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패권주의에 직격탄 "달처럼 남의 빛만 반사하는 지도자"
  • 국민의당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뉴데일리
    ▲ 국민의당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뉴데일리

    국민의당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년여간의 칩거를 사실상 끝내고 기지개를 켰다. '백의종군'으로서, 물론 자당 대통령 후보인 안철수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다.  

    김한길 전 위원장의 합류가 정치권으로부터 이목을 끄는 것은 현재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주춤한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당 공동대표부터 국민의당 창당까지, 김한길 전 위원장과 안철수 후보는 긴 시간을 공유했다. 

    비록 4·13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야권연대' 논란 등으로 끝내 총선 불출마를 선택하며 둘 사이는 다소 소원해졌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대선을 보름 앞둔 중요한 국면에 돌아오면서 안철수 후보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한길 전 위원장은 24일 "정치 지도자는 해처럼 스스로 발광하는 지도력을 가져야 한다. 달처럼 남의 빛을 반사하는 그런 정치 지도자의 한계는 너무나 뚜렷하다"고 말했다.

    김한길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개인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구의 무엇이기에 정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넌센스"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정치적 계승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직격한 것이다.

    김한길 전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는 '나는 정치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할 체질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남들이 총선 출마를 요구했을 때, 해외로까지 피신 갔던 분 아닌가"라며 "그랬던 분이 갑자기 특정 세력에 의해 대통령 후보가 되고 정치의 스타 지도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특정세력이 문재인 후보를 대선후보로 모신 이유가 뭐겠냐. 정치적인 성과가 있어서 그랬겠나. 아니다"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기에 그분을 앞세웠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자기 정치권에 들어올 때 정치적 성과가 있었나. 그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에 그분을 앞세워 '선거의 여왕'이라고 떠받든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잘 알지 않나"라고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속성을 동일 선상에 올려놨다.

    반면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누구의 안철수가 아니라 자기의 신념과 소신, 목표의식을 분명히 하고 스스로 험한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한길 전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는 6년 전 바로 이방에 찾아와 '우리 정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제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우리 정치를 한번 제대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라며 "당시 사업으로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명예도 가졌던 분이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어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했을 때, 저는 참 기쁘게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고 당시 기억을 소회를 밝혔다.


  • 국민의당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개인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김민우 기자
    ▲ 국민의당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개인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김민우 기자

    김한길 전 위원장은 50여 분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각에서는 실체가 없다는 '친문(親문재인) 패권주의'가 무엇인지 자신의 경험에 빗대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김한길 전 위원장은 "저는 당원의 65~70%의 지지를 받아서 대표가 된 사람이다. 안철수 후보를 맞아들여서 공동대표도 지냈다. 손학규 전 대표도 그렇고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도 당대표 격"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그 세력의 패권주의를 이겨낼, 견뎌낼 도리가 없다. 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대표가 됐는데도 거기에 굴종하거나 굴복하지 않으면 배겨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표까지 지낸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나온 것이다. 얼마나 심각하다는 얘기 아닌가"라며 "정말 심각하게 봐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당에는 과거 민주당에서 당대표를 포함해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당대표 격 직을 맡았던 인물이 5명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의 정동영 의장, 민주당의 손학규-김한길-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울러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힌 김종인 전 대표까지 합하면 민주당을 '뛰쳐나온 혹은 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인물은 무려 6명에 달한다. 민주당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이들의 현재 정치적 입지야말로 친문패권주의가 무엇인지를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이제는 뒤에만 있지 않고 나서서 좀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안철수 후보를 전면에서 돕기로 한 김한길 전 위원장은 몇 가지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야야(野野)구도로 치러진다"며 "자꾸 마치 보수의 대표 후보처럼 구도를 만들어가려는, 그런 의도에 갇혀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충고했다. 

    보수층의 표를 가져오되, 자칫 문재인 후보 측이 주장하는 '적폐청산' 프레임에 현 보수진영과 덩달아 엮이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길 전 위원장은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주춤한 원인으로는 "민주당의 조직적인 네거티브 영향도 있고, 안 후보의 장점을 우리가 잘 알리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내다봤다. 네거티브에 대해선 "잘 이겨내야죠. 저는 그걸 10년이나 당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지지도에 대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오른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다른 점을 국민께서 잘 알게 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