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워싱턴 회동'이 불발로 확인됐지만 이 전 최고위원에 쏠리는 정치권의 관심은 여전하다. 컨트롤타워 부재론이 부상하면서 여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조속한 정계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그대로 존재한다.

    이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의 만남이 이뤄지지 못한 배경에는 크게 두가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국내 경제위기 극복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정부 여당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 14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 대통령은 워싱턴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에 참석, 선진국 중심의 국제무대에서 한국 목소리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특히 수출중심의 우리 경제살리기 방편으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 해소를 강조해 각국으로부터 긍정적 이해를 이끌어냈다. 또 세계적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다자간 협력,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 대통령은 한-브라질, 한-페루 정상회담을 연이어 갖고 양국경협 확대에 주력한 뒤 페루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다른 이유는 정치적 논란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좌장격으로 위치해온 이 전 최고위원을 만날 경우 정치적 의미가 가중될 것은 뻔한 일. 정치권의 이목이 회동 여부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가적 수준을 말하고 있는데 사사로운 얘기를 꺼내느냐"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도 '경제'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여기에 이 전 최고위원도 현지 측근들의 휴대전화까지 꺼놓고 외부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나도 답답할 지경"이라며 "뜻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지금은 경제문제에 집중할 때라는 이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의 마음이 통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밖에도 순방 첫날 G20 금융정상회의, 브루킹스연구소에서의 외교·안보간담회 등 주요 일정이 워낙 많아 도저히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 요인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굳이 이 전 최고위원과 만나지 않은 것은 이 대통령이 "여야없는 협력" "정치권의 합심" 등을 강조해온 맥락과 무관치않다는 해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