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이틀에 단 3시간 일한 뒤 뮤지컬 관람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던 시절 "점심식사는 5,000원 내외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권익위 직원들에게 "외부 손님과 식사를 하더라도 1인당 2만원이면 체면치레하면서도 충분히 식사할 수 있다""경조사 축의·부의금도 5만원 이하로 하도록 하라"는 세세한 지시를 내렸다.

    공직자의 검약을 강조하고 이를 솔선수범하려는 언행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스스로도 뿌듯했는지 "이런 문화가 권익위 뿐만 아니라 공직 전체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던 이재오 의원이다.

    그런 이재오 의원이 지난 13일 국정감사를 이유로 중국 베이징까지 가서 새민련의 김현 의원(대리기사 폭행피의자 신분) 등 야당 의원들(새누리당에선 이재오 의원 혼자)과 어울려 뮤지컬을 관람했다.
    물론 뮤지컬 관람 비용은 모두 국회 예산(국민 세금)으로 충당됐다.
    국민들이 국회의원 나리들께서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 뮤지컬이나 관람하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더더욱 이미 이재오 의원 스스로가 5,000원짜리 점심을 먹으라고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없이 떠들었다.

    국민이 낸 돈으로 아주 우아하고 재미있게 뮤지컬을 관람한 국회의원 나으리들께서는 이튿날인 14일, 단 3시간 동안 주중대사관 국감을 진행했다.
    비싼 돈들여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 뮤지컬까지 관람하면서 이틀 동안 고작 3시간만 국사를 돌본 것이다.

    이재오 의원이 관람한 뮤지컬 <금면왕조>(金面王朝·진멘왕차오)의 입장권은 정상구매가 기준으로 680위안(약 11만7,000원).
    여행사를 통해 구매하더라도 7만5,000원가량 된다.

    5,000원에 점심식사를 하자던 부르짖음과는 괴리가 커도 너무나 크다.

    이재오 의원은 7월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계획서를 채택할 때 일찍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유기준 외통위원장에게 "몽골이나 네팔, 이런 작은 나라를 비행기 타는 시간으로 다 보내고 다녀봐야 의미가 있겠나""그런 것을 줄이고 현장을 집중적으로 다니는 그런 국감을 하는 것이 내실 있다"고 지적했다.

    5,000원에 발을 구르고 촌각을 아까워하며 내실을 찾던 그 이재오 의원이 정작 베이징에 가서는 느긋하게 뮤지컬을 즐겼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니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했던 발언의 진의가 새삼스럽다.

    몽골이나 네팔에 가지 말자는 것은 기실 그런 나라보다는 중국처럼 볼 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은 큰 나라에 가자는 뜻이었던가?
    작은 나라에 비행기 타며 가는 시간을 줄이고, 큰 나라에서 여유 있게 뮤지컬도 보자는 깊은 헤아림이었던가?

    참으로 홍곡(鴻鵠)의 뜻을 연작(燕雀)이 어찌 알까 싶다.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물론 이재오 의원은 애가 탔을 수 있다.

    그가 관람한 뮤지컬 <금면왕조>는 베이징 관광의 필수 코스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고 인기가 있다.
    하지만 올해 11월부터 공연장이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분간 관람할 수 없다.

    모처럼 베이징까지 왔는데도 하마터면 못 볼 뻔 했는데, 간발의 차이로 무사히 볼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안도했을까.

    세월호 특별법 교착으로 인한 국회 공전이 조금만 더 길어져, 국정감사가 11월 이후로 미뤄졌더라면 어땠을까?
    이재오 의원은 베이징까지 국감하러 갔다가 그 유명한 <금면왕조>도 못 보고 돌아올 뻔 했다.

    만인이 지난달 30일 세월호 특별법 관련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성립돼 국회가 정상화된 것을 두 손 들고 기뻐할 때, 이재오 의원에게는 더욱 특별히 기뻐할만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점심식사는 5,000원에 하자던 이재오 의원, 그리고 베이징에 국정감사하러 가서 수만~십수만 원에 달하는 뮤지컬 입장권을 끊고 관람하는 이재오 의원.

    겉다르고 속다른 모습에서 그가 공직자의 검약을 설파할 처지인지 묻고 싶다
    자기 자신부터 거듭나야 하지 않겠는가?

    뮤지컬 <금면왕조>의 내용은 어질고 지혜로운 여왕이 다스리는 금면국을 포악한 남면국의 왕이 침략했다가 패전해 사로잡히고, 남면왕이 금면왕의 성덕에 감화돼 새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이 뮤지컬을 보며 이재오 의원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국민 돈으로 비행기 타고 외국 가서 뮤지컬 재미있게 보신 이재오 의원께서는 최근 개헌을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부르짖고 계신다.
    혹시 개헌에 앞장서 온 국민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그런 내용의 이재오 감독 주연 뮤지컬을 꿈꾸신 것은 아닐까?

    한편,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 재외공간 해외 국감 경비를 포함해 외통위는 국감 비용으로 ▲2009년 5억1,195만 원 ▲2010년 4억9,604만 원 ▲2011년 4억6,144만 원 ▲2012년 4억5,116만원의 경비를 집행했다.
    전체 상임위 국감 비용의 3분의 1 정도를 외통위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외통위는 올해도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20개국을 돌며 해외 공관들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