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윤 "야당에 의장직 내주면 식물국회 초래-국민만 고스란히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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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3총선 참패로 인해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내줄 판국임에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는 모습이다.

    집권여당이 가장 중요한 일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당권을 거머쥐기 위한 계파 싸움에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은 더민주, 야당 몫의 부의장은 국민의당'이 맡기로 물밑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게 되면 2002년(한나라당 박관용 국회의장) 이후 14년 만에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배출되는 셈이다.

    야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져간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여당이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당 출신 국회의장인 19대 국회에서조차 정부여당이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망국법이라 불리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이었다.

  •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장직이 야당에 넘어간다면, 집권여당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게 된다.

    '식물국회'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나아가 식물 정부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실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 사수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않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여당 일각에서는 무소속 의원들을 모두 복당시키더라도 야당의 숫자를 이길 수 없으니 국회의장직을 내줘야 한다는 낙담의 소리도 들린다. 

    국회의장은 통상 제1당이 맡는 것이지만, 최종 결정은 국회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당이 야당과 협상에 나설 경우 제2여당의 국회의장 배출도 가능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6대 국회에서 제1당인 한나라당 소속이 아닌 제2당이지만 여당인 민주당 이만섭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된 사례도 있다.

    20대 국회의장 선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남은 시간동안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소속 의원들의 영입으로 제1당의 자리를 되찾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국회의장직에 걸맞는 인재가 여당에 있다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집권여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야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국회의장직은 내주더라도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 때 여당에 유리하도록 실리를 취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9대 국회 상임위 배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5개 전후 상임위에선 야당들이 5분의 3 이상 위원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20대 상임위에서는 여당이 반대하더라도 야당이 연합하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에서는 국회부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온 정갑윤 의원, 20대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 등이 국회의장 핵심 후보로 거론돼 왔다.

     

  • ▲ 정갑윤 국회부의장.ⓒ정재훈 기자
    ▲ 정갑윤 국회부의장.ⓒ정재훈 기자


    정갑윤 부의장은 지난해 12월 8일 조계사로 숨어들어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이 공권력 투입을 결정했을 당시 불교계와 경찰 측을 설득하며 정면 충돌을 앞장서 막은 바 있다.

    당시 정 부의장의 결정적인 중재로 일촉즉발의 사태가 자진 출두로 마무리되면서, 정 부의장은 국회부의장의로서의 리더십을 가감없이 발휘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국회의장직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총선에서 참패하고 당도 엉망인 상태인 지금 상황에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운명을 판가름할 국회의장직의 중요성을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집권여당이 국회의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명분을 잃지 않지 위해 야당과 꾸준히 협상하고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부의장을 지내면서 의장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 자칫 1년 10개월 남은 박근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깨닫게 됐다"며 "혹여, 만약의 경우 제가 의장이 된다면 여야와 정부를 설득해 그 폐단을 최소화 시키는 가교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갑윤 부의장은 "야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져간다면, 어떤 법안 처리에 있어서 국회가 정부를 위해 협상한다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된다"며 "식물국회 초래로 결국 야당 국회의장은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나아가 국회의장을 배출한 정당도 국민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된 상태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지만, 중진 의원들 만큼은 국가를 살린다는 각오로 국회의장직 사수를 위해 뜻을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