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1인 유일 지도체제' 완성되나...정세균-박지원 등 토호(土豪) 부족장 초조
  •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 도중 문재인 비대위원이 옆자리에 앉은 조정식 사무총장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 도중 문재인 비대위원이 옆자리에 앉은 조정식 사무총장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을 필두로 한 친노본당(親盧本黨)의 당권 독식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내년 1~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혼란 속으로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대위에 들어가 있어 직접 전당대회 룰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한 문재인 위원 대신, 외곽 친노 세력들이 변죽을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친노(親盧) 성향 단체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을 이끄는 문성근 상임위원장은 20일 좌파 팟캐스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집단지도체제는 1위부터 5위까지가 있는데, 1위가 망하면 2위가 승계하는 구조라서 협력 체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문성근 위원장은 "(이러한 집단지도체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후계자 그룹 간에 서로 견제하는 과정에서 생긴 제도"라며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는 현재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할 것인가, 아니면 대표와 최고위원단을 별도로 선출할 것인가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차기 당권 주자인 정세균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문재인 비대위원, 오른쪽은 문희상 비대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차기 당권 주자인 정세균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문재인 비대위원, 오른쪽은 문희상 비대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면 최고위원에 출마한 여러 후보자 중 최다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이 되고, 일정 쿼터 내에 포함된 나머지 후보는 최고위원이 된다.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이 취했던 방식과 동일하다. 당시 최다득표자인 김무성 후보가 대표최고위원이 됐고, 득표순으로 서청원·김태호·이인제 후보가 최고위원이 된 바 있다(김을동 최고위원은 여성 몫 할당).

    이렇게 되면 정세균·박지원·문재인 등 현재 비대위에 들어가 있는 여러 계파 수장들은 부담없이 최고위원에 출마하면 된다.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으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문재인 위원이 최다득표로 대표최고위원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계파 수장들도 최고위원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돼, 2016년 총선에서 자기 사람들의 공천을 챙겨줄 수 있게 된다.

    또한 문재인 위원이 도중에 친노 무리들의 돌발 행동 등으로 낙마하게 되기라도 하면 차점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직을 승계하게 되므로, 여러 계파의 견제가 계속돼 친노(親盧) 세력이 당권을 농단하고 당무를 전횡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싫은 친노 세력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문성근 위원장의 20일 인터뷰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게 되면 정세균·박지원 위원 등은 함부로 대표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 낙선하면 최고위원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표와 최고위원은 애초부터 분리 선출되는 것이므로 그 격(格)에 엄연한 차이가 있을 뿐더러, 대표가 낙마하더라도 최고위원은 그 자리를 승계할 수 없으므로 도전과 견제는 언감생심 꿈꿀 수조차 없는 일이 된다.

  •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차기 당권 주자인 박지원 비대위원(오른쪽)이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차기 당권 주자인 박지원 비대위원(오른쪽)이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렇게 되면 결국 '문재인 1인 유일 지도체제'가 완성될 전망이다. 당무는 물론 공천권도 친노가 마음껏 독주·독식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외곽 친노 세력들의 목소리 속에 숨어 있는 계산을 읽은 정세균계·구민주계·민평련 등이 반발하면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혼란의 조짐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의 지적이다.

    한편 차기 당권을 노린 행보를 시작한 문재인 위원은 28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광역의원 연수회에서 "우리 당은 고질적 계파 갈등의 이미지가 있는데, 이를 씻지 못하면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필요하며, 나부터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친노(親盧)의 독주 시도가 당내의 그 외 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계파 갈등의 근본 원인인데, 친노본당의 수장으로서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위원의 행보를 지켜본 다른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정세균 위원은 28일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정치와 정당의 혁신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 '정정당당(正政堂黨)'을 개최했다. 정당 혁신을 내세워 세몰이를 하고 있는 정세균 위원은 다음달 공개토론회를 열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박지원 위원은 지난달 충남도당 전당원 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서울시당 1~2차 전당원 토론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당원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비대위내 유일한 비노(非盧) 위원인 박지원 위원은 이 점을 내세워 비주류 의원들을 포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