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장판이 되어가는 정치권
    혼란은 대통령 탓이 아니다. 그러니 혈로를 뚫어라.

    金成昱 /한국자유연합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1.
‘성완종 리스트’라는 블랙홀이 모든 정치적 이슈를 빨아들인다.
 검고 짙은 흑암과 어둠, 혼돈의 ‘웜홀(worm hole)’이 뱉어 낼 것들은 무의미한 소모전(消耗戰)이다. 의혹과 의혹의 실타래 속에서 정부는 공무원연금과 노동·금융·교육·공공부문 개혁은 물론
‘악의 꽃’방산비리 척결을 추진할 동력도 잃어갈 것이다.
4월 춘투(春鬪)와 세월호 1주기 정국에 맞물린 반정부 투쟁이
더욱 격화되면, 여름 한 철 지나 레임덕으로 이어진다.  

집권 1년 차 국정원 댓글사건, 2년 차 세월호 참사와 비선실세 논란에 이어 3년 차 성완종 리스트는 혼란의 방점을 찍는 꼴이다.  

당장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타격을 입는다. 2014년 국가부채는 전년보다 93조3,000억이 늘어난 1,211조2000억. 이 중 절반이 넘는 47조3,000억은 공무원과 군인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쓰였다. 성완종 파문의 여파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면 다음 정부는 매일 80억의 혈세를 이들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투입될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율 3.1% 물가상승률 0.9% 예측. 저성장·디플레 이중고 속에서 노동시장 개혁도 선을 넘는다. 이런 식이면 대한민국 20대 고용률은 10%선으로 추락, 스페인·이태리 수준에 머문다. 다들 국가가 부도날 위기를 겪는 나라다. 

2.
야당도 정부와 국가의 실패로 ‘재미(?)’만 보긴 어렵다. 정동영 중심의 국민모임 측은 13일“검찰 수사나 ‘성완종 특검’을 실시할 경우 문재인 대표도 조사대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成회장이 노무현 정권 시절 2차례 특별사면을 받았고, 특별사면 당시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2005년), 청와대 비서실장(2007년)이었던 탓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7년 12월 두 번째 특별사면 직전 경남기업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 사설은 “成회장이 사면을 예상한 듯 항소를 포기한 것을 보면 盧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야당은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 철저한 수사라는 잣대를 자신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3.
난장판이다.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올해를 보내면 총선정국. 금배지를 둘러싼 투쟁은 더욱더 악취를 풍기게 될 것이다. 질서가 사라진 마당에, 권력을 둘러싼 막가파 투쟁은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 민생(民生)도 경제(經濟)는 물론 안보(安保)나 안전(安全) 같은 심원한 문제는 더욱 아랑곳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이 끝날 무렵, 국민의 삶은 더욱 퍽퍽해지고, 평양의 절대악(絶對惡) 체제가 만들어 낸 핵폭탄은 소형화(小形化)·경량화(輕量化)·다종화(多種化)·정밀화(精密化)돼 있을 것이다. 차기 대권을 누가 갖건, 적어도 지금의 후보군 안에선 아무런 대안도 찾기 어렵다. 

4.
대통령은 돌파구(突破口)를 찾아야 할 것이다. 휴전선 이남의 문제는 어차피 풀 수 없는 방정식 같다. 거대한 미로를 헛도는 메이즈러너(maze runner)처럼 건드려 볼수록 수렁에 빠져갈 뿐이다. 분단(分斷)의 답답한 현상(現狀)은 정치를 썩게 만들고 경제를 기울게 만들며 역적만 만들어 낸다.  

혼란은 박근혜 대통령 탓이 아니다. 어차피 정권은 한반도 현상유지(現狀維持)의 멍에를 지고선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었다. 출발할 때부터 부패의 뿌리는 이미 곪았고 반역의 조짐은 너무 강했다. 대한민국 면역력에 한계가 왔다는 말이다.  

혈로를 뚫어라. 단호한 역사적 결단을 내려라. 북한에 대한 봉쇄와 압박을 통한 북핵(北核) 폐기의 길을 열어라. 위대한 리더가 국내의 갈등을 밖에서 풀었던 이유를 고민해 보라. 현상타파(現狀打破)의 길이 뚫릴 때 국내의 지엽적 이슈는 철지난 유행가처럼 흘러갈 것이다. 북한해방과 자유통일. 이 거룩한 사명의 실천이 막힌 문을 열게 될 유일한 황금의 열쇠다. 

written by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