보 임원들의 배우자의 계좌까지 추적했다)로
구속기소 되었던 방상훈 당시 조선일보 사장의 법정 최후진술,
그리고 고(故) 방우영 회장의 자서전 "나는 아침이 두렵다"에 밝혀져 있는 생생한 실화다.
 
 당시 김대중 정권 실세는 집권 직후 밤중에
중앙일보 사장실에 진입해 시비를 벌리다가 물 컵을 깬 사실로도 유명하다.
본인은 깬 게 아니라 놓쳤다고 주장했지만...  
일부는 또 야당시절에 '전화부대' 노릇을 하며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나 논설의 필자들에게
떼거지로 전화공세를 벌여 욕지거리를 하고  공갈을 치는 등 저질 행패를 부렸다.
언젠가는 그들은 필자의 집으로도 전화를 걸어
필자의 아내에게 더러운 말을 한 적도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역대 정권들의 언론관련 수석들은 무슨 비판적 글만 나갔다 하면
대뜸 전화를 걸어와 고성으로 핏대를 올리고, 야단을 하고,
고쳐달라고 하고, 사정을 하고, 공갈도 치고, 어르기도 하고, 능청도 부리며 '게임'을 하려 했다.
그러면 이쪽에서도 핏대를 올리고, 야단도 치고,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고 하면서
이쪽 나름의 '게임'을 했다.
사정한다고 무조건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공갈친다고 무조건 물러서는 것도 아니었다.
매일 매일 이런 식으로 한바탕 난리, 법석, 공방을 벌이고 난 다음에야
하루 일을 마감했던 것이다.
 
따라서 야당이 정히 청문회든 뭣이든 하려면
지난날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한 짓거리도 모조리 꺼내다가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시비를 해야 형평에 맞을 노릇이다.
왜 자기들이 한 짓은 뒤로 슬쩍 가리고 남이 한 짓만 내세워 편파적으로 재판하자는 것인가?
자기들 대북정책 을 ‘양심의 자유’에 입각해 비판했다고 해서
 생사람 모가지 셋을 뎅겅 자르라고 압박한 건
이정현이 김시곤에게 제발 좀 봐달라고 조른 것보다 덜 중한가?
 
 오늘의 야당은 자유당, 공화당, 유신, 5공 때의 야당처럼 약자가 아니다.
민주화 이후 야당들은 여당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권력이자, 기득권이고, 부패의 당사자들이다.
야당 출신 대통령 아들들이 부정(不正) 케이스로 모조리 감옥엘 가지 않았는가?
김수민, 박선숙이 검찰에 불려 다니고, 서영교가 자체감사에 걸려들었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 놓고 무슨, '정의'는 혼자서 도맡아 하는 것처럼 설쳐대는가?
 
 이정현은 열정이 넘쳐흐르는(?) 타입이어서 그랬는지,
말의 요령이 없었다. 남들처럼 교활하게 말하지 못하고 직설법으로
“바꿔 달라”니..미욱하긴.... 그래서 꼬투리를 잡혀 걸려든 셈이다.
일단 걸려들었으면 얼마 정도는 속절없이 당하는 수밖엔 없다.
그러나 이럴 바에는 아예 공정하게
야당이 집권했을 때 그들이 언론사에 한 사례들도 모조리 함께 다루기로 하자.
아, 해보자니까...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