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통령 선거 2016 (6)
    “네버 트럼프” 마지노선 – 인디아나

    조광동 /재미 언론인


  • 힐러리 클린턴이 사실상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는 스스로 “프리점티브 노미니(presumptive nominee)라고 선언했습니다.
    “프리점티브 노미니”는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대통령 후보로 예정되고 확정된 것을 말합니다.

    트럼프가 자신을 “프리점티브 노미니”라고 말한 것은 아직 성급한 것이고,
    이것 역시 트럼프 특유의 기선을 제압하는 스타일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허세와 과장이 많은 트럼프 스타일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트럼프의 후보 가능성이 생각보다 가까워졌다는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위스컨신 예선에서 테드 크루즈에게 패배해서 주춤해졌던 트럼프는 뉴욕 예선에서 60%의 압승을 한 뒤, 4월 26일에 실행된 동부 5개 주 예선에서 싹쓸이 승리를 하면서 후보로 가는 좁은 문이 갑자기 넓은 문으로 변했습니다. 트럼프는 펜실베니아 주를 비롯해 매릴랜드, 로드 아일랜드, 커네티커트, 델라웨어 주에서 미디어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큰 지지로 이겼습니다. 지지율이 모두 54%에서 64%에 이르렀습니다.

  • ▲ 도널드 트럼프 자신감 굳어지나(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자신감 굳어지나(연합뉴스)


    특별히 주목을 받는 것은 57%의 지지를 얻은 펜실베니아 주 예선입니다. 펜실베니아는 미국의 각종 인종과 계층이 복합된 주로서 투표 의식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와 성향과 크기가 비슷한 일리노이 주에서 1개월 전에 있었던 예선에서 트럼프가 39%의 지지로 승리한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 득표율이 50%를 훨씬 넘은 것은 진보성이 강한 동부 지역의 의식을 반영한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전국적인 현상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비슷한 시기의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의 공화당 전국 지지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었습니다. 이러한 숫자가 서로 연관을 가지는 것이라면 공화당의 트럼프 거부감이 상당히 완화되고 트럼프의 대세론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트럼프는 절대로 안 된다”는 공화당의 “네버 트럼프 (Never Trump)”나 “스톱 트럼프 (Stop Trump)” 운동이 한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를 저지하려는 보수 진영에서 그동안 막대한 선거 자금으로 대대적인 TV광고를 했으나
    효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후보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와 존 케이식은 지난 주 선별적인 “연합 (Alliance)” 전선을 펴고 크루즈의 지지세가 강한 인디아나 예선에서 케이식이 선거 운동을 하지 않고, 대신 케이식의 지지도가 강한 오레곤 주와 뉴멕시코에서 크루즈가 선거 운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러한 선거 운동 공조에 대해 트럼프는 “결탁 (Collusion)”이라고 비난하
    고, 크루즈와 케이식이 필사적으로 절박한 입장에 와 있는 것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이와 함께 인디아나 예선을 5일 앞두고 크루즈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쟁자였던 칼리 피오리나 (Carly Fiorina)를 부통령 런닝 메이트로 지명했습니다. 피오리나는 공화당의 17명 대통령 후보 출마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로 한 때 지지율이 3위까지 올라갔습니다. 트럼프가 “저런 얼굴로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을 해서 곤욕을 치루었던 저런 얼굴의 당사자가 바로 피오리나입니다.

    크루즈 진영이 케이식 측과 선거 공조와 피오리나 부통령 런닝 메이트 카드를 꺼낸 것은 인디나아 예선을 앞둔 마지막 총력전이기도 합니다. 이 카드가 절박한 것인지 절묘한 것이 될지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케이식과 선별적인 선거운동의 공조 내용도 크루즈와 케이식의 말이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한 쪽이 과감하게 포기하고 연합 전선을 펴는 것도 아니고, 어느 특정 주에서만 선거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성을 가지고 있고, 연합 전선을 펴는 시기도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크루즈가 피오리나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냉소적인 반응을 가져오기에 충분합니다.
    지금 대통령 본선 선거전을 하는 것도 아니고 후보전을 하는데 후보가 런닝 메이트를 갑자기 지명한 것도 모양새가 우습습니다. 자신이 후보로 되는 데 역부족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지원을 긴급 수혈하는 절박성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거기에다 크루즈는 예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고 트럼프가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 못했을 때 “브로커드 컨벤션 (brokered convention)”에서 흥정으로 뽑는 지명전을 노린다는데서 더욱 그렇습니다.

  • ▲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연합뉴스)
    ▲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연합뉴스)

    결국, 반전을 꾀하는 이런 드라마는 트럼프의 기세가 높아졌고,
    5월 3일에 있을 인디아나 예선이 트럼프 저지의 마지노선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인디아나 예선은 트럼프와 크루즈 양쪽 서로가 이겨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전투이지만,
    특히 크루즈에게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혈투입니다.
    크루즈가 이기면 트럼프를 저지하는 세력을 다시 결집시켜 “브로커드 컨벤션”의 2차 투표,
    3차 투표에서 후보자가 되는 행운을 생각할 수 있지만,
    크루즈가 패배하면 트럼프 저지 둑이 무너질 것입니다.

    인디아나 주는 보수성이 강하고,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많아서 앞으로 남은 예선에서 크루즈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지역입니다. 그동안 크루즈가 트럼프를 앞서 왔으나 최근에 트럼프 지지도가 크루즈 보다 5%에서 8% 정도 앞서고 있습니다.

    선거 분석가들은 예측하기 힘든 막상막하의 선거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디아나 예선에서 트럼프가 이기면 트럼프는 “브로커드 컨벤션”으로 가지 않고 후보가 되는 길이 탄탄해지고, 어쩌면 거의 확실해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는 후보가 되는데 필요한 1,237명 가운데 956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인디아나는 57명의 대의원 가운데 표를 가장 많이 얻은 후보에게 30명의 대의원을 할당하고 나머지는 각 선거구에서 표를 가장 많이 얻은 후보에게 주어집니다.

    트럼프가 인디아나에서 패배할 경우, 트럼프가 1,237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잠시 수그러든 공화당의 선거 규정이 다시 도마위에 올라 갈 수 있습니다. 뉴욕과 동부에서 압승을 하기 전까지 트럼프는 계속해서 공화당의 후보 경선 규정을 신랄하게 공격했습니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경선법을 “릭드 (rigged)”, “크루키드 (crooked)”, “스캠 (scam)”, “커럽션 (corrup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현재 공화당의 선거법에 부정과 부패, 사기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배를 탄 같은 당의 후보로서는 오르내리기 힘든 격렬한 공격이었습니다.

    공화당 선거법은 대통령 출마자는 물론 선거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트럼프 진영이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동안 크루즈는 오래 전 부터 은밀하게 사전 정지 작업을 하면서 각 지역에 크루즈 사람들을 심어 놓고 대의원들을 크루즈 사람들로 선정 했습니다.

    트럼프가 흥분한 것은 루이지아나, 콜로라도, 노스 다코다, 와이오밍 주에서 대의원을 소수의
    당원들이 결정하고, 이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크루즈 지지 세력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루이지아나, 콜로라도 경우, 트럼프가 크루즈보다 지지가 높지만 크루즈가 대의원을 더 많이
    확보했습니다. 트럼프는 크루즈가 대의원을 훔쳐가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공화당의 선거법은 트럼프의 표현처럼 사기성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밀실 흥정과 거래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왜곡된 규정이라는 공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몰랐던 언론이나 선거 선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이 선거법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트럼프를 비판하는 사람들 까지도 공화당 선거법에 결함과 모순이 많다는 것을 시인했습니다. 공화당 중앙당에서는 이 선거법은 백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것으로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 이러한 규정을 수정할 수는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고칠수는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규정이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트럼프 현상과 같은 전례 없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같은 후보가 선두 주자가 된 전례가 없었고, 선두 주자가 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후보자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한 전례도 없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선거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크루즈와 케이식은 후보 사퇴를 해야하고, 트럼프 말대로 트럼프는 지금쯤 사실상의 후보 - 프리점티브 노미니 (presumptive nominee)가 되었을 것입니다.
    인디아나 예선은 그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