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놈 무섭지 않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뜻으로 풀이가 되지만, 당장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 일을 뒤로 미루는 자 치고 뜻을 이루는 놈을 별로 보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그러나 얼마나 속이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 지경이면 “어디 두고 보자!”고 하겠습니까. 이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래, 6.25, 북의 발광적인 남침을 당한 뒤 60여년 만에 최대의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한반도에 자유민주주의의 새 나라를 세워보려고 일제의 혹독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독립투사들, 해방 뒤의 혼란 속에서도, 동족상잔의 비극의 와중에서도, 군사 독재의 횡포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오로지 대한민국과 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선배‧후배들을 대할 낯이 없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대통령 이명박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이 어쩌다 대한민국의 육‧해‧공군 총사령관이 되어, 우리에게 물려준 잘못된 유산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 청산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길은 없지만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죄인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대한민국이 되어가는 꼴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띄우고 있을 인간 아닌 인간이 꼭 한 사람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정일입니다. 중풍으로 쓰러졌던 그 몸이지만 아마도 매일 그는 대한민국을 넘보며 춤을 추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분명히 일러둡니다. “어디 두고 보자”고. 두고 보자는 놈이 무서울 수도 있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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