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 선거연령 개정-재외동포 참정권 제한 보완 필요성 주장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예방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예방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촛불 입법' 추진에 발 벗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전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대해, 추진 가능한 과제들은 국회에서 빠르게 해결해 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정 의장을 예방한 배경에 대해 "새해 인사차 대통령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국회가 중심 역할을 해 달라라는 민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촛불입법 제정 추진에 나선 문 전 대표가 사실상 국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정 의장에게 "촛불 광장에서 국민들이 요구해 왔던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개혁입법을 국회가 힘 있게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촛불민심을 입법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취지라는 주장이지만, 국회 고유의 권한인 입법 과정에 특정 성향의 단체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文, 정 성향 시민단체 국회로 끌어들이는 이유는?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달 시민단체와의 개혁입법 논의 카드를 최초로 꺼내든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성명에서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청산과 개혁을 위한 입법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할 사회개혁기구의 구성을 제안한다"며 "시민사회도 참여하게 해 광장의 의견을 함께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정국 수습책으로 대두되고 있는 '여야정협의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민사회 참여의 '사회개혁기구' 구성을 주장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또 "청산과 개혁은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오더라도 필요한 일로, 촛불이 지켜낸 민주주의를 국회가 제도화해야 한다. 시민사회도 참여하는 등 광장의 의견을 함께 수렴해야 할 것"이라며 광장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이에 발 맞춰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촛불민심을 정책적으로 받기 위해 시민사회와의 정책협의 틀을 만들 것"이라며 촛불입법에 시동을 걸었다.
  • ▲ 국회 앞에서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뉴시스
    ▲ 국회 앞에서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뉴시스

    ■ '국가보안법 폐지-한미FTA 반대' 전력 단체와 손잡은 文

    민주당 지도부는 연초부터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개혁입법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다.

    야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민주당은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과 개혁입법 정책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시민단체 역시 자체 워크숍을 여는 등 본격적인 정책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전국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조직으로, 2001년 2월 27일 전국 211개 단체 참여로 출범했다.

    단체는 출범 이래 이라크 전쟁 반대 및 추가파병 중단촉구, 국가보안법 폐지, 호주제 폐지, 정치개혁 촉구,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 반대, 북한 수재민 돕기 모금 캠페인 등의 활동을 벌였다.

    특히 이들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무효, 용산 철거민 진압 규탄 및 이명박 정부 악법 저지 운동, 시민사회의 지방선거 참여 전략 논의, 한미 FTA 협상 중단 요구, 제주도 군사기지 추진 등과 관련된 활동을 주도적으로 펼친 바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4대강 사업, 사회경제적 정책의 보수화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및 저지운동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민주노총,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 각종 진보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모여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을 규탄하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구성한 비상회의체를 말한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발족식을 열기도 했다.

    ■ 사드 반대가 촛불 민심? 단체 주장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제1야당 

    비상국민행동은 최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6대 긴급 현안'을 제시했다.

    비상국민행동이 민주당에 전달한 '6대 긴급현안'에는 세월호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특검법,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철회, 성과연봉제 중단, 언론장악·방송법 개정 등이 포함됐다. 특정 성향의 단체들이 국익과는 거리가 먼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입법에 연결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시민단체와의 협의 업무를 담당할 인사로 민주당 남인순 진선미 의원과 김기식 전 의원 등 3명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 따르면 야당은 시급한 당면 해결과제로 국정교과서 폐기와 사드 배치·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위안부 합의 등의 '불통 정책' 중단을 제시한 상태다.

    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과정에서 표출된 '촛불민심'을 정책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시급한 2대 과제, 단기 7대 과제, 중장기 3대 과제 등 이른바 '촛불 혁명 12대 과제'를 정해 입법 및 정책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 과제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해체를 촉구하고, 언론장악방지법을 추진키로 하는 내용과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및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등 검찰개혁 과제의 추진 등이 담겨 있다.

    민주당은 특히 시민의 정치 참여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국회·지방의회가 공공갈등이 예상되는 일정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의 요구에 따라 민회 구성, 민회의 의견개진 및 심의·의결과정 참여권 부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의회법 제정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런 골자의 법안을 올해 2월 임시국회, 최소한 4월 임시국회까지 완비해 국회 통과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이 야권의 핵심 지지층으로 떠오른 촛불시위 주도 단체를 의식해 무책임한 입법 추진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특정 성향 단체의 표를 의식한 나머지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이익엔 도움이 되지 않는 특정 시민단체의 정책을 입안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개혁보수신당에서도 민주당의 이런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나온다.개혁보수신당의 한 의원은 "입법 기능은 국회 본연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일부 국민만을 대변하는 특정 성향의 단체를 입법의 과정에 끌어들이려 한다면 그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계했다.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예방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예방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문재인, 민생과 거리 먼 '선거연령 인하' 주장

    문 전 대표는 이날 정세균 의장을 향해 '선거연령 인하' 문제를 언급, "OECD 34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선거연령을 19세로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문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재외동포의 참정권이 제한되는 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선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확장성 부족' 약점을 드러낸 문 전 대표가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국회의장을 대놓고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0~30대 등 젊은 층과 재외국민 등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선거연령 인하' 현실화를 통해 의외의 표를 끌어모우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정세균 의장은 문 전 대표의 주장에 "선거연령 인하는 국회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될 사항"이라고 답하며 "각종 개혁 과제들에 대해 각 정당이 관련 법안들을 제출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겠다"고 맞장구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또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과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문 전 대표를 향해 "국민들의 기대가 굉장히 큰 것 같다"면서 "금년에 꼭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셔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인공이 되주시길 기대한다"며 말했다.

    새해 덕담이지만, 해석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의장이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북한을 향해 "금년도 우리 정국의 변화기를 틈 타 과거처럼 불순한 의도로 허튼 짓을 하려 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김정은 정권과 북한에 분명히 경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핵과 경제를 모두 가질 수 없다"며 "추가로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감행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살 길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이제까지 한국 및 국제사회와 약속한 모든 합의를 이행하는 길뿐이다.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거듭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중도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