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는 아직" 일단 선 그었지만…다른 주자에 날 세워
  •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 그는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를 묻자 탄핵 판결이 있어 지금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답했다. 사진은 그간 억울함을 토로하는 홍준표 지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 그는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를 묻자 탄핵 판결이 있어 지금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답했다. 사진은 그간 억울함을 토로하는 홍준표 지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관련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1년 10개월 동안 정치적으로 발목을 잡아온 짐을 털어냈다.

    혼준표 지사는 "급한 것도 아니고 탄핵 소추안이 진행되고 있어 대선 문제를 지금 거론한다는 건 성급하다"고 언급했다. 탄핵 판결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장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기각시 출마를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경상남도청 서울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10개월 동안 폐목강심(閉目降心·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화를 다스림)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걸 경험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제 공직생활을 한 지 30여 년이 되는데, 공직생활 내내 참으로 조심하며 살았다"면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내가 연루된다고 처음 보도됐을 때 내 스스로 업보라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가 97년 '한보 리스트' 사건 당시 정태수 회장이 의원회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줬다는 말을 듣고 국회의원 4선 동안 방 문을 닫아 놓은 적이 없다"면서 "27년 동안 접대가 나오는 술집도 안 가는 사람이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나아가 "이날 항소심을 보니 사실 인정 여부는 대법원의 심리 여부 대상이 안 된다"면서 "대법원에서도 법률적 쟁점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앞서 제15대 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내리 4선을 한 뒤 경남도지사를 두 번 역임하면서 차기 대선주자로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진 뒤 사정이 변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기고 간 메모에 그의 이름이 나왔고, 불법 정치 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현금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그는 법정에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이후 지난해 9월, 그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홍 지사는 "나중에 내가 저승에 가서 성완종한테 물어보겠다"면서 재판부의 결정에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이날 기자들의 관심은 홍준표 지사의 대선 출마 여부에 집중됐다. 마침 자유한국당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태인데다 그의 발목을 붙잡았던 재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으니, 남은 것은 대선 출마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기자회견 내용이 대선 출마 선언'이라는 정보지가 돌기도 했다.

    홍 지사는 "대선 출마는 급한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경제·정치·사회·남북·외교 대란 등 천하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나는 대란에 대처할만한 지혜가 있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자신이 나갈지 여부를 정하는 문제도 아니고 단계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뒤이어 "지금 탄핵 가부 여부가 결정되고 있어 대선 문제를 지금 거론한다는 건 성급하다"면서 "(탄핵 여부가 결정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탄핵 소추안 판결이 어느 쪽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대선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 ▲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 여파로 자유한국당에서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 여파로 자유한국당에서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탄핵 소추안이 기각될 경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만일 탄핵안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문재인 전 대표 대세론 속에서 홍 지사가 효과적으로 후보자 검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에는 12월 대선으로 후보자 검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 '역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에 우선 '신중론'을 펴면서 사태를 관망하기로 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홍 지사는 이 자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 "마치 슬롯머신 기계 앞에 나와 10센트를 넣어서 100만 불을 기대하는 모습"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땅한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을 이용해 운 좋게 정치적 체급을 키울 궁리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남 도정이 내가 맡은 이후로 땅 한 편을 안 팔고 행정·재정 개혁만으로 1조 4천억 원을 갚았다"면서 검증된 후보임을 어필하기도 했다.

    아울러 친박계에 대해서도 "이념 없는 집단은 정치집단이 아니라 이익집단"이라며 "자기들이 이익이 없을 때는 당연히 붕괴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그는 탈당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했다.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당이 아닌 우파 진영의 본산이라 쉽게 떠날 수 없다"면서 "두 당이 갈라선 계기도 일부 양박(X아치 같은 친박)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면 양 당이 같은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