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안 '친위 쿠데타' 감상법
     
     
     새정련 혁신위인가 하는 데서 마무리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 그것이다.
    이 글을 꼭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친(親) 노무현 아니, 친(親) 문재인 계열 즉 운동권 출신들의 쿠데타, 그것이다.
    나갈 자들 나가고 들어올 자들 들어와 당의 주류와 지도부 멤버를 바꾸고
    당권을 거머쥐어 권력이동(power shift)을 하겠다는 것이다.
     
     회견문은 자신들의 족보를 김대중-노무현-김근태라고 설정했다.
    당의 원류(源流)인 김성수, 신익희, 조병옥, 장면 등 보수적 전통야당의 뿌리는
    아예 삭제한 채, 김대중을 자신들의 시조(始祖)로 설정하고,
    그 ‘중도개혁’ 정당이 노무현의 '짬뽕 진보'를 거쳐

  • 김근태의 '순혈(純血) 진보'로 바뀌어 온 그간의 야권 ‘당사(黨史)’
    또는 ‘노선 변천사’가 그 한 줄로 정리돼 있는 셈이다.
    김근태로 귀결되지 않는 다른 흐름(예컨대 손학규?)들은
    따라서 정통(正統)이 아닌 것으로 규정될 수도 있으리란 시사(示唆)다.
 
 권력투쟁과 노선투쟁에서 일단 이긴 이들
자칭 ‘김근태의 자식들’은
그렇다면 1980년대를 기준으로 해서 말한다면
‘운동권 NL’ 출신들이라 해도 뭐 굳이 아니라고 부인하진 않을 듯싶다.
이런 것이야 뭐 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사실 아닌가?
 
 당내투쟁이 마무리 되면 그 직후 오는 것은 이긴 쪽의 숙정(肅正) 작업이다.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의원 등 전직 대표들에게 요구합니다.
분열과 좌절을 넘어 통합과 승리를 위해 살신성인을 실천해 주십시오.”라고 한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정세균은 원래 이들과 인연이 별로 없다.
이해찬은 이들과 같은 패거리이겠으나, 이젠 아마도
총리까지 한, 그래서 원(願)이 없을 늙은 축으로 분류되는 모양이고,
자기들 쪽에서도 하나쯤은 물러나라고 해야 체면도 설 터이다.
문희상 역시 그들의 이념적 동지가 아니고, 경력으로 봐도 “그쯤 하시지요” 할 대상이 됨직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래도 살아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정작 눈엣 가시는 김한길, 안철수, 박지원 정도라는 것이다.
 
 김한길은 그들이 보기엔 주변부 인물이다.
‘민주화-진보 운동권’의 범주에 끼워 줄 상대도 못되고,
더군다나 비노(非盧)의 대표 격이었기에 당연히 ‘숙정 감’이었을 것이다.

안철수는 이용의 시효가 끝난 사람,
그런데도 주제 파악을 할 줄 모르는 ‘어린애’ 쯤으로 치부할 그들이다.

박지원은 ‘부패 케이스’로 분류되었다.
처음부터도 운동권과 박지원은 삶의 궤도를 달리했지만 이제 와 썰렁하게 갈라서는 것이다.    
 
 이밖에도 회견문은 보수, 진보로 딱 부러지게 가르지 말고
 그냥 ‘민생복지’나 ‘경제민주화’라는 식으로
말하자면서 일견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지향하는 듯한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 말엔 겉과 안이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말은 그렇게 두루뭉수리로 해두고 실제로는
시장과 성장보다는 보다 강력한 국가개입과 분배를 우선시 하면서
노무현적인 양극화 논리에 따라,
예컨대 과격한 부유세 신설 등, 계층적 적대의식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들의 이력, 성향, 담론들을 돌아볼 때 말이다.
 
 이들의 회견문은 통일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한 바가 없다.
지금 시점에서 굳이 그런 민감한 주제를 앞세워
논란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에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노 또는 반(反)문제인은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인가?

이에 대해선 그들 자신이 말해야지 다른 사람이 뭐라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이념문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운동권 친구들과 몸과 마음을 한 데 섞는 것은 '무장해제시킨 다음 잡아먹는
' 배신의 블랙홀에 빠지는 걸 의미한다는 것쯤은 대번에 알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노들이 그걸 모른 채
그들과 얼싸둥둥 어울리다가 뒤통수를 얻어맞고 있다.
안철수도 이젠 알 만한 때가 되지 않았나?
안들 뭘 하나? 너무 늦었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