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13일 '화약고' 영남권 공천심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당 전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공심위는 당사 회의장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회의 시작전 공심위원과 사무처 직원들의 휴대전화마저 수거하는 등 철저한 보안에 힘을 쏟고 있다.

    공심위원들은 이날 오전 전원 참석해 '뇌관 해체'에 들어갔다. 공심위 이방호 임해규 의원은 전날 "영남권 공천을 일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심위원들은 점심 식사도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신중한 심사를 벌이고 있다. 공천 결과를 애태우며 기다리는 현역 국회의원이나 신청자들은 보좌진을 당사로 보내 수시로 상황을 파악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곳이라도 공천자를 확정하지 못할 경우 전체 발표를 보류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날 영남권 심사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반드시 발표하겠다는 공심위원들의 의지는 읽히지만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심사의 핵심포인트는 현역 물갈이 수준과 친박, 친이 양측의 탈락 비율이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렇게 잘못된 공천이 있을 수 있느냐"며 공심위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앞으로 남은 것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반발한 것이 공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현역교체 비율을 30%선으로 보고 있다.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이 보유한 의석은 62석(부산 16석, 대구 11석, 울산 6석, 경남 15석, 경북 14석)이다. 여기서 불출마 선언한 김광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김용갑(경남 밀양·창녕) 의원의 지역구 2곳을 뺀 59석의 30%선을 가정하면 17명 혹은 18명의 현역 의원 교체가 예상된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20여곳 내외로 꼽힌다. 박 전 대표의 '최후 통첩'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친 이명박 대통령 성향의 의원이라 하더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계파 배분을 위한 역차별에 해당될까 걱정이다. 당 안팎에서는 실명이 거론된 여러 형태의 '살생부'가 나돌면서 더욱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박 전 대표측 핵심인사는 "박 전 대표는 상식적인 공천을 요구한 것"이라며 "현역 의원을 탈락시키려면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압박을 계속했다. 이 인사는 "결국 '상황'이 박 전 대표의 어떤 결정을 하도록 끌고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이방호 사무총장은 "국민은 자기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공심위는 영남권 공천을 마무리 한 후, 인천 강원 등 일부 지역과 전략 지역만 남겨둔 서울 공천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