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친노패권주의에 강하게 반발… "당직 인선 무효화해야"
  • ▲ 지난 2·8 전당대회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전경. 지금은 당연직 최고위원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정청래·유승희 최고위원이 내홍으로 인해 불출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8 전당대회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전경. 지금은 당연직 최고위원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정청래·유승희 최고위원이 내홍으로 인해 불출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의 씽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민생 대 권력놀음' '정치정상화 대 정치파괴'로 프레임을 잡자고 제안했다.

    또한 여권의 내홍은 새정치연합에 있어서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위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아울러 경고했다.

    이진복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 박사)은 1일 '여권 파워게임 상황인식 및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국면에서 새정치연합이 할 일은 '가짜 헌법 전쟁'이 아닌 '민생 경쟁', '유승민 구하기'가 아니라 '민생 구하기'"라며 "가칭 새민생연합 민생 4대 의제 등을 제시해 민생국회, 일하는 국회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는 '타협하지 말고 싸우라'는 정치파괴"라며 "새정치연합은 박근혜정부의 정치파괴의 덫에 빠지지 말고 정치정상화의 정당을 자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당청 갈등, 여권의 내홍은 궁극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와 싸우는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할 경우 협소한 고정 지지층으로 축소된다"면서도 "비박(非朴) 김무성·유승민 라인을 선택하면 확장력은 있으나 당청 갈등으로 고정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아닌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교체해 당을 완전한 '박근혜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공격에 비박 당권파가 패배할 경우, 새누리당의 확장력에 국민적 의문이 제기될 것이고 '유연한 새누리당'은 사라지고 '전근대적 새누리당'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고서는 여권의 내홍이 기본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위기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이진복 박사는 보고서에서 "박근혜 대통령발 파워게임은 새정치연합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라며 미국 민주당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민주당은 70~80년대 6번의 대선에서 5번 패했다. 1968년과 197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에 패한 것을 시작으로, 1980년과 1984년 대선에서는 로널드 레이건에 사상 최악의 참패를 겪었고, 1988년 대선에서도 조지 H W 부시에 패했다. 이에 미국 민주당은 불임정당·만년야당으로 낙인 찍히고 보수정당의 영구집권이라는 이른바 '1.5당 체제'까지 조심스레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은 야당을 더 이상 경쟁상대로 신경쓰지 않고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내분에 돌입하면서, 때마침 찾아온 경제불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냈다.

  • ▲ 지난달 23일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 이후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직 인선의 무효화와 수습안 마련을 주장하는 등 친노패권주의에 직격탄을 날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달 23일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 이후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직 인선의 무효화와 수습안 마련을 주장하는 등 친노패권주의에 직격탄을 날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집권 공화당의 무능을 배경으로 등장한 미국 민주당의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 아래 생활인의 경제와 보통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유능한 경제정당이자 상식의 정당으로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이진복 박사가 이러한 미국 민주당의 정권 탈환 사례를 보고서에서 별도 박스로 소개한 것은, 여권의 내홍 상황 속에서 새정치연합이 이러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권의 내홍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잘하면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면서도, '오래된 습관'이 좀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날 이튿날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 일정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무산된 것을 질타하던 중 "이럴 때 우리가 득점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런 걸 잘 못한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여권의 내홍 상황에서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며 전날인 30일 경기도 부천의 원혜영 의원 자택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러브샷'까지 했지만, 친노패권주의로 인한 내홍 국면은 좀처럼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도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정청래·유승희 최고위원의 자리가 여전히 빈 자리였다. 당직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정청래 최고위원이야 최고위원회의에 출석해도 당의 단결과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렇다쳐도,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유승희 최고위원의 불출석은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미 (최재성 사무총장) 인사가 난 마당에 계속 철회를 주장하는 것도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 제안을 할 것"이라고 당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이종걸 원내대표와 달리, 범친노로 분류되던 유승희 최고위원의 자세가 뜻밖에 강경하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하도록 한 당헌에 위배된다"며 "중재 노력을 했는데 대변인 발표를 통해 인사 강행이 되니 정말 가슴이 먹먹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는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하기 직전에 전화로 '위임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위임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강행은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20분 이상 간곡하게 진언했다"며 "당헌을 위배한 당직 인선 발표를 무효화하고, 당대표는 조속히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과 협의를 통해 수습안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표는 앞서 최재성 사무총장의 임명을 강행한 23일 저녁 주승용 최고위원과 만찬 회동을 하며 최고위원회의 복귀를 요청했으나, 주승용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인선을 강행해 이렇게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복귀할 명분이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내홍을 틈타 새정치연합이 단결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참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결국 문재인 대표가 친노패권주의적 구태를 버리지 못하는 한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