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바우바우시(市) 거주 찌아찌아족(族)의 한글 도입을 최근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21일 바우바우시 현지 초등학교에서 찌아찌아족이 한글 수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아미룰 타밈 바우바우시장은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 1년을 맞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가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찌아찌아어 표기 문자로 사용하는 것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어관리국과 외무부가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며 현재 형식적인 서류 작업만을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정부는 문화적 침략을 이유로 반대하는 일부 여론과 소수언어를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을 인정하지도, 막지도 않는 애매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글 도입을 공식적으로 승인함에 따라 바우바우시와 한국 학계의 한글 보급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우바우시는 현재 단 2명에 불과한 한글 교사만으로는 8만여명에 달하는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데 크게 부족하다고 보고 내달부터 현직 교사 30여명을 대상으로 한글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다.

    또 한글이 해당 민족의 언어를 표기하는 데 언어학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한글 교육을 다른 소수민족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타밈 시장은 "한글 교사가 늘어나면 한글 사용이 다른 소수민족으로 확대되기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나 민간의 지원이 있다면) 교사 자원을 한국에 보내 교육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학회도 현지에서 한글 및 한국어 교사로 활동 중인 정덕영씨 외에 추가로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지난 20일 바우바우시청 대강당에서 바우바우시와 술라웨시주(州), 인도네시아 국립국어원 주최로 열린 '술라웨시주 지방언어 보전을 위한 국제 학술회의'에서는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을 두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회의에는 국립국어원 예옌 원장(차관급), 교육부 연구진흥국 만슈르 라믈리 국장(차관급), 술라웨시주 언어청 한나 청장 등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섰던 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는 26일 "중앙정부 기관이 행사를 공동주최하고 각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는 것은 한글을 소수언어 보전을 위한 도구의 하나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외대 인도네시아어학과 전태현 교수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사업을 두고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 한국 정부가 지원을 망설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계의 노력만으로는 이곳 주민의 한글 교육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 정부의 인적ㆍ물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