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시험대… 당선 위해선 '연대'? 복잡한 경우의 수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열어 놓고 있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차출설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힌 데 이어 22일에도 "지방선거 당시에 당과 당원의 요구가 있다면 당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거듭 내비친 것이다.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우선 당권에 도전한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에 여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입장이 있다.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를 강조해온 안 전 대표에게 기회주의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질 경우 지지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 대표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금까지의 실패를 만회할만한 정치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리베이트사건,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건, 대선 실패까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안 전 대표도 현재의 상황을 인식한 듯 6.13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실패할 경우 정치계 은퇴까지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는 지방 선거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직접 출마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당 지지율 5~6%대에서 고전 중인 국민의당도 대선주자로 달린 안 전 대표를 서울 시장에 내보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 4파전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 체제가 제법 공고해진 상황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둘러싼 4파전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과정에서 안 전 대표가 풀어야 숙제는 지난 대선 트라우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돌풍'이 일었지만, 선거 뚜껑을 열었을 때 나온 결과는 처참했다. 안 전 대표는 보수·진보로 나뉘는 양당체제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결국 안 전 대표(19대 대선 득표율 21.4%)는 한국당 홍준표(24%)후보에 밀려 고배를 맛봤다. 

    특히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돼 난관이 예상된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박원순 현(現) 서울시장, 추미애 당대표, 4선 중진 의원인 박영선 의원 등 정치적 거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의 경우도 지난 대선 당시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황교안 전 총리 카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재건이 절실한 상황에서 보수 성향 시민들의 표가 황 전 총리에게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른정당도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시장 등 쟁쟁한 인물들이 후보자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진보 연대 

    안 전 대표가 서울 시장에 출마할 경우 다른 당과의 연대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승리가 절실한 안 전 대표 입장에서 연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여당과의 연대 가능성이다. 민주당이 지방 선거 승리를 위해 안 전 대표의 연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서울시장 자리를 지켜야한다. 박근혜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합처럼, 여당이 서울을 지키지 못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시행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민주당은 원활한 의회 운영을 위해 추가 의석수 확보가 절실한 만큼, 안 전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연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합당 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연대 거절, 국민의당 내부 반발 등 안 전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보수 연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놓고 안 전 대표가 야당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협의를 통해 상생을 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부분의 경우 여당과의 승부에서 야권이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불분명해 보인다. 

    안 전 대표가 당 지지율이 부진한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가능성이 자주 거론됐다. 양당 모두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수 끌어안기를 시도하는 국민의당과 진보 영역의 확장을 꾀하는 바른정당이 중도라는 접점에서 만나 연대를 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연대 과정에서 각 당 내부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여 성사 여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모두 안 전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