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열병식이 말해 준 것

      평양 김일성 광장 열병식이 보인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뭘까?
    아무래도 KN-08 대륙간 탄도탄(ICBM)일 것 같다.
    "우리는 미국 본토까지 핵탄두를 장착하고 날아가는 대륙간탄도탄을 실전배치했다"고 하는
    메시지다. 그래서 김정은은 "우리는 미제와도 전쟁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김정은의 연설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그가 수 없이 반복 또 반복한 '인민'이란 말이었다.
    "오직 인민만이 위대하고..." 하며
    그는 유달리 인민, 인민 하고 역설했다. 왜 그랬을까?

  •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당과 정부(내각)를 무력화 시켰다.
    그 대신 '당중 당'이라 할 당 조직지도부라는
    음지의 '살생부(殺生簿)' 전담부서로 권력을 집중시켜
    그것을 자신이 틀어쥐었다.
    그리고 '당에 의한 정치' 대신 '군(軍)에 의한 정치'
    즉 '선군 정치'라는 이름의 계엄통치를 실시했다.
    '김정일 쿠데타 정권'이었던 셈이다.

      김정은은 그러나 이제는 음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주도하는 당을 다시 통치 또는 정치의 전면에 내세울 듯한 뜻을 비쳤다.
    김정은은 그 연장선상에서 '인민 위주'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 만큼 인민의 불만을 의식한다는 소리일 수도 있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아버지처럼 흑막(黑幕) 부서에만 두지 않고,
    대중 차원으로도 넓히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스키장과 백두산 발전소를 짓는 등,
    일종의 '포퓰리스트적 프로젝트' 정치가 아닐까 한다.
    군 하나로 당과 노선과 통치와 정치와 경영을 전부 대치해 버린 기존의 모양새에서,
    당의 권력, 군대의 힘, 관료의 전문성, 선전선동, 군중조직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그의 연설이 특별히 '청년'이란 말을 중시한 것은
    자신이 주도하는 세대교체의 의지, 또는
    자신의 세대로 권력을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김여정이 상징하는 '신세대 북한권력'의 데뷔 선언,
    그들 나름의 '운동(movement)'의 의지일 수도 있다.
    아버지 시대에서 자신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선언이다.

     전체적으로 김정은과 그의 열병식은 북한의 본질 즉
    ‘천황제 파시즘+극좌+유사종교+병영화(regimentation)’의 잡종적 성격’을
    다시 한 번 여실하게 드러냈다. 소름끼칠, 끔찍한 노릇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그린 바로 그런 세상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저런 세상이 여태 있다니...
    인민을 먹일 수 있는 그 천문학적인 지금을 저런 데다 쓰다니...
    자유주의자들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괴기(怪奇)와 엽기 그 자체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그런 북한을 ‘진보적’ ‘민족적’이라고 보는 역사관이 도사리고 있다.
    문제는 이거다.
    휴전선 넘어갈 것 없이, 자유사회의 대척점은 바로 우리 눈앞과 주변에 널려있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