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청문회서… 유성엽 항의에 발언 즉각 취소
  •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본청 246호 제3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본청 246호 제3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중에 증인으로 출석한 충청향우회 전 회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의 추궁에 대해 "충청도에서 총리가 났는데 호남 분들이…"라고 답해, 파문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 출신 총리가 지명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호남 총리론'을 역설한 것과 연관돼, 민심의 동향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전북도당위원장이기도 한 유성엽 의원은 11일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을 상대로 질의를 시작했다.

    앞서 강희철 명예회장은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야당에서 해외 도피설까지 제기해 일찍 귀국해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는데 심경이 어떠냐"고 묻자 "해외도피니 뭐니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속상하기도 하고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을 지칭)이 원망스러웠다"고 답했다.

    유성엽 의원은 "행정실에서 증인에게 출두요구서를 송달해야 하는데 해외 로밍이 되니, 이건 틀림없이 해외로 도피했거나 도피시킨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냐"며 "(우리가) 도피했다고 언론에 보도되게 하지 않았다면 (국내로) 안 들어오셨을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 정문헌 간사가 귀국하셔야겠다고) 전화가 가지 않았느냐"며 "새정치연합의 전략이 뛰어난 건데, 그걸 민주당이 원망스럽다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나아가 "(함께 여행 간 사람들보다) 먼저 들어오게 돼서 원망스런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공개적인 석상에서 국민들이 보고 있는데,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인기가 떨어질지도 모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강희철 명예회장은 "내가 왜 (해외 여행 도중에 예정보다 이틀 먼저) 증인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원망스러웠다"며 "향우회장 시절에 공정하게 했는데 이번 일로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또, 태국행 왕복 항공권을 발권한 것은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로 지명이 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24일이라는 점을 제시해, 해외 도피설 등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유성엽 의원은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난해 말부터 파다했다"며 "(후보자가) 내년 1~2월쯤 되면 인사가 있을테고 청문회가 열릴테니 그 때는 좀 피해 있으라는 전화를 받고 미리 티켓팅을 한 것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강희철 명예회장은 황당한지 2~3초간 답을 못하다가 비로소 입술을 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어떻게 그렇게까지… 겨우 열흘 가는데 그 사이에 청문회… (한숨)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자 유성엽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강희철 명예회장의 청문회장에서의 답변 태도를 질책했다.

    앞서 강희철 명예회장은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이 질의를 하던 중 말을 끊고 "여보세요"라고 한다든지, "(진선미) 의원님은 나이가 젊으셔서 15년 전 일이 기억이 잘 나시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48년생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해, 한선교 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촉구 받은 적이 있었다.

    유성엽 의원은 이를 상기시키며 "총리 후보자와 골프도 치고 땅도 같이 사고 통화도 하는 분이 (청문회에서) 그런 (증언) 태도를 보이면 우리 국민들이 이완구 후보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희철 명예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그렇게까지 했나요"라고 묻자, 유성엽 의원은 "그건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정말로 친구가 맞느냐, 친구를 돕고 싶은 마음이 정말로 있는 것이냐"고 추궁을 이어갔다.

    그러자 강희철 명예회장은 "충청도에서 총리가 났는데 호남 분들이…"라고 말을 흐렸다. 순간 청문회장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변하는 게 감지될 정도로 예상치 못한 돌발 발언이었다.

    추궁을 하던 유성엽 의원조차 놀라고 당황한 표정으로 5초 정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비로소 "여보세요"라며 "호남 분들이, 누가 그랬느냐"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분개한 목소리로 "이런 형편없는…"이라며 "그 말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청문회장 내의 분위기가 일변한 것을 느끼고 당황한 강희철 명예회장도 즉각 "취소한다"고 답했다.

    유성엽 의원은 "그런 것은 이완구 후보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질의를 마무리했고, 한선교 위원장도 "강희철 증인께서 또 한 번 실수하신 것"이라고 서둘러 상황을 수습했다.

    이후 발언 기회를 얻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동료 의원의 질의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유성엽 의원의 질의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정문헌 의원은 "유성엽 의원이 전화를 걸어보니 해외로 로밍이 되는 것을 보고, 증인을 여당이 도피시킨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건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말했는데,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런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라면 야당은 도대체 여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성엽 의원은 의혹을 제기해 증인을 (국내로) 들어오게 한 것이 전략전술이라고 했다"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를 근거도 없이 전략전술로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문헌 의원은 "해명해달라고 하기도 참 그런…"이라고 말을 잇지 못하다가 "안타까울 뿐이고 도대체 이게 뭔가 싶다"고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와 질의 태도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