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육성자금 87%가 대기업에…연간 12조 원 수의계약, 민군겸용기술, ACTD도 모두 차지연구개발사업 시제품 생산도 ‘대기업 독식’…S&T중공업은 K2 파워팩 프로그램 무단 변경도
  • 이명박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며 강력히 지원하겠다던 ‘방위산업’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심각한 건 이렇게 지원을 받은 대기업이 정부 허락도 없이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변경한 사례까지 드러난 것이다.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국방위)은 11일 정부의 방위산업육성자금 중 87%를 대기업이 챙기는 건 물론 연간 12조 원 가량을 수의계약으로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진성준 의원 측이 공개한 방위산업 대기업 독식 행태는 가관이다.

    2007년부터 금융기관이 방산업체의 연구개발 등을 돕기 위해 저금리(대기업 1%, 중소기업 0.5%)로 융자해주고 시중금리(4~5%)와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산육성자금 융자사업’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지원액의 80% 이상을 대기업이 가져갔다고 한다.

  • ▲ 국내 방위산업 계약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진성준 의원실 제공]
    ▲ 국내 방위산업 계약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진성준 의원실 제공]

    정부에 등록된 방산업체 95개 중 64개(67%)가 중소기업임에도 이 ‘방산육성자금 융자사업’의 ‘혜택’을 입은 중소기업은 2007년 9개사, 2008년 6개사, 2009년 16개사, 2010년 9개사에 불과했다고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 ‘중소기업 협력’을 외쳤던 2011년에만 22개사로 약간 증가했을 뿐 거의 대부분은 대기업 차지였다고.

    진 의원 측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방사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방사청이 중소기업 지원비율을 현재의 30%에서 2015년까지 50%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올해 방위산업 육성자금 지원사업을 중소기업 지원 강화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 중소기업에게 돌아간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은 실정이다. 방사청이 이미 세워 놓은, 기존의 30%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고, 중소기업 우선지원 비율을 고시까지 했으면서도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오히려 예전보다 대기업 쏠림이 심해졌다.”

    방사청의 국내 예산집행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진 의원 측은 주장했다. 계약금액 기준으로 매년 30% 이상이 대기업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수의계약’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대기업이 매년 얻는 계약 규모는 약 12조 원. 2008년과 2010년에는 14조 원에 달했다고 한다.

    대기업 별로 수주금액을 보면 지난 5년 동안 삼성그룹이 7조8천억 원을 계약했고, 이어 현대기아차 그룹 4조1천억 원, 두산그룹이 3조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무기’를 개발하는데 꼭 필요한 신개념기술시범(ACTD. Advanced Concept Technology Demonstration. 개발비 전액을 정부가 부담)사업과 국방비 효율성 강화를 위한 민군겸용기술사업 등도 IT벤처 기업이나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중견기업 보다는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에 맡겨서 사업진행이 잘 됐으면 몰라도 실적 또한 좋지 않다고 진 의원 측은 밝혔다. 중복되는 사업도 있고 사업기간이 지연되기도 한다고. 민군겸용기술사업은 실용화율이 68.9%에 불과한 데다 ‘민군공용활용 기술’은 절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 측은 대기업들이 ‘연구개발사업 시제품 생산업체’도 독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사업 시제품 생산업체’가 되면 나중에 해당 제품이 방산물자로 지정될 경우 특례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공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선급금 규모 확대, 정부의 실비 보전, 저금리 융자, 보조금 고부, 부가세 면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진 의원 측은 방사청이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만들기는 했지만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시제품 생산업체로 중소기업을 우선 선정하는 ‘중소기업 우선선정 품목지정 제도’를 2010년부터 운영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우선선정 품목 275개를 지정․고시했지만, 지금까지 이 제도로 지정된 중소기업 시제업체는 2개사에 불과하다.”

    이제는 ‘방위산업’을 독과점하는 대기업들이 정부까지 대놓고 무시하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 ▲ '파워팩 국산화'를 이유로 가격은 올라가고 개발은 지연되고 있는 차세대 전차 K2 흑표. 이제는 대당 가격이 90억 원을 넘어간다.
    ▲ '파워팩 국산화'를 이유로 가격은 올라가고 개발은 지연되고 있는 차세대 전차 K2 흑표. 이제는 대당 가격이 90억 원을 넘어간다.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국방위)은 11일 두산중공업과 함께 K2전차의 파워팩을 공동개발 중인 S&T중공업이 신무기 개발 사업을 제멋대로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측의 이야기다.

    “최근 K2 전차의 전력화가 국산 파워팩 개발․생산이 늦춰지면서 계속 지연되고 있다. 그런데 국산 파워팩 중 변속기를 맡은 S&T중공업이 (감독기관인) 방사청의 인가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시험 중 엔진까지 파손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 6월 S&T중공업은 방사청에 인가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K2 전차용 TCU(Transmission Control Unit) 프로그램을 수정했고, ADD(국방과학연구소)가 9월 24일 비교시험을 준비하던 중 엔진 기통이 파손됐다고 한다.

    정부는 차세대 전차인 K2 전차의 파워팩 국산화를 위해 이미 1,3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두산인프라코어가 K2엔진 개발비 중 최소 70여억 원을 자사의 굴삭기 엔진 개발비로 사용하고, S&T중공업은 변속기 프로그램을 무단 변경하는 등 '대기업'으로 인한 문제가 계속 드러나 국산 파워팩 생산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서는 K2 개발비로 향후 최소한 500억 원 이상이 더 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 '방산전문 대기업' S&T중공업이 선보인 무인통제감시무기'. S&T중공업은 K2 변속기 관련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바꿨다고 한다.
    ▲ '방산전문 대기업' S&T중공업이 선보인 무인통제감시무기'. S&T중공업은 K2 변속기 관련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 같은 방산 대기업들의 ‘거만한 행태’를 알게 된 국방위 의원들은 관리감독 기관이 이들을 강력히 제재해 달라고 당부했다.  

    “K2 국산파워팩 도입이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주처와 감독기관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업체가 과연 우리가 원하는 국산파워팩을 제작할 수 있겠냐? 업체가 발주처와 감독기관을 무시하고 고가의 프로그램을 무단 변경한 것은 중대한 사안이다. 방사청이 업체에 대해 확실한 제재조치를 해야 한다.”
     -김광진 의원


    “기술력과 도전정신․창의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연줄도, ‘빽’도 없고 돈 없으면 이들에게 방산시장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게 우리나라 방산구조의 현실이다.

    방사청은 방위산업이 일반산업과 달리 시장은 한정돼 있는 반면 엄청난 개발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도 방위산업을 기피한다고 해명하지만 분명히 많은 부분에서 방위산업 진입을 시도하는 중소기업에게도 돌아가야 할 혜택이 특혜로 성장한 재벌에게 여전히 쏠리고 있는 것은 시급히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진성준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