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김영한 당시 민정수석, 출석 요구받자 "선례 남기지 않겠다" 사퇴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불출석 관례를 지키기 위해 사퇴하는 방향으로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에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이영래 경호차장직대, 김재원 정무수석 등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불출석 관례를 지키기 위해 사퇴하는 방향으로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에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이영래 경호차장직대, 김재원 정무수석 등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얼핏 야권의 공세에 동조한 듯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민정수석의 운영위 불참은 정치적 관례가 돼왔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퇴로를 열어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최근 △진경준 검사장 검증 미비 △배우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특혜 의혹 등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우병우 수석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는 22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병우 수석 본인의 문제를 다루게 된다면, 관례를 들어 (운영위) 불출석을 양해해주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이번에는 (야당이) 민정수석 출석을 요청한다면 출석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얼핏 보기에는 야당의 공세에 따라 우병우 수석의 운영위 출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그간의 국회 관례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우병우 수석의 퇴로를 열어주는 수순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정(司正)과 대통령 친인척 등을 관리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 업무의 특성상 1987년 현행 헌법이 시행된 이후 국회 운영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가 됐다. 물론 5차례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증언한 적이 있지만, 이는 매우 특수한 경우였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 이른바 '정윤회 관련 문건 유출'과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여야가 합의하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를 받아들이자, 김영한 수석은 이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즉각 사직하기도 했다.

    김영한 수석은 당시 민정수석에서 물러나면서 "국회 출석 요구는 정치공세로, 정치공세에 굴복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의 전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난다는 뜻이다.

    우병우 수석도 지금처럼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본인과 주변 문제가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이상, 국회 운영위 출석 요구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특히 해당 사안을 보도한 언론사와 취재진을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시작해서 이미 '사건의 일방 당사자'가 됐으면서, 운영위 출석을 거부하고 버틴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병우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 문제를 거론한 것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물러났을 때처럼 "국회 출석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자연스레 퇴로를 열어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운영위 출석 요구를 받고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이에 불응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의혹 제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모양새가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여당 원내지도부와 청와대 사이에서 얼마나 긴밀하게 교감이 이뤄지고 있느냐의 문제"라며 "교감이 이뤄지는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것이라면, 국회 운영위 출석 요구를 계기로 우병우 수석의 거취가 결론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