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3천억 조성, 절반 민간기업 부담...사실상 준조세 "서울시 권한 이용한 강제적 모금"
  •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등으로 부족해진 복지 예산 확충을 위해 민간 기업들로부터 사회투자기금을 받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 시장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사회투자기금’은 매년 1,000억원씩 박 시장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3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상임이사로 있던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5년간 무려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모금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면 “어려울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각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기업들에게 기부를 강요한다는 것이 사실상 ‘강제적 삥뜯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 지난 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등축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지난 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등축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7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부터 반영되는 사회투자기금은 서울시가 최대 500억원, 민간 기업이 최대 500억원을 부담해 매년 총 1,000억원의 기금으로 충당된다. 이 돈은 청년, 실직자,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 지원에 쓰인다.

    서울시 사업을 위해 민간 기업에 이 같은 매칭 펀드 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기금 운영은 서울시가 아닌 제3의 법인에서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기금마련을 위한 조례 제정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사회투자기금을 내년부터 마련하기 위해 조례안부터 제정하기로 했다. 조례 제정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예산은 10일 발표되는 내년 예산안이 아니라, 조례 확정 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시장의 한 측근도 “시민단체 출신인 박 시장이 모금 경험도 풍부한 만큼 법적 절차만 완성되면 기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언제 공짜 주는 것 봤나? 모금된 기금은 고스란히 시민이 부담하게 될 것.”

    대기업들은 벌써부터 긴장한 모습이다. “기업에서 기금을 받아내겠다는 것이 일종의 준조세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박 시장이 내라고 하면 쉽게 거절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이 내는 것이지 결코 기부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아이디 leesy0000은 “관공서가 모금을 주도한다는 것은 내는 사람이 전혀 자발적일 수 없는 반강제적 형태”라고 지적했다. Kimdo000는 “(박 시장이)시민 운동할 때도 수천억원씩 기업에서 삥뜯더니 서울시장이라는 권력을 쥔 뒤 노골적으로 기업을 등쳐먹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또 아이디 SOLP00은 “협찬이 아니라 삥뜯는 것이고 그 돈의 몇 배를 서울시민들이 물 것 ”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선 절대 강제 모금이 아니고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라고 주장하겠지만, 과연 기업들이 그렇게 받아들일지 되묻고 싶다. 정치적 수사(레토릭)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 측은 “절대 강제적인 모금 활동은 없을 것”이라며 “사회투자기금 조성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지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