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종교계 지도자들과 공식 간담회를 갖고 "각 종교 단체가 에너지 절감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7개 종교 대표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정부가 나서서 에너지 절감 규제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곡물가, 유가, 원자재가 급등 등 국내외 경제사정을 언급하면서 "에너지 절감을 했으면 한다. (국민들이) 협조하면 10%만 절감해줘도 좋은데 시민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뒤 "종교 단체나 시민 단체가 자발적으로 해줘야 (에너지 절감을)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맞지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 규제나 법을 이용하는 것은 옛날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어린이를 상대로 한 강력범죄 발생을 거론하며 "사회 윤리와 도덕이 흐트러졌다"며 종교계의 관심과 협조를 주문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 한국천주교주교회 김희중 종교간 대화위원회위원장이 참석했다. 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민족 종교를 각각 대표해 최근덕 성균관장,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김동환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이 자리했다.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최균덕 성균관장은 "이 대통령이 너무 부지런해 장관과 비서관들이 힘들다"며 속도 조절을 당부했고, 이 대통령은 "힘든 척 하는 것"이라며 농담으로 받으면서 "국민이 어려운데 함께 열심히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영조 대왕의 심야 민정시찰과 청계천 공사도 화제에 올랐다. "영조가 부지런해서 오래 살았다"는 최 관장의 말에 이 대통령은 "일반 왕들은 궁에 갇혀 살면서 건강을 해쳤다"고 답해 '현장 정치'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