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곁다리보단 내가 낫다"…문재인 맹비난

이재명 성남시장이 "곁다리로 옆에서 지켜봤던 그런 사람보단 (내가) 더 낫다"고 참여정부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재명 시장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지자체 운영 경험으로 과연 국가 운영을 잘 할 수 있나'고 말들 한다. 선박 얘기를 하겠다. 배의 선장은 한 명이다. 또 큰 배의 선장을 뽑는다고 가정할 때, 큰 배에 있던 주방장과 갑판장보다는, 작은 중형배의 선장을 발탁해 쓰는 게 낫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시장은 "유럽의 경우, 자치단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중앙정부 인사로) 발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의도 정치세력에 속한 사람들과 저를 놓고 '지휘' 면만 따진다면 제가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시장이 이같이 언급한 배경에는 '지방행정 경험만으론 정부-국회 등 권력 관계를 다루는 데 우려가 있지 않나'라는 패널의 질문이 존재했다.

나아가 이재명 시장이 '지휘력'를 강조한 데는 문재인 전 대표의 '운영 능력'을 꼬집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 시절, 계파 갈등을 봉합시키지 못한 경력이 있다. 안철수 의원을 필두로 한 지금의 국민의당이 이를 방증한다.

이재명 시장은 "'지휘'가 중요하다. 어느 근처에서 놀아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나쁜 요소만 배웠을 것"이라며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포진시켜서 한 자리 한 자리 주고 그러면, 잘못하면 '순실(현 정부의 비선실세)'이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문재인 전 대표 얼굴이 화끈할 것이라는 게 아권 안팎의 전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시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언급한 '어느 근처'는 '참여정부'가 아닌가 싶다. 또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 발언은 '친문계'를 뜻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이 유독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날린 이유로는 '진보 지지층의 표심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재인-이재명, 민주당 경선을 준비 중인 두 잠룡의 지지층은 전반적으로 진보층이 포진돼 있다는 얘기다. 이 시장이 문 전 대표 비판을 통해 진보층의 시선을 돌려보려는 풀이기도 하다.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재명 시장이 언급한 "국민 80% 가까이가 대통령 탄핵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후보들이 '승복(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을 얘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발언도 정치권 분석에 힘을 더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에 승복하겠다고 밝힌 민주당의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다.

다만 이재명 시장의 이러한 주장은 헌재 판결에 저항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이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이재명 시장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미리 작성된 발제문을 읊지 않고 직접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전 다른 사람이 학교 다닐 때 어머니 손 잡고 공장 다닌 소년 노동자다. 저는 특별한 정치적 유산-세력 없이, 그야말로 '성남시장'이라는 작은 자치단체의 실적만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며 "어딘가에 기대지 않고, 제 진정성을 증명해서 국민 기대를 충족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