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에게 ‘뜯어먹는 법’ 가르치는 아버지
     
    “입원해서 용돈 벌어.
    돈을 한 푼이라도 잘 뜯어내는 게 이 세상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니깐.
    의사가 물으면 머리가 어지럽고 토한다고 말해.
    비싼 MRI, CT 찍어.”


  • ▲ 류근일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뉴데일리
    ▲ 류근일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뉴데일리

    이건 40대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한 10대 아들에게 코치 한 말이다.

    역시 요즘 아버지들 교육열이 우리 아버지 세대에 비하면
    보통 높은 게 아니다.
    가상하고 지극해서 보는 사람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이 아버지는 지금 보험사기로 들어가 있다고 한다.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아니,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성실하게 살면서 자식들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항간의 유행은 곧잘 예외적인 탁류가 촉발한다.
    깨끗한 물살의 성찰과 해독은 그 탁류가 한바탕 휩쓸고 간 연후에야 나온다.
    그래서 지금은 탁류 - 자식에게 “잘 뜯어내는 게 장땡”임을 가르치는 세태가 판치는 국면이다.
     
    잘 뜯어내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정치 사회 경제를 지배하는 가장 으뜸가는 준칙이자 철칙으로 돼 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약한 고리와 흠결을 잡아 채 그걸 물고 늘어지며, 또는 그걸 지렛대삼아 상대방으로부터 더 많은 걸 뜯어내느냐, 이게 능력있는 정치업자, 수완좋은 로비스트, 한 탕 쳐서 한 묷 잡는 꾼들의 롤 모델 아니던가? 
     
    그렇다.
    지금은 각자 수단껏 뜯어먹는 세상이다.
    그렇게 못하는 게 오히려 무능력자다.

    이건 보수 뿐 아니라 진보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  행패, 떼법, 고소고발, 사기, 억지, 궤변, 날조를 총동원해 너 잡고 나 살자….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만 흘러가진 않는다.
    세상엔 반면에 천지조화라는 게 있다.
    소인배들은 당장의 ‘장땡’ 논리만 쫓는 나머지 천지조화의 법도를 읽지 못한다.
    천지조화의 법도는 일견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상을 운행시킨다.
    마치 춘하추동의 사이클처럼.
    한 마디로 “지나치면 망한다”는 대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의 한국사회에선 매사 너무 지나치고 심하게 하는 게 아주 상습처럼 돼있다.
    “지나치면 망한다”는 대법칙을 너무나 예사로, 너무나 오만방자하게, 너무나 난폭하게 유린하면서 망나니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개차반, 무뢰배, 불한당이 따로 없다.
    이걸로 어떻게 천지조화를 꺾고 끝내 무사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것인가?
     
    갈 데까지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네 세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영화제목도 나왔다.
    갈 데까지 가서 왕창 깨져야 비로소 미친 질주가 끝나리란 것이다.
    이걸 깨지기 전에 절제시켜야 할 각계 리더급들부터가 스스로 포퓰리즘에 빠져 한술 더 뜨는 판이다. 
     
    옛날 같은 권위주의도, 난폭한 일탈민주주의도 아닌 엄정한 법치주의, 공민/시민/신사의 교양이 바위처럼 육중하게 지배하는 사회, 그리고 공권력의 정당한 권위가 시퍼렇게 살아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글쎄올시다”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