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장 드라마와 핵·미사일 도박
    흥행 성공과 위협 실패... 모두 비정상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이제 “주권자인 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는 말은 지겹고도 별 의미가 없다.
    심판을 받겠다고 설치는 자들이나, 그들을 심판대에 올리겠다며 힘깨나 쓰는 자들이나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에 ‘도찐 개찐’이다.
    빨간 넘, 파란 넘, 초록동이들이 전부 동색(同色)이다.
    모두가 똥(便) 빛깔, 다를 바 없다.



  •   이 나라 정치가 코미디나 신파(新派) 수준을 벗어난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면,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작금 이 나라 정치판은 코미디에 신파, 그리고 액션까지 갖춘
    종합 ‘막장 드라마’에 다름 아니다.

      드라마는 정치판에서 철수 안하기로 마음 굳힌 ‘새(鳥)대가리 깡통’(약칭 새대깡)이
    원래 속해 있던 새(鳥)연합 둥지를 박차고 나오면서부터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새대깡’이 ‘안경잽이 대권 재수생’(안대재)과 왜 싸웠는지, 그리고 그 무슨 쉰당을 만들었는지는 그 이유야 다 아는 사실이다. 엊그제 그 쉰당 창당대회를 하면서 어금니를 악물고 ‘중도 개혁’을 외쳤다고 한다.
      ‘중도 개혁’(衆盜 개革)이라...  또 다른 한 떼의 도둑들이 개 가죽을 뒤집어 쓰고 나타났다.
    한편의 코미디다.

  •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으로 ‘새대깡’을 내친 ‘안대재’는
    그 무슨 ‘경제 민주화’만을 부르짖는 노친네를 앞세워 ‘비대위’(肥大胃)라는 걸 만들고
    수렴청정(垂簾聽政)에 들어 갔다고 한다. 그리고 인재를 모은다고 열을 올리더니,
    성과가 좋은지 희희낙락이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북악(北岳) 산장’ 여주인 곁에 있었던 검사(檢事) 출신을 끌어온 것이다. “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습니까”... 마치 자신이 박해 받은 ‘정의의 화신’인 양 나불댄다.
    글쎄 인재(人災)나 안 될지 모르겠다.
      인재(人災)들이 모여서 더 불어터질 ‘그당’의 신파극도 계속될 것 같다.

      빨간 점퍼의 그들에게는 드디어 결투의 날이 목전에 다가왔다.
    박(朴)자 타령이 높아만 가면서, 이제 총부리를 서로에게 겨눌 태세다.
    이제 만 3년이 지나고 있으니, ‘북악(北岳) 산장’ 여주인의 위세도 자꾸 시들해 지는 듯하다.
    이틈을 노린 ‘진실하지 못한 자’들의 조직적인 반란(?)이 시작된 것인가? 이제는 액션이다.
      ‘TK 목장의 결투’가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실제 상황으로 벌어질 참이다.

      정치판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지역감정 팔이’야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인데,
    이즈음에는 거의 활극(活劇) 수준이 됐다.
    고인이 된 슨상님의 늙은 여사님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혹시, 여사님이 낙상(落傷)한 이유도 양쪽에서 서로 잡아 끌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 여기다가 나이 살이나 처먹은 노친네들의 끝 간 데 없이 부나비 같은 권력욕 하며, 너나 할 것 없는 음모(陰謀)와 배신(背信)과 복수(復讐), 그리고 불륜(不倫)의 짝짓기까지...
    나무랄 데 없는 흥행 요소다.

    경제 관련법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국군통수권자의 애걸복걸에 이은, “누구네 개가 짖냐”는 식의 막무가내 반응이 오가는 것도 좋은 볼거리다.
      또한 덧붙여서 ‘생일 난(蘭) 화분’ 주고받기 소동 등 소소한 에피소드와 어김없이 등장하는 막말 논란까지 양념 삼아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막장 드라마는 TV던 정치판이던 묘하게도 시청률과 관전자들이 의외로 높고 많다.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국민들은 은근히 즐기나 보다.
    그러니 이른바 그 무슨 ‘심판’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심판을 해 봤자, 그 넘이 그 넘일 게 뻔하게 됐다.
      정의롭고 능력있는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정의고 능력이다.
    개혁· 혁신을 입에 달고 있지만, 얼굴 두껍고 얕은 수 잘 쓰는 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판세다.

      이런 와중에 일면 초조(?)한 건 저 북녘의 어린 ‘최고 돈엄(豚嚴)’이지 싶다.
    지 애비인 ‘식견(食見)있는 지도자(脂盜者)’에 이어 4차 핵 실험, 그것도 ‘수소탄 시험’을
    연초부터 터뜨렸지만, 무엇 때문인지 이 땅에서는 분위기가 뜨질 않는다.
    뛔놈과 양놈, 그리고 왜놈들은 어쨌건 아우성인데, 남녘은 확성기나 틀어대면서
    “국제사회와 공조하에 강력한 제재” 등등의 말 폭탄이 고작이다.

    남녘의 정치판과 인민들도 심드렁하다. 특히, 이 나라 국적의 유엔 사무총장께서는
    북녘의 4차 핵 실험에도 불구하고, 올해 북녘에 800만 달러의 기금 지원을 책정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200만 달러 지원에서 4배나 늘렸다고 한다.
      “니들이 핵실험 또 했냐? 그래서 어쩔건대?” 뭐 이런 정도다.
    확성기 소리가 북녘의 돼지 귀에야 무척 거슬리긴 하지만,
    핵 폭탄의 위력에 비하면 ‘새발의 피’ 밖에는 안 될 텐데...
      원래 ‘탯줄 잘리고 나서 제일 잘 한 일은 죽은 것 뿐’인 애비가 물려준 ‘대남(對南) 선군(先軍)
    혁명’ 노선의 요체가 핵과 미사일로 남녘을 겁박(劫迫)하여 무릎을 꿇리는 거였다.
    하지만 남녘 인민들이 겁을 먹지 않으니, 수가 통하질 않는다.
      “핵 도박판을 벌려 국제적으로는 재미를 좀 봤는데, 남조선 아새끼들은 끄덕도 안 하니 원...
    진짜로 한 방 멕여야 정신을 차릴려나?”
      이어서 핵실험과 세트 메뉴인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꺼내들었다.
    지 애비 ‘탯줄 자른 날’ 전후로 날려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놔 봤다.
    이번에도 돌아오는 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상투적인(?) 멘트 뿐이다.
     
    “우리 애비가 핵과 미사일만 물려줬지, 남녘에는 이 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모르쇠가 있다는 건 알려주지 않았네. 남조선 인민들의 간(肝)이 배 밖에 나와있다는 건 왜 몰랐을까?” 한탄이 나올 지경이다.


  •   이렇듯 정치판의 ‘막장 드라마’가 흥행을 이어가고,
    북녘의 ‘최고 돈엄(豚嚴)’마저 당황(?)하는 핵 위협 불감증 만연에다가
    내외의 경제 여건 마저 날로 팍팍해지자, 여러 파생(派生) 상품이 나라 곳곳에 쫙 깔린다.
      우선 국민의 먹고살기와 감정은 더욱 피폐해 진다.
    ‘성(城)안의 적(敵)’들이 준동(蠢動)할 조짐이다.
    젊은 청춘들 간에 좌절과 분노의 한숨은 높아가고, 이에 편승한 얼간이 기회주의 지식인들은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일삼고 있다. 형편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국군 통수권자는 뭐 하나? 군을 동원해서라도 한바탕 정리정돈을 해야 하지 않나?”라거나,
    “그 옛날처럼 ‘국민의 군대’가 나와서 일거에 싹 쓸어버리는 수밖엔 방법이 없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기도 하다.
      작금의 이 나라 상황이 정상이 아닌 건 확실하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더욱 개탄스럽고 속상한 것은 이제 이 나라 ‘국민의 군대’에서는
    그렇게 결기를 지닌 채 ‘은인자중’(隱忍自重)하는 “불행한 군인”을
    찾아볼 수 조차 없게 됐다는 점이다.

      벌써 입춘(立春)이다. 속절 없이 봄날은 온다. 이 봄에는 무얼 해야 할까?
    <더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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