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최대 고민은 지지율이었다. 연말까지 안정적 20%대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지지율은 여전히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3일 발표된 조사에선 11.5%.

    그러나 정 대표는 더 큰 고민에 빠졌다. 김민석 최고위원 탓이다.김 최고위원은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청구에 따른 법원 영장실질심사까지 거부하고 당사에서 농성 중인데 이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정 대표는 난처해졌다. 더구나 김 최고위원의 농성이 당 지도부 지시에 의한 것이어서 이 문제로 당이 밀린다면 정 대표는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와 대변인까지 매일 검찰을 향해 비판을 쏟고 있지만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당 분위기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 대응에 공조한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의 장외투쟁 요구에도 선뜻 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장외투쟁 요구가 나오면 논의는 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장외로 나가는 데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재 분위기는 장외투쟁은 힘들다는 게 대체적 분위기다. 당 핵심관계자는 "(민노·창조당과) 공조는 계속하겠지만 김 최고위원건으로 장외투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신뢰를 많이 잃었다고는 하지만 김 최고위원건이 중심이 돼 (강경투쟁을) 하긴 힘들 것"이라고 봤다. 이유는 명분이 약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검찰과 당 모두 부담을 느낄테지만 법 집행이므로 김 최고위원이나 민주당이 훨씬 더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돈이 오간 것은 김 최고위원도 인정하는 부분이라 명분이 약하다"고 했다. 검찰과 각을 세우려면 이전에 움직였어야 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공안정국 문제는 어청수 경찰청장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짚었어야 했는데 그때 이미 실기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늦었다"면서 "김 최고위원건은 일반 국민은 공안정국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김 최고위원이 부각돼 움직이는 건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물러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나서 김 최고위원의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만류했으니 현재로선 강공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정 대표의 고민이 더 크다. 이번 사안은 정 대표가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문제를 지도부에 일임한 상태다. 정 대표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는데 이 관계자는 "정 대표가 (강공을) 주도하고 지시할 만한 스타일이 아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 측에서 (농성 등의 강경대응) 아이디어를 갖고왔고, 마침 당 안팎에서 정 대표에게 '야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니 '좀 세게 가자'는 쪽으로 동의해 준 정도일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저만한 일을 할 응집력을 갖고 있는 건 민주계 쪽 밖에 없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물렁하다'는 비판이 나오니까 그런 아이디어를 내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 대표 입장에선 상당히 고민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내가 봐도 크게 명분있는 싸움은 아니다"면서 "명분이 크지 않은데 김 최고위원 건을 중심에 놓고 가면 이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5일로 김 최고위원은 7일째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농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