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정황? 변호사 "선거에 영향 끼친 행위라 볼 수 없다" 일축사이트 압수수색 나선 경찰, 3일 수사결과 발표하고 4일 재소환
  • ▲ 사진은 여직원 김모씨(왼쪽)와 김씨의 변호인.(자료사진) ⓒ 연합뉴스
    ▲ 사진은 여직원 김모씨(왼쪽)와 김씨의 변호인.(자료사진) ⓒ 연합뉴스

    △ 사진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왼쪽)와 김씨의 변호인.(자료사진) ⓒ 연합뉴스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28)의 변호인인 강래형 변호사는 3일 오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말했다. 

    대선과 연관성이 있는 글이나 댓글을 쓴 적이 없는데도 '불법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경찰의 발표를 일축하는 말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김씨가 '오늘의 유머(오유)'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된 대선 관련 글 94개에 99건의 추천이나 반대 의견을 달았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를 4일 재소환하고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른 시일 내에 3차 소환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당초 민주통합당은 국정원이 대선 기간에 조직적으로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문재인 전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 등을 단 단서는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다.

    강 변호사는 김씨가 직접적인 의견 제시는 없고, 단지 관련 글에 대한 찬반 표명을 했을 뿐인데도 경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하루에 1번꼴로 '추천, 반대' 눌렀는데.. 여론 조작?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269개 글에 ‘추천’이나 ‘반대’ 아이콘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했다.
    이 가운데 대선과 관련된 게시글은 94건이었고, 나머지는 요리나 여행 관련 글이었다.

    정리하자면 김씨는 대선전이 본격화된 지난해 8월28일~12월10일 사이 대선 관련 글에 하루에 1번 꼴로 ‘추천이나 반대’를 누른 셈이다.

    "공직선거법이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취지는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여 공직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106일 기간 동안 94개 정도 횟수를 클릭했다고 해서
    그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김씨의 행위를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
       - 강래형 변호사

    특히 94건의 클릭도 전부 새누리당에 유리하고, 민주통합당에 불리한 추천이나 반대도 아니었다.

    "김씨의 추천·반대 성향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성이 있었지만 반대로 클릭한 것도 일부 있다"
       - 경찰 관계자



    ◆ 하루에 1번꼴로 '추천, 반대' 눌렀는데.. 아이디 16개 의미 없어


    ‘오유’에는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전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하고 박근혜 전 후보(현 당선인)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이 사이트에서 김씨는 16개의 아이디를 사용했다.

    때문에 1개의 아이디로 특정 게시글에 중복적으로 추천 또는 반대를 할 수 없게 돼 있어, 16개의 아이디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유'는 지난 9월 19일 사이트 운영자가 다음과 같이 공지한 바 있다.

    <오유 '운영자'의 글 中에서>
    "동일인이 아이피를 변조하고 여러개의 아이디를 만들어서 원하는 만큼의 반대를 하는 행위가 지금 시사게시판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막고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오유 첫방문 이후 24시간이 지난 경우에만 반대가 가능합니다.
    시사게시판은 하루 5개까지만 반대를 하실 수 있고, 나머지 게시판은 하루 30개로 반대를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래형 변호사는 "만일 김직원이 문재인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선거 운동을 할 목적이었다면, 문재인 후보에 우호적인 글에 매일 5회씩 반대투표를 던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아이디를 왜 16개를 사용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곳에서 김씨가 작성한 글은 국정원 고유 업무와 관련된 것이다.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수사과정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 ▲ 사진은 여직원 김모씨(왼쪽)와 김씨의 변호인.(자료사진) ⓒ 연합뉴스

     

    ◆ "경찰, 무리하게 범죄사실을 기재한 것 아니냐"


    강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상황 발표에 대해 "계속 발표 내용이 달라져서 오히려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했다.

    "오늘(3일) 오전에는 대선관련 찬반 투표가 200개라고 하더니 오후 3시 이후에는 99개라고 했다.
    이는 경찰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특히 그는 "검찰이 포털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범죄사실을 기재한 것 아니냐"고 했다.

    "수서경찰서에서는 구글링 작업을 통해 김직원 아이디로 댓글을 단 흔적과 찬반 투표를 확인하고 그를 토대로 위 사이트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글링 작업을 했을 경우 댓글 단 흔적이 없다는 것은 경찰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구글에서 “문재인” “오늘의 유머” 등의 키워드로 검색한 화면에 “문재인 후보 당선 되면 안된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첫 번째 검색 화면을 보면 “문재인 후보 당선 되면 안된다”라는 제목의 글 밑에 작은 글씨로 해당 페이지에 다른 사람의 아이디나 대화명이 나온다.

    경찰은 위와 같은 제목 밑에 작은 글씨로 김 직원이 사용한 아이디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위 제목을 클릭하면, 김 직원이 사용한 아이디로는 전혀 다른 내용을 쓴 글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마치 김직원이 쓴 글과 본문 내용이 관련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서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

    그리고, 구글링 작업만 했을 경우에는 찬반 투표 사실을 절대로 확인할 수 없다. 찬반 투표 사실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이후에 새롭게 밝혀진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