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임동원 등 가입 ‘한반도평화포럼’ 고압적 논평 물의
  •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한반도평화포럼 홈페이지 캡처
    ▲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한반도평화포럼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고, 한반도를 다시금 평화와 번영의 길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며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를 주도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 국민을 상대로 군사작전 하듯 사드 배치를 강행한 한민구 국방장관,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해 개성공단의 문을 닫아버린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그 뒤에서 이들을 조종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이들의 실정은 안보의 불안과 함께 경제의 파탄을 낳았다. 한반도 평화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러 북한을 자극하고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만들려는 태도도 용인될 수 없다."


    북한 관영 매체의 주장과 비슷하지만, 이는 북한 매체의 논평이 아니다. 지난 13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부처 고위직 출신들이 주측을 이룬 <한반도평화포럼>이 발표한 긴급논평의 일부분이다. 

    한반도평화포럼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이사장으로 있으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상임대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대표로 있다.

    이 포럼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통일·안보 정책을 관장했던 인물들이 주측이 된 만큼 햇볕정책의 계승·발전을 고수하고 있다. 2012년 대선 직전에는 차기 정부가 천안함 침몰원인을 재조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반도평화포럼이 페이스북에 올린 긴급논평. ⓒ페이스북 캡처
    ▲ 한반도평화포럼이 페이스북에 올린 긴급논평. ⓒ페이스북 캡처

    한반도평화포럼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적폐 청산 시급하다'는 제목의 긴급논평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외교·안보 관료들이 지금 즉시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며, "각 부처 공무원들도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논평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에 대한 조치로 시행했던 사드배치, 개성공단 폐쇄 등 정책을 '적폐'로 명시했다. 

    논평은 사드배치와 관련해 "사드배치 결정 과정은 외교가 국민의 이익에 직접적인 해악을 입힌 희대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유총연맹 등 시민단체를 비롯한 안보전문가들은 국제 정세를 정면으로 거스른 시대착오적 논평이라고 혹평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한반도평화포럼의 논평에 대해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며 '시대착오적 논평'이라고 일축했다. 

    박휘락 원장은 "이 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나라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났다고 국가정책이 모조리 변경돼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아직도 왕조시대로 보고 있는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모든 공무원을 다 그들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교체할 것인가. 5년 동안 그들의 나라가 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국가의 헌법과 법률이 정해진 바에 따라서 국가정책이 수립되고 그에 따라 공무원들이 집행하는 것인데, 그들이야말로 정권을 잡게 된다면 그들 생각대로 국정을 함부로 운영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은 15일 성명서를 통해, "흡사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는 '한반도평화포럼'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자총이 한반도평화포럼을 향해 '점령군 행세'라고 표현한 것은, 한반도평화포럼에 참가한 일부 인사들이 야당 대선 후보 캠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포럼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을 야권의 대선 승리로 착각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석해 공동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석해 공동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포럼의 상임대표인 정세현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캠프 자문단인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도 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또한 문 전 대표 캠프의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총은, 관계 부처 공무원들에게 '부역 행위를 하지 말라'고 위협한 한반도평화포럼에 대해 "튼튼한 국방과 외교, 나아가 자유통일을 위해 헌신하는 대한민국 공직사회 전체를 모독하고 협박하는 행위"라며, 포럼 측의 성의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자총은 정부의 사드배치를 '참사'로 표현한 논평에 대해 "논리적 사실적 근거 없는 운동권식 반미선동"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자총은, 포럼 측이 개성공단 폐쇄를 비난하는 것과 관련해 "그간 동포애적 차원에서 북한에 천문학적 경제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이것이 연평해전, 천안함폭침, 연평도 포격 그리고 다섯 차례의 핵심험으로 돌아온 사실을 망각했느냐"고 반문했다. 

    자총은 이어 "대북 유화론의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아집이며, 국제연합(UN)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북한 개혁개방 로드맵의 방향과도 위배되는 무지의 소산"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포럼의 상임대표인 정세현 전 장관이, 김정은의 김정남 암살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도 규탄했다. 

    한반도평화포럼에는 속칭 '진보 진영'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교수, 백승헌 전 민변 회장 등 사회 각계 인사 17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한반도평화포럼의 창립 회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고경빈(전 통일부 정책홍보실장), 고유환(동국대 교수), 고은(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기광서(조선대 교수), 김갑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광운(국사편찬위 편사연구사), 김근식(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기식(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기정(연세대 교수), 김동한(동국대 교수), 김만복(전 국가정보원장), 김병상(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김보현(제주대학 석좌교수), 김상근(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 김선혁(고려대 교수), 김성보(연세대 교수), 김성수(성균관대 교수), 김숙임(평화박물관 상임대표), 김연철(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영식(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 통일위원장), 김영주(남북평화재단 상임이사), 김용현(동국대 교수), 김재용(원광대 교수), 김종욱(동국대 교수), 김현호(대한성공회 신부), 김형기(연세대 교수), 나핵집(기독교장로회 총회 평화통일위원장), 노귀남(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도종환(시인), 맹재형(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 통일위원장), 명진(봉은사 주지), 문정인(연세대 교수), 박건영(카톨릭대 교수), 박명림(연세대 교수), 박선원(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박순성(동국대 교수), 박영숙(미래포럼 이사장), 박진원(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처장), 박태균(서울대 교수), 박희진(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백낙청(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명예대표), 백승헌(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종천(전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 백학순(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서보혁(이화여대 교수), 서주석(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서중석(성균관대 교수), 세영(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 송정호(전북대 교수), 신언상(전 통일부 차관), 심재식(인도주의실천의사회 이사장), 안병욱(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염무웅(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오재식(성공회대 교수), 오창은(아주대 교수), 윤기원(법무법인 원 변호사), 윤수경(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이관세(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이근(서울대 교수), 이근복(KNCC 선교훈련원장), 이기범(어린이어깨동무 상임이사), 이기욱(법무법인 창조 변호사), 이기호(한신대 교수), 이남주(성공회대 교수), 이만열(숙명여대 교수), 이무철(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이병(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 이봉조(전 통일부 차관), 이석태(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이선종(원불교 서울교구장), 이승환(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이오영(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이용선(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장희(한국외국어대 교수), 이재정(전 통일부 장관), 이정철(숭실대 교수), 이종무(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소장), 이종석(전 통일부 장관), 이해학(성남주민교회 담임목사), 이행봉(부산대 교수), 이현숙(전 적십자사 부총재), 이희옥(성균관대 교수), 임동원(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임재형(단국대 사회과학연구소), 임종철(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사장), 장명봉(국민대 명예교수), 장석준(전 적십자사 사무총장), 전인영(서울대학 명예교수), 전현준(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정도상(겨레말큰사전남북편찬사업회 상임이사), 정성임(현대사연구소 연구위원), 정세현(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정용욱(서울대 교수),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인성(원불교 교무), 정태헌(고려대 교수), 정해구(성공회대 교수), 정현곤(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 정현백(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 조명균(전 대통령 안보정책비서관), 조영선(법무법인 동화 변호사), 조영희(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조은희(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주진오(상명대 교수), 지관(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희관(인제대 교수), 채수일(한신대 총장), 최병모(법무법인 씨엘 변호사), 한완상(전 적십자사 총재), 한운석(고려대 교수),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함세웅(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홍석률(성신여대 교수), 홍정길(남북나눔운동 대표), 황상익(서울의대 교수), 황인성(통일맞이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