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으로 추진… 적자날 경우 시민 부담으로 전가돼
  • 남산 곤돌라 승차장이 들어설 예정인 남산 예장자락 방향에서 남산 정상의 N서울타워를 바라본 조감도. 해당 사업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기에도 검토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남산 곤돌라 승차장이 들어설 예정인 남산 예장자락 방향에서 남산 정상의 N서울타워를 바라본 조감도. 해당 사업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기에도 검토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가 추진하는 명동~남산 곤돌라 사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3월 도시재생종합플랜을 발표하면서 남산 예장자락으로부터 정상까지 연결되는 곤돌라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한 예산 40여억 원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4호선 명동역 인근에 위치한 곤돌라 승차장 예정 부지에 관광버스 5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확보한 뒤, 이곳으로부터 남산 정상까지를 8인승 순환 곤돌라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세 가지 방향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로는, 남산 정상의 수용 인원 포화 가능성이다.

    남산 정상의 N서울타워 일대의 수용 인원은 약 5000명 정도인데, '별에서 온 그대'에서 N서울타워 프로포즈 장면이 방송되면서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몰리고 있다. 평일에도 수용 인원에 근접하는 인원이 몰리고 있으며, 주말이나 휴일에는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8인승 순환 곤돌라가 운영되기 시작하면 남산 정상에 몰리는 인원이 폭발해 시민과 관광객의 불편은 물론 안전사고와 정상 부근 생태환경 파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남산 정상은 현재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할 공간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곤돌라 운영으로 정상에 더욱 사람이 몰리면 식수 공급이나 기본적 생리 현상 해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로는, 곤돌라 설치 과정에서의 생태 환경 파괴 가능성이다.

    예장자락에서 남산 정상까지 곤돌라를 설치할 경우 남산 북면의 생태 환경 파괴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사 과정에서 남산 북면에 있는 수령이 수백 년에 이르는 나무를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셋째로는, 공공사업 방식으로 추진되는데 따른 시민 혈세 부담 가능성이다.

    기존 남산 케이블카는 민간 업체가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의 리스크는 기업체가 부담할 뿐 시민에게는 부담될 것이 없다. 반면 이번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명동~남산 곤돌라 사업은 공공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에 따라 만일 운영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할 경우, 서울시민의 혈세 부담으로 남게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매해 증가세를 보였던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는 것과 맞물려,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붐'이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적자가 날 경우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전가되는 공공 방식의 곤돌라 사업 추진은 우려스럽다"며 "최악의 경우 흉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 명동 방향 예장자락으로부터 남산 정상까지 곤돌라가 설치된 상황을 가정한 조감도. 해당 사업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기에도 검토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명동 방향 예장자락으로부터 남산 정상까지 곤돌라가 설치된 상황을 가정한 조감도. 해당 사업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기에도 검토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정치권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정치권의 우려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미 다 제기됐던 내용들"이라며 "시의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어 모두 검토를 마쳤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의 설명에 따르면, 남산 정상부의 혼잡은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버스를 이용해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원 본부장은 "국립극장 방향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줄을 지어 남산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상부도 혼잡할 뿐 아니라 관광버스가 내뿜는 매연으로 남산의 대기 환경까지 오염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원 본부장은 "그럼에도 현재는 명백히 관광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광버스의 남산 출입을 통제할 수가 없다"며 "친환경적 운송 수단인 곤돌라가 완공되는대로 관광버스의 남산 출입을 통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사과정에서의 생태 환경 파괴 우려에 관해서는 "이미 검증이 끝난 부분"이라며 "산림 훼손 없이 곤돌라를 설치할 수 있는 공법으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서울시 측도 공공사업으로 추진되는 곤돌라 사업의 성격상, 만일 사업이 적자로 전환되면 시민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제원 본부장은 "만일 중국인 관광객이 하루 아침에 싹 끊어진다든지 하는 일이 발생하면 적자가 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식으로 가정해서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히려 (곤돌라 설치 등으로) 적극적으로 관광 수요를 끌어와야 한다"며 "지금은 정상부 포화가 우려될 정도로 관광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적자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서울시의 해명에 대해 생태환경 전문가는 "곤돌라는 원래 설치 과정에서 생태 환경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성격의 시설물은 아니다"라며 "건설 과정에서 생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공법을 사용할 것이라는 서울시 측의 설명은 사실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전문가는 "어떤 공법이든 환경 훼손이 아주 없을 수야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해당 사업이 얼마만큼 당위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정당성을) 판단할 문제"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관광업계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 상품이 대체로 저가 상품"이라며 "관광버스로 남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은 공짜라서 일정에 포함되는 것인데, 유료 곤돌라가 운영되더라도 이를 이용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곤돌라 이용료가 관건이겠지만, 고가일 경우 이를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이나 관광 상품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이용료를 염가로 책정하면 결국 사업 자체가 적자로 전환돼, 결국 시민의 혈세로 중국인 관광객의 관광 비용을 보조하는 셈이 되므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공공 사업이 가지는 딜레마가 드러난 셈"이라며 "민간 업자가 자기 돈으로 한다고 하면 리스크를 따져 좀 더 신중하게 추진할텐데, 대권 행보 등 정치적 이유 때문에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명동~남산 곤돌라 사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때에도 검토됐으나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돼 접었던 적이 있다"며 "특별히 상황이나 여건이 바뀐 것이 없는데 졸속으로 추진돼서는 안 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