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균 칼럼] 초호화 여행 의혹 송희영 주필, 어디까지 얽혀 있나... 檢 수사 확대에 촉각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모 유력 언론사 언론인과의 유착 관계에 관해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모 유력 언론사 언론인과의 유착 관계에 관해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상상하기 싫은 일이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벌어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폭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홍보대행업체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박수환(58) 대표와 유력 언론사 최고위급 간부의 특별한 유착 의혹.

    여기에 두 사람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을 더하면, 의혹은 쉽게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김진태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수환 대표와 모 유력 언론사 논설주간(당시)은 2011년 9월 대우조선해양이 전세낸 영국 항공사 소속 10인승 전세 제트기를 통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 이 회사 임직원들과 동행했다.

    김진태 의원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 상태였는데, 회사 CEO는 민간인까지 데리고 초호화 전세기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언론사는 이 시기를 전후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우호적인 사설(社說)을 수차례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해당 언론사와 문제의 최고위급 간부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다.

    <조선일보>의 송희영(62) 주필을 겨냥한 김진태 의원의 폭로라는 얘기다.

     

  •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네이버 인물정보
    ▲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네이버 인물정보

     

     

    #. 김진태, 조선일보와 정면 승부

     

    김진태 의원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조선일보>의 보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었다.

    "어느날 갑자기 <조선일보>에 우병우 처가의 부동산을 진경준과 가까운 넥슨의 김정주가 샀다, 이렇게 보도가 된 다음부터 이게 시작이 됐다.
    신문보도가 난 다음부터 계속 이렇게 지금 거의 한 달째 시끄러운데, 그 부동산 매매 건에서 별다른 게 나오지 않으니까 이제는 아들이 의경 운전병 할 때 특혜를 받았다, 또 무슨 땅이 어떻게 됐다, 무슨 가족회사가 어떻게 됐다, 계속 이렇게 넘어가는데 그래도 무슨 특별한 게 나오질 않았다.

    민정수석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될 입장이고 모양도 참 안 좋고 그건 맞다.
    그런데 언제 우리나라가 그렇게 원칙대로만 하는 나라냐?
    그냥 신문에 났으니까 무조건 옷 벗고 내려오라고 하는 지금 이런 형편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도 이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뭐 신문사 전부 폐업할 거냐?
    지금 조사 받고 있는데 간판 내리고 결론 날 때까지 영업을 안 할 순 없는 거잖나."

     - 김진태 의원(신동호의 시선집중 中)


     

    사실 다른 언론사들의 취재 과정에서도 송희영 주필의 실명이 종종 거론됐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여러 영향을 고려한 탓인지 지면에 실린 보도에서는 이니셜 S씨로만 표기됐다.

    <동아일보>는 23일 "뉴스커뮤니케이션즈는 대기업에 일감 수주를 위한 제안서 등을 보낼 때 유력 일간지 고위 언론인 S씨, 검찰 고위 간부 K씨 등의 실명과 휴대전화 연락처를 기재하며 친분을 과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박수환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박수환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동아일보>는 이틀 뒤인 25일 단독 보도를 통해 좀더 자세한 의혹을 제기했다.

    박수환-민유성-남상태-송희영…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들이 서로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유착 의혹이다.

    검찰은 박 대표 신병을 확보한 뒤 박 대표와 친분이 깊은 민 전 행장, 유력 일간지의 고위 간부 S씨와 K씨, 전직 검찰 고위 간부 K씨 등을 상대로 제기된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의혹 선상에 오른 한 유력 언론인은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1·구속 기소)의 연임을 여권 핵심 인사에게 청탁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확인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미 박 대표를 상대로 사회 지도층 인사와의 유착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홍보업계에서는 평소 박 대표가 관리했다는 언론계, 관계, 정치권 인사 이름이 적시된 '박수환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주도한 친(親)대우조선 보도 색채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진태 의원이 언급한 <조선일보>의 사설(社說)은 다음과 같다.
    2011년 5월부터 10월까지 총 네번에 걸쳐 지면에 실렸다.

    [사설] 재벌 '총수 문화', 바꿀 건 바꿔야 한다 (2011. 5. 18)

    [사설] 공기업 국민株 구상, 회사가 더 성장하는 계기 돼야 (2011. 8. 3)

    [사설] 고졸 채용 늘리니 대학 가려는 전문高학생 줄었다 (2011. 9. 14)

    [사설] 대우조선이 간부후보로 고졸 뽑는다는 반가운 소식 (2011. 10. 13)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2011년 초부터 약 1년 간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소식과 남상태 사장의 고졸(高卒) 채용 정책을 지면에서 비중있게 다뤘다. 

    대우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최대 30척 수주 대박... 세계 경제 회복 신호탄? (2011. 2. 22)

    [발해만의 대변신] 신도시 건설·대도시 연결 교통망 구축... 동북3성 물류중심으로 도약 (2011. 5. 17)

    [대우조선해양] 찾아가는 적극적 영업, 4조원 선박 수주 이뤄 (2011. 6. 30) 

    대우조선, 高卒과 大卒 차별 없애기로 (2011. 8. 30)

    대우조선 "고졸 위해 '중공업 사관학교' 운영"' (2011. 9. 9)

    "성적 아닌 꿈의 크기를 보겠다" (2011. 10. 12)

    대우조선해양 첫 고졸 관리직 100명 공채... 특목고生·인문계 1등급도 왔다 (2011. 10. 12)

    [조선데스크] 학벌주의 깬 고3들 (2011. 10. 15)

    세계 최대 해양 플랜트 탄생 (2011. 11. 25)

    220명 장애인과 하나된 따뜻한 겨울 하루 (2011. 12. 30)

    상선서 해양플랜트로... 조선 주력업종 이동 (2012. 1. 5)

    학벌의 벽 허물고 한국의 스티브 잡스로... (2012. 1. 6)

     

  •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뉴시스
    ▲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뉴시스

     

    특히 뉴스커뮤니케이션스(이하 뉴스컴)가 고객들에게 보낸 영문 제안서에는 "우리는 수많은 관(官)계와 재계 고위층 인사들과의 관계를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utilize numerous, high-level relationships in government and business."

    <동아일보>는 이를 두고 뉴스커뮤니케이션즈가 정재계와 언론인 S씨 등의 실명과 휴대전화 연락처를 적을 정도로 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영업을 벌인 구체적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24일 민유성 전 행장에게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을 청탁하는 대가로 대우조선해양에서 20억원대 특혜성 일감을 제공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박수환 대표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밤 박수환 대표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소명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민유성 전 행장이 2011년 퇴임 후 사모펀드 운영사인 티스톤파트너스와 나무코프 회장으로 옮겨간 뒤에도 뉴스커뮤니케이션즈에 각각 수천만원대 홍보 일감을 맡긴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민유성 전 행장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 송희영 주필, 누구와 어떻게?

     

    곳곳에서 등장하는 송희영 주필이다.
    그렇다면 송희영 주필과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송희준씨가 송희영 주필의 친형이라는 점이다.

    <세계일보>는 23일 유력 언론인 A씨의 친형 B씨는 남상태 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직후인 200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대우조선해양의 내부 규정에 따라 감사위원회 감사위원도 겸하며 재무재표 승인 등의 업무를 맡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절벽에 선 한국경제: 30년 경제전문기자의 44가지 경고와 대안>

    송희영 주필이 2013년 1월에 쓴 책이다.
    이 책 서문에 박수환 대표의 이름이 실려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쓸 때 마다 색다른 제안과 허를 찌르는 비판을 해주신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사장님과 항상 재치와 기지가 넘치는 코멘트와 함께 서투른 맞춤법을 교정하는 데 천재성을 보여준 박은주 조선일보 문화부장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평소 격려와...

     

  •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저서 中 ⓒ구글 도서
    ▲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저서 中 ⓒ구글 도서

     

    송희영 주필은 지난해 삼성, 엘리엇 해지펀드 간 분쟁(紛爭) 당시 노골적인 [엘리엇 편들기]에 나서 빈축을 샀었다.

    이 때 [엘리엇의 입] 역할을 한 이가 바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다.

    뉴스커뮤니케이션은 1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을 공격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언론 창구를 맡았다.

    송희영 주필이 이 무렵 쓴 칼럼은 압권(壓卷)이다.


    [송희영 칼럼] 오만한 少數, 한 맺힌 多數

    2015년 6월 27일자다.
    송희영 주필은 [오만한 소수(少數), 잘나가는 소수(少數)]의 예로 표절 논란을 일으킨 신경숙 작가와 관련 출판사, 변호사 시장에서 6~7할을 챙겨가는 대형 법률회사(로펌·law firm),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꼽았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을 도마에 올려 놓고는 "환자를 싹쓸이해 간다는 불평", "혹독한 심판대", "초대형 병원들에 대한 원망"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의료진 불신(不信) 풍조를 조장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치켜세웠다.

    "삼성서울병원은 한 맺힌 다수가 공격한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던 송희영 주필의 글귀가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조선일보가 열심히 삼성그룹과 각을 세우고 있던 때다.
    조선일보의 논조를 두고 많은 이들이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던 상황이다.

    삼성과 싸우는 엘리엇의 대변인,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

    박수환 대표를 저서에서 한껏 치켜세운 송희영 주필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 삼성을 강하게 비판하는 송희영 주필의 칼럼. ⓒ조선일보 인터넷판 캡처
    ▲ 삼성을 강하게 비판하는 송희영 주필의 칼럼. ⓒ조선일보 인터넷판 캡처

     

    여러모로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최근 검찰은 박수환 대표가 재계에서 '송사(訟事) 해결사'를 자처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박씨가 법적 분쟁에 휩싸이거나 인수·합병전에 나선 기업들에 접근해 일정 컨설팅 역할을 해주겠다며 거액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특별수사단은 박수환 대표에게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를 적용했다.

    <문화일보>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박수환 대표는 언론인을 포함한 사회 고위층 인사들과의 인맥을 자랑하며 송사에 휘말리거나 위기 상황에 부닥친 기업 및 부처 등에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 문화일보, 8월 26일자 보도 발췌

    영문으로만 돼 있는 뉴스컴 홈페이지에는 ‘위기와 이슈 관리’를 주요 업무 분야로 소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09년 유동성 위기에 처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이 임박한 금호그룹에도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해결해주겠다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뉴스컴 연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30억 원을 요구했고, 금호그룹은 계약금 10억 원을 줬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결국 채권단과 재무구조 약정을 체결하게 됐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박 대표가 뉴스컴을 정·관계 로비 업무에 중점을 둔 불법 브로커 회사처럼 운영했다고 판단해 24일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6일 법원은 박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다.

    또 수사팀은 뉴스컴이 다른 대기업 여럿과도 홍보대행업계 관행보다 월등히 비싼 용역 계약을 맺은 사실을 포착해 그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뉴스컴은 2008년 당시 매물로 나온 대우조선 수주전에 뛰어든 GS로부터 5억5000만 원 규모의 컨설팅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전에는 GS,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등이 예비 입찰에 참여하는 등 뜨거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검찰은 당시 박 대표가 민 전 행장과 친분을 내세워 인수 로비를 약속하고 거액 계약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GS 측에 체결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뉴스컴이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LIG 등 다른 여러 대기업에서도 통상 계약보다 고액의 대형 용역을 수주한 경위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환 대표는 1997년 뉴스커뮤니케이션을 세워 사업 초기 주로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영업했다. 그러던 중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홍보를 맡은 것을 계기로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는 얘기가 많다. 이후 박수환 대표는 넓어진 인맥을 기반으로 '송사 마케팅' 영역에 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유성 전 행장과 송희영 주필의 관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진다.

    송희영 주필은 지난 2008년 8월 8일, 조선일보 논설실장을 맡고 있을 당시 <누가 월 스트리트를 두려워하랴>라는 제하의 칼럼을 썼다.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를 인수하려고 시도하던 때였다.
    당시 "배(이득)보다 배꼽(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빗발치던 상황임에도 송희영 당시 논설실장은 '잘 고르면 몇 년 후 엄청난 수익을 거둘 만한 물건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송희영 주필이 이 칼럼을 쓴지 한 달여 만에 리먼브러더스는 파산(破産)했고,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전세계를 뒤덮었다.
    조선일보의 빗나간 예측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라고 권했었다.

    이는 불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기 11일 전이었다.

    당시 산업은행장이 바로 민유성이었다.
    민유성 전 행장과 송희영 주필은 1954년생 동갑내기고, 두사람 사이엔 박수환 뉴스컴 사장이 있었다.

     

    <관련 기사>

    '리먼 인수' 선동 조선 주필, "오만한 소수, 한 맺힌 다수" 운운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258967

     

  • 2008년 리먼 인수를 주장하던 송희영 주필의 칼럼. ⓒ조선일보 인터넷판 캡처
    ▲ 2008년 리먼 인수를 주장하던 송희영 주필의 칼럼. ⓒ조선일보 인터넷판 캡처

     

     

    #. 나비효과, 조선일보를 덮치다

     

    김진태 의원이 왜 <조선일보>의 송희영 주필을 정면 겨냥한 것인지, 그 구체적인 배경과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치권 내에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연일 흔들고 있는 <조선일보>와 친박(親朴) 진영 간 갈등이 도화선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조선일보>와 친박(親朴), 양측 사이가 틀어진 것은 이미 언론계에선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양측이 어떤 문제로 충돌했는지 역시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정책이니, 입법이니, 이익이니, 떠돌아다니는 해석만 무성하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통진당 해산 때문에 현 정부에 불만이 많은 좌파 세력이 합작해 '대통령 흔들기'에 나선 게 이번 우병우 논란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23일 보도에서 한 친박계 인사의 말을 인용, "청와대는 특정 언론이 내년 대선 정국과 관련해 친박 진영의 힘 빼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우병우 수석 사퇴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애초부터 여론몰이식 보도 배경에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특정 언론과 이 특별감찰관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보도의 정치적 의도를 확신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그간 비박(非朴) 진영의 대표적 인사인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두둔해 왔다.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어느 시점부터 <조선일보>는 친박(親朴)을 넘어 청와대를 겨냥한 비판을 수시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감정 섞인 보도를 접한 여권 관계자들은 격한 불만을 토해내며 맞서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조선일보의 비판 수위는 점차 높아가고 있다. 비판(批判)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非難)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보도만 놓고 보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의 거물(巨物), 송희영 주필을 둘러싼 의혹을 검찰이 어디까지 파고 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의 기류가 민감한 만큼 검찰의 입장 역시 미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검찰 소환을 앞둔 롯데그룹 내 2인자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69)이 자살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민유성 전 행장은 지난해 '롯데가(家) 장남의 입'을 자처하면서 고문으로 불렸었다.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이론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지구 반대편,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태풍으로 돌아오고 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시작된 의혹이 진경준 게이트를 거쳐 롯데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정치권을 덮쳤다.

    대한민국 1등 언론이라는 <조선일보>까지 소용돌이에 휘말릴 분위기다.
    물고 물리는 의혹에 폭풍우 치는 밤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제 파문의 끝을 알 수 없다.

    송희영 주필이 타고 여행했다는 초호화 전세기 사진만 유령처럼 덩그러니 국회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송희영 주필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지난 2011년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 사태 당시 대우조선해양 공식 초청을 받아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출장을 간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취재 차원의 공식 초청에 따른 출장이었다고 내부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모 유력 언론인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과 함께 동승했다고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목한 전세 제트기의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모 유력 언론인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과 함께 동승했다고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목한 전세 제트기의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