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부정하는 사람은 현재도 부정하는 사람"역사책 펴낸 문창극 "잘못된 국가관 고쳐야 나라가 바로선다"


  •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행로(行路)


    저자는 작년 6월 10일부터 보름 동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로 지명됐다가 미처 예상치도 못한 엉뚱한 구설에 휘말려 스스로 ‘총리 후보’에서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신앙 강연’이 거두절미(去頭截尾)의 악의적(惡意的) 편집에 의해 왜곡된 ‘역사 강연’으로 둔갑하면서, 주로 좌파 성향 매체와 인사들에 의한 반(反) 정권 차원의 막무가내 인신공격이 그에게 퍼부어졌다. 거기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올바른 우리 역사’는 아예 설 자리조차 없었다.

    저자는 국무총리로 지명되기 전까지 서울대학에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와 정체성」이라는 교양과목 강의를 진행했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들, 가령 세대 간의 갈등이나 이념의 갈등도 이 나라를 생각하는 관점, 즉 국가관의 혼돈에서 비롯됐다고 평소에 생각해온 저자는 흔쾌히 서울대학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강의를 맡았다. 그의 뜻은 이랬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대해 말해 주고 싶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아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발인 것이다.


    선인(先人)들이 꿈꾸던 아름다운 나라


    이번에 저서 『문창극의 역사 읽기』를 펴내게 된 동기 역시 서울대학에서 젊은 지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맡은 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저자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지난해 여름 나는 개인적으로 시련을 겪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내 개인의 시련은 개인적인 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건의 밑바탕에는 잘못된 국가관과 역사관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고치지 않고는 이 나라의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우리나라의 장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은 제1부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의 어둠(暗) 속에서」와 제2부 「광복, 건국과 근대화의 불빛(明) 속에서」의 두 파트로 구성됐다. 그러나 책을 관통하는 것은 우리의 웃어른, 즉 앞서 이 세상을 산 인물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찾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의도에 대해 “위인들의 삶은 우리를 자극한다. 젊은 시절은 더욱 그러하다. 나라의 운명이 험난했던 시절, 우리의 선각자들이 나라를 어떻게 사랑했는가를 배움으로서 그들의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책의 부제(副題)로 「그들이 꿈꾸던 나라」를 붙인 연유이기도 하다.

    고난을 겪으며 일구어낸 대한민국


    이 같은 집필 목적에 따라 당대의 역사와 시대상을 배경으로 하여 저자가 포커스를 맞춘 인물은 송재(松齋) 서재필을 비롯하여 우남(雩南) 이승만, 안중근 의사(義士), 백범(白凡) 김구, 도산(島山) 안창호, 규암(圭巖) 김약연, 좌옹(佐翁) 윤치호, 그리고 혁명가 박정희에까지 이른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반드시 ‘밝음(明)’의 측면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어둠(暗)’의 흔적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임진왜란에서 성웅 이순신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선조(宣祖)의 실정(失政)을 적시했으며, 윤치호의 친일(親日)도 가감없이 열거했다. 그러면서 ‘역사’와 ‘현재’의 접목에 관한 대승적인 진단을 내린다.

    선각자들의 꿈이 현실에 부딪치면서 여러 어려움을 만났지만, 결국 그 현실을 극복하고 정착하여 뿌리를 내림으로서 우리의 것을 이루어냈다. 이러한 정체성은 결코 DNA로 계승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정체성은 무너질 수도 있고 더 강화될 수도 있다. 그것은 현재의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역사도 지금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이승만의 잘못, 박정희의 결함도 현재의 우리 입장에서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를 계승하여 확대시키는 일이다. 과거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현재도 부정하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이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이고 부끄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떠드는 사람들은, 우리의 현재를 부끄럽게 보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지 궁금하다.


    저자의 일관된 생각은 “역사는 순환하며 흥망성쇠(興亡盛衰)의 사이클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흥할 때의 특질을 잃어버리면 바로 쇠퇴의 사이클로 접어들기 때문에 흥하게 만든 정체성을 계속 지켜가야만 후손들도 계속 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같은 이치에 기초해 “우리에게 성취를 가져다준 특질, 즉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려면 기억을 유전시켜야 한다. 우리 선현들이 어떤 고난을 겪으며 이 나라를 만들어 놓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전수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책의 주(主) 독자층인 청소년과 젊은이에게 던진다.

    거기에 덧붙여, 40년 언론 한 평생을 살아온 저자 나름의 ‘역사 읽기’는 이런 소망으로 아퀴를 짓는다.

    대한민국이 모든 어린이들에게는 부모들이 단단한 터를 만들어놓은 자랑스러운 나라, 청년들에게는 각자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성취의 나라, 장년들에게는 각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복의 나라, 노인들에게는 이 나라에서 일생을 살아온 것을 고맙게 여기는 감사의 나라, 바로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사명이다.

  • 저자 소개

    문창극(文昌克)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군 중위로 예편했다.

    중앙일보 기자로 출발해 정치부장, 워싱턴 특파원, 미주 총국장, 논설위원, 주필을 지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회장, 관훈클럽 총무,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이사장을 맡았다. 고려대 석좌교수, 서울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국무총리 지명을 받았으나 사퇴했다.

    저서에 『한미 갈등의 해부』(나남, 1994), 『미국은 살아 있다』(고려원, 1994), 『문창극 칼럼』(을유문화사, 2008) 등이 있다.

    한국언론상, 위암 장지연 언론상, 삼성언론상, 서울대 언론인대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