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론은 私心이 깃들여선 안 돼

    조선일보 오늘(6/13)자는 정계에 개헌론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 1년 반 후쯤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시점에서 개헌론을 꺼내는 것이
    과연 시기적으로 적합한가 하는 의문이야 여하튼,
    개헌이라는 논제 자체는 언제든 거론될 수 있는 문제다.

    문제는 개헌론은 언제나 특정한 사람들의 특정한 정치적 의도와
    한 묶음이 돼서 제기되곤 했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권력투쟁 현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정치-사회엔 어떤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가?
    흔히 여-야 사이의 권력 투쟁만 이야기 하는데,
    오늘의 권력투쟁으로는 그것 말고도
    대통령권(權)과 국회권(權) 사이의 헤게모니 싸움을 중요하게 꼽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의 개헌론은 대통령의 권력집중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하던 때는 '강력한 대통령제'가 제기되었지만,
    이제는 민주화·민간화·다양화에 맞는 분권형(型) 권력구조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은 줄어드는데
    국회의 권한만 일방적으로, 그리고 비(非)대칭적으로 늘어난다면
    그것도 문제일 수 있다.
    3권 분립을 제대로 담보하려면 지나치게 막강한 대통령도 곤란하지만,
    지나치게 자의적인 국회 역시 곤란하다.
    막강한 대통령만 타락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막강한 의회와 정치인들도 타락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근 국회법을 개정(또는 개악)해서 상시(常時) 청문회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 전에는 당시 여당이던 유승민 의원 등이 앞장서
    정부의 시행령 제정권한을 국회로 가져가려던 꼼수도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국회가 다시 시비할 수 있게 하려는 ‘위헌소지’ 움직임도 있었다.
    '국회 멋대로'를 향한 움직임이었던 셈이다.
    권위주의 대통령의 '멋대로'는 무섭다. 반면에
    저질 '정치업자' 국회의원들의 '멋대로'는 후흑(厚黑, 두껍고 시커먼) 그 자체일 수 있다.

    저질 국회와 정당들이 내각제나 2원집정부제 하에서
    상시청문회법, 시행령 제정권 등 강력한 이빨을 갖춘 채
    일종의 '정치 벌(閥)'로 나설 경우,
    그 견제 받지 않는 자의적 권력의 해악은 불을 보듯 훤하다.
    여-야 끗발 정치꾼들, 그들과 야합한 사회권력-경제권력-문화권력의
    '그들만의 잔치'는 나라라는 배를 최악의 경우 산으로 올라가게 만들 수도 있다.

    개헌은 언젠가는 해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차기 대통령 선거가 먼저일 듯하다.
    이때 각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서 시작하는 게 한 방법일 수 있다.
    그 전에 개헌안에 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아볼 수도 있다.
    권력구조는 유럽형 순수 의원내각제보다는
    2원집정부제나 4년 대통령 중임제, 국회해산 조항 신설 등으로
    이미 중론이 어느 정도는 모아져 있는 징후도 있다.

    결론은 이렇다.
    ‘정치업자들+사회권력+경제권력+문화권력 복합체(complexity)’의 탐욕과 사심(私心)과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적 개헌론’은 경계돼야 한다.
    개헌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심 아닌 공심(公心) 또는
    공화(共和)부터 먼저 이야기하자.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잃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