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시간좀 잡아달라'고 했더니, '오늘 협상하는 거 보고 잡겠다'더라"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6일,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국회 내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같이 얼어버렸다.

    19대 정기국회 종료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의 협의 불발로 처리되지 못한 현안이 켜켜이 쌓인 상태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활용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한중FTA 비준동의안, 노동개혁 5법, 경제활성화법 등 처리가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질책성 여론이 쏟아지자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소집,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공표했다.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오늘로 정확히 2주 남았다"며 "야당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법안처리를 지연시키는데, 정말 간장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이 비협조적으로 나올수록 새누리당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도, 몇몇 상임위에선 그러지 못 했다"며 "법사위 (소속 의원들) 어떻게 된건가, 왜 우리당 의원들이 출석 안 해서 법안 처리를 못하는 상황이 생기나"라고 자당 의원들의 불성실함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경제살리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면서 절규하고 있다"며 "기업들과 국민들의 눈·귀가 국회로 집중되는 만큼 정치권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걸 잘 알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올 해 안에 반드시 한중FTA가 발효돼야 관세 혜택을 두 번 볼 수 있다"며 "내일이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7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정부에서 차관·국무회의를 하고 대통령의 재가 후 상대국과 비준서를 교환하는데, 초스피드로 해도 25일이 걸린다"며 "한미FTA가 4개월이 걸렸고, 11개 FTA의 평균 처리 기간이 66.4일인 것을 비교하면 진짜 초스피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27일까지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연내 발효는 불투명해진다는 지적이다.

     

  • ▲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과의 어려운 협상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참 회의 한 번 하려고 해도 야당한테 사정하고 빌어야 한다"며 "'회의 한 번만 제발 해달라, 몇 시에 할래'라고 부탁하면 야당이 '○○시에 장소는△△'라고 정한다. 그렇게 결정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어제도 야당 의원이 협상하던 중 나가는 걸 슬리퍼 신고 뛰어가 붙잡았다"며 "'밤에 다시 협상해야 하지 않느냐', '내일 시간좀 잡아달라'고 했더니, '오늘 협상하는 거 보고 잡겠다'고 답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의 위력이 발휘된 것"이라며 "참 민주주의의 대원칙은 다수결 아닌가. 이건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르는 만장일치법이자 야당독재법"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도 발언대에 나와 정기국회 내 노동5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단시간근로자보호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처리에 관심 가져달라고 말했다.

    당교육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군현 의원도 촉박한 시간을 남기고 책임을 맡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학구조조정 ▲공교육정상화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 교육 3법 처리에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야당이 국민적 질책을 받으면서도 한중FTA와 노동개혁 등에 협조하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정략적 거부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비정규직'과 '일반해고' 조항이 들어간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