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문재인 대표의 갈림길이부영씨 은퇴하며 지적한 통제 불능 강경파의 害黨은中道 개혁·국민 統合 노선이 執權 향한 길임을 일러준 셈黨內 근본주의자 떨쳐내고 良質의 진보로 이끌어야
"의장 시절 한나라당과 국가보안법 독소 조항 개정에 합의하고도 당내 강경파 반대로 무산된 게 가장 안타까웠다."
그는 [정청래 현상]을 겨냥한 듯 "사이비 개혁파 하나가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고도 했다.이부영씨는 반(反)유신, 반(反)신군부, 진보주의 운동에서 그 누구에게도 꿀릴 이유가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도 [대책 없는 강경파]에겐 꽤 시달렸던 모양이다.강경파란 누군가?
중도 좌파 정도가 아니라 [아주 멀리멀리 가버린 좌파(far left)]를 말한다.
사상(思想) 자체가 그런 사례도 있고, 그저 말과 행동과 성정(性情)이 그런 사례도 있다. -
사회운동의 역사엔 이런 강경파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60~70년대엔 일부가 음지에서 그랬다.
1980년대엔 주사파가 공공연하게 설쳤다.
문제는 극좌 과격파가 아닌 선배 동료들이 이들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선배 동료들을 그들은 그저 [덜 익은 과일]처럼 취급했다.
이래서 선배가 후배에게 치이고, 교수가 학생에게서 엿 먹고, 어른이 애들에게 터지는 [홍위병 풍조]가 일었다.
[천하(天下)의 이부영]도 은퇴할 때나 그렇게 강경파를 비난했지 현장에 있을 때는 "당내 교조주의를 추방하자"고 딱 부러지게 지르지는 않았다.강경파의 문제점은 그들의 지나친 언동으로 그들이 몸담은 진영 전체가 막대한 손실을 입기 일쑤라는 점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독설(毒舌)은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석기 일당의 극좌 과격 노선도 그들 자신의 자살골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들과 연대했던 야당마저 스타일을 구기게 만들었다.
이 좌우 전체주의의 공동 조상(祖上) 격인 프랑스혁명의 강경파 자코뱅당(黨)도 지나친 공포정치로 혁명을 타락시키고 나폴레옹 쿠데타를 불러왔다.이런 경험적 교훈을 돌아볼 때 이제 막 출범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부영씨가 지적한 당내 강경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집권 가능한 야당도 될 수 있고, 또다시 패배하는 야당도 될 수 있다.
문 대표는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는 당내 이념파(派)가 뽑아 올린 대표다.
따라서 그에겐 [강경파의 아바타]란 태생적 꼬리표가 붙는다.
그러나 어찌 됐든 그는 대표다.
그래서 그 자리가 부여하는 지휘봉을 쥐고 있다.
그 지휘봉을 휘둘러 야당을 이리로도 이끌 수 있고 저리로도 이끌 수 있다.
어디로 이끌 작정인가?
[이기는 쪽]으로 이끌겠다고 해야 말이 될 것이다.
어떤 게 이기는 쪽인가?
이부영씨는 그것을 "사이비 개혁파(강경파)가 해당 행위를 못 하게 하는 쪽"이라고 일러준 셈이다.그렇다면 [이기는 쪽]이란 결국 극좌 교조주의가 아닌 중도 개혁주의, 편향된 노선이 아닌 국민 통합 노선이란 암시일 것이다.
문재인 대표도 그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그런 생각을 내비친 적은 있다.'민주 진영이 국가와 애국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덜 가졌다'
'통합을 말하면서도 편을 가르는 근본주의가 있었다'
'싸가지없는 진보를 자초한 게 아닌지…'라는 반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그가 갑자기 [중도(中道) 인사]가 되는 건 아니다.
그가 함께 활동해왔던 근본주의자들과 돌연 갈라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또 믿기도 어렵다.
최근의 그의 [중도 행각]은 차기 대선(大選)을 의식한 연출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가 야당을 어떻게든 [이기는 쪽(중도)]으로 이끌 수 있기를 희망하는 여망은 분명히 높다.
진보적인 사람은 진보가 이기기를 바라기에, 보수적인 사람은 설혹 진보의 집권 차례가 다시 온다고 해도
양질(良質)의 진보가 들어서기를 바라기에 그렇게 희망하는 것이다.세상의 여망이 이런데도, 문 대표가 당내 근본주의자들을 끝내 떨쳐내지 못하고 그들에게 계속 잡혀 있다면?
그땐 대표 경선 때 박지원 후보를 지지한 세력이 치고 나와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통 야당의 중도 개혁주의는 좌파 근본주의에 녹아버렸다.
이젠 그 중도 개혁주의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런 야당이라야 집권 문턱도 넘볼 수 있다.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