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눈에는 구당권파 비판한 심상정-유시민-진중권 모두가 ‘적’
  • 하루하루가 지뢰밭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들이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 ‘이석기-김재연-임수경’ 대체 북한과 무슨 관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종북(從北·북한 추종세력) 논란이 대한민국을 뒤덮자 문제의 정당과 국회의원을 감싸기 위해 북한이 직접 나섰다.

  • ▲ 19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종북' 꼬리표가 붙은 세 의원(통진당 이석기·김재연, 민통당 임수경) 모두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현 글로벌캠퍼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연합뉴스
    ▲ 19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종북' 꼬리표가 붙은 세 의원(통진당 이석기·김재연, 민통당 임수경) 모두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현 글로벌캠퍼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연합뉴스

    #1. <6월5일 북한 평양방송>

    “역적패당의 진보세력 말살 책동을 수수방관한다면 보수세력이 재집권하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남조선 인민들은 또 다시 헤아릴 수 없는 불행과 재난을 강요당하게 된다.”

    “남조선 인민들은 보수패당의 파쇼적 탄압 책동을 연대연합의 위력으로 단호히 짓부셔 버려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순국선열들의 뜻을 되새기고 추모하는 현충일(顯忠日)에도 북한은 가만히 있질 않았다.

    #2. <6월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이명박 역도가 직접 나서서 ‘종북세력이 문제’라고 떠들고 있는데 남조선 보수패당의 발광적인 색깔론 소동은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추악한 정치테러 행위이다.”

    북한의 종북세력 옹호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총선에 이어 이번엔 대선까지 개입하려는 모습이었다. 진보세력이 집권하려면 보수패당의 색깔론 공세를 부셔야 한다고 북한이 선동에 나선 것이다.

    #3. <6월9일 북한 대남 비방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통합진보당으로 말하면 민족의 화해와 단합, 련북통일을 주장하고 99% 남조선인민들의 자주적 권리와 생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당인 것으로 하여 남조선 인민들 속에서도 지지도가 높은 진보적 야당이다.”

    상당히 민감한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자신들과 밀접한 좌파-진보 세력의 위기를 마냥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올 정도다.

    #4. <6월10일 북한 대남 비방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남조선 보수패당이 종북세력 척결소동을 벌이는 저의는 보수세력의 청와대 재입성에 장애로 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말끔히 없애자는 것이다.”

    “종북좌파, 종북세력에는 미국과 일본을 배척하고 자주를 지향하며 이명박 패당과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반대하고 민주를 염원하며 전쟁과 분열을 반대하고 평화 통일 주장하는 모든 사람이 다 포함된다.”

    “평양을 방문해 우리에 대한 좋은 소리를 하고 성지(聖地)들도 다녀간 박근혜도 종북주의자인데 필요하다면 그들이 이곳에 와서 한 말이나 행동 또는 우리와 합의한 내막들도 전부 공개해줄 수 있다.”

    ■ 간첩 눈에 비친 유시민-심상정-진중권-조 국
     
    북한에 이어 간첩이다.

    ‘일심회’ 사건의 주범(主犯)으로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장민호(마이클장·50·사진)씨가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공개됐다.

  • ▲ 19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종북' 꼬리표가 붙은 세 의원(통진당 이석기·김재연, 민통당 임수경) 모두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현 글로벌캠퍼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연합뉴스

    ‘일심회’ 사건은 2006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간첩 사건이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장씨를 중심으로 최기영 민노당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민노당 중앙위원 등 5명이 이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가 확정돼 3~7년형을 받았다.

    12일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서 ‘플랫폼’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당원은 게시판에 <양심수 장민호 님의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민호씨가 비전향 장기수 출신인 양원진-박희성-김영식씨에게 지난달 14일과 20일, 6월2일 세 차례에 걸쳐 보낸 글이었다. 날짜별로 각각 3편이다. 이들은 지난 5월9일 장씨를 면회했고 장씨와 수차례 서신 교환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편지에서 장씨는 상당 부분 북한의 어법을 그대로 따라 썼다.

    북한의 김정은 3대 세습에 대해선 “대(代)를 이은 선군(先軍)정치 역량의 증대”라고 평가했다. 달리 간첩이 아니었다.

    장씨는 통합진보당 안팎에서 종북 노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외세와 매국노들이 강요해온 분단 프레임에 안주해 일견 그럴듯한 얘기만 늘어놓는 반공·반북 진보 인사들”이라고 규정했다. 

    “알량한 사회적 명망이나 정치적 지위에 안주하고 천박한 정치 공작과 반공 여론에 편승해 동지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광기 어린 정치 탄압을 당장 중단하라.”

    장씨의 기준에선 유시민-심상정 전 공동대표를 비롯해 종북세력인 구당권파를 비판해온 좌파논객인 조국-진중권 교수 등 모두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 ▲ 아이디 '플랫폼'이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 '일심회' 간첩단의 핵심 장민호씨의 편지로 추정된다.
    ▲ 아이디 '플랫폼'이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 '일심회' 간첩단의 핵심 장민호씨의 편지로 추정된다.

    그는 ‘민주주의’를 ‘광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절차적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였다.

    “소위 민주주의적 상식이요, 국민여론들이란 바로 외세가 우리에게 강요해 온 반공 반북이념, 즉 ‘분단 이성’이라고 불러야 할 비이성이요 광기일 뿐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외세가 우리들에게 강요, 허용한 형식적 민주주의이다.”

    장씨는 “당권파 동지들을 겨냥해 이른바 여론과 상식, 국민의 눈높이이름으로 수구 언론, 공안기관들과 한 궤를 이루며 자행되고 있는 마녀사냥이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감싸기를 시도한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대남 비방 선전매체를 통해 선동한 것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민주대연합을 통하여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분단체제의 획기적 전기를 이룬다는 지상명령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편집자 주] "요즘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나"는 안철수 교수를 위해 '빨갱이'가 쓴 편지 전문을 입수해 전재한다. 안 교수에게 일독을 권한다.


    ■ <5.14 편지 전문> “이석기-김재연-당권파 동지를 지켜내자”

    존경하는 양원진, 박희성, 김영식 선생님

    그리고 이민숙, 임미영 동지, 안녕하십니까?

    이 먼곳까지 귀중한 발걸음 주시어 격려하여 주신 선생님들께 충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 절 드립니다.

    오직 조국 통일 한마음, 불굴의 신념으로 감히 형언키 어려운 고난의 가시밭길을 헤쳐 오신 老 원로 선생님들께 혹여 충분히 숙고되지 못한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우선 저 자신이 지난 2008년, 크나큰 부덕과 불찰로 당시 민노당 분당사태의 빌미를 제공하였던 당사자로써 이 땅의 자주적 진보정치를 위하여 헌신하여 오신 수 많은 동지들께 큰 빚을 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선생님들께 아쉬운 작별인사를 드린 후, 감옥 거실로 돌아와서 준엄한 변혁의 원칙들을 하나 하나 되새기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였습니다. 그럴수록 이 순간, 「당권파」 동지들을 겨냥하여 이른바 「여론과 상식」,「국민의 눈높이」의 이름으로 수구언론, 공안기관들과 한 궤를 이루며 자행되고 있는 마녀사냥이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더욱 자명해 지고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저들은 이번 사태를 기회삼아 민족자주세력의 정치기반을 파괴하고, 민주대연합을 파탄시키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세기 전, 4.19혁명을 불과 1년 앞두고 이 땅의 진보정당은 외세와 그 앞잡이들에 의하여 무참히 파괴되었습니다. 저들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떠들어 댔지만 바로 그 민주주의의 핵심인 사상의 자유, 특히 광범위한 대중과 민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주사상과 그 구현으로써의 진보정치를 결코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 세기가 흐른 오늘날, 수많은 애국선열의 피땀위에서 이제 막 다시 피어나는 자주적 진보정치를 그 새싹부터 잘라내기 위한 외세와 매국노들의 준동은 이제 그 절정으로 치닫고 잇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저들의 모질고 악랄한 그 어떤 탄압도 꿋꿋히 이겨내며 나날이 성장하여온 민족자주역량에 의하여 정작, 몰락의 처지에 놓인 것은 외세와 그 앞잡이 자신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피로 얼룩진 역사적 교훈이 말하는 바, 바로 그러한 시기에 저들의 최후발악은 극렬해지고 대중들과 일부 동지들은 그 겉모습에 속거나 굴복하여 소중한 동지들을 적들의 손에 넘기며 변혁운동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1930년대의 민생단 사건, 1950년대의 진보당 탄압 사건이 바로 그 예입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5.14) 배식구를 통하여 전달된 조간신문을 통하여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5.12)」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사태의 진실을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동지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적의에 찬 정치공세의 대상이 되고, 조․중․동은 물론이요,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광기에 가까운 몰아세우기식 정치탄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오직 민중의 요구, 민족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모두 함께 마음을 모으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주어진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겠습니다. 동지들 또한 저들에게 탄압과 비난의 빌미를 줄뿐인 행동들을 자제해야겠습니다.

    존경하는 원로 선배님들!

    비록, 큰 부덕과 불찰로 갇혀 있으나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피어린 분단의 역사, 분단 조국의 현실을 외면한 채, 알량한 사회적 명망이나 정치적 지위에 안주하고 천박한 정치공작과 반공여론에 편승하여 동지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광기어린 정치탄압을 당장 중단시켜야 합니다.

    외세와 매국노들이 강요하여 온 분단 프레임에 안주하여 일견 그럴듯한 애기들만 늘어놓는 「반공 반북 진보 인사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기에, 이제는 정말 편히 쉬셔야 할 평생을 하루같이 오직 조국통일 한 마음, 불굴의 신념으로 살아오신 노 원로 선배님들께 이 부족한 후배는 비통한 마음으로 청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래와 같이 덧붙이고자 합니다.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한 평생을 헌신하여온 동지들에게 자신들의 「오류」와 「부족한 점」들을 정당하고 명예로운 절차와 방법을 통하여 밝히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진보정치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소위 「현실정치」라고 일컬어지는 역사적으로 외세가 우리들에게 강요,허용한 형식적 민주주의의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mectness)」의 규범에는 전혀 부합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그러한 규범들도차도 무시되기 일쑤이고 공안기관과 수구언론들의 독기어린 두 눈이 동지들의 사소한 실수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조건에서 그것은 더욱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신중한 고려」와 「굴종」은 엄격한 변혁의 잣대, 실천적 맥락에서 구분되어야 할 것이며, 그것은 곧 민주대연합을 통하여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분단체제의 획기적 전기를 이룬다는 지상명령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다시 한번 먼길 찾아 주신 원로 선배님들께 더 할 바 없는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2년 5월 14일 대전교도소에서 장민호 올림


    ■ <5.20 편지 전문> 한겨레신문 향해 “비열한 편집과 말장난”

    존경하는 양원진, 박희성, 김영식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김영식 선생님의 귀중한 서신,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세월을 초월한 열정 앞에서 저는 언제나 숙연해집니다.

    지난 서신에서 미처 다 드리지 못한 말씀들이 있어서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본론에 앞서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한겨레신문의 보도 태도에 대하여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중동 놈들은 논외로 치고, 지난 1988년 창간 이래 단 하루도 놓치지 않고 읽어온 ‘한겨레 신문’에 대한 기대가 컷던 탓입니다.

    사태 발생 후, 한겨레 신문은 사설에서 명예회복을 위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통진당 당원들을 향하여(제 기억에 따르면) “그 무슨 회복할 명예가 있다고...”라고 일갈하였는데 저는 이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이 땅의 정치적 약자, 소수자들의 입장을 나름 대변해온 신문이기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도대체 이 세상에 회복할 (가치가 있는) 명예가 따로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요?

    아니면 사실관계가 너무 명백히 밝혀져서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얘긴가요?

    2012년 5월 19일자 한겨레 신문의 「당권파는 왜 버티는 걸까요? 잘하는 걸까요?」라는 기사에서 작성자는 “사실 당권파의 설명은 일리가 있습니다.…일부 기사는 전후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오보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사의 결론 부분에서 “그렇지만, 억울한 측면이 부정이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라고 예단하고는 “그들(당권파)이 정치를 하고 싶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게 현명한 일일까요?”라며 거의 협박에 가까운 내용을 게재하였습니다.

    다른 경우였다면, 우선 오보에 대하여 정식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고, 그 오보가 영향을 미쳤을 정치적 파장들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을 한겨레 신문이 너무 판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옆에 MB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다룬 「일심으로 대동단결」이라는 기사를 실으며 엉뚱하게도 문제의 지원관실이 「일심회」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며 이것은 “2006년 일심회 사건 당시 우리 사정 당국에서 밝힌 것처럼 이들 조직은 핵심강령으로 가담자의 충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고 쓰고 있습니다. 기존의 한겨레 신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참으로 비열한 편집과 말장난으로 조중동식의 빨갱이 마녀 사냥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신문을 24년 동안 읽어온 저로서는 실로 비통하고 안따까울 뿐입니다.

    최근 한겨레 신문외 다수의 언론기관들이 소위 「당권파」동지들을 향하여 “괴물과 싸우다 그 스스로가 괴물이 되었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여 공격의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작 괴물이 된 것이 누구인가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앞 선 예에서 보여지듯 한겨레 신문조차 조중동을 닮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현대의 많은 사상가들은 서구의 계몽주의적 이성이 그 스스로 억압하고 배제한 비이성, 광기와 동일한 것임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투쟁하여 온 동지들을 매도하고 억압하며 종국엔 배제하고자 하는 일부 언론 및 정치세력들이 운위하는 소위 「민주주의적 상식」이요, 「국민여론」들이란 바로 외세가 우리에게 강요하여온 반공, 반북 이념, 즉 「분단 이성」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비이성이요, 광기일뿐입니다.

    그리고 굳이 부언하자면, 이른바 「건강한 진보의 재구성」을 위하여 니체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자주」의 문제와 함께 최근 「노동의 중심성」문제가 이른바 새로운 진보의 기본 전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니체는 그가 염원하던 지혜로운 자란 “다른 이들이 하는 노동에 기생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였으며 더 나아가 “초인은 노예를 부릴 수 있어야 한다”고 까지 하였습니다. 지난 세기 최악의 전쟁을 일으키며 인종 청소, 노동자 탄압, 빨갱이 사냥에 앞장섰던 히틀러가 가장 존경하고 참고하였던 인물이 바로 니체였음을 우리 노동자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들은 또한 동지들에게 “회복할 명예가 있기냐 하냐!”고 비아냥대지만 그 동지들이야말로 지난 세기, 사회주의 몰락, 날로 더해가는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공세, 파쇼적인 탄압 그리고 변절자들의 배신행각을 딛고 지역현장에서 대중들과 함께 하며 신뢰와 존경을 받아왔음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물론 이런 사실들이 대학 강단이나 주류 언론사에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설령 알려졌다 하더라도 「분단이성」이라 불러야 마땅할 비이성의 색안경과 광기에 사로잡힌 자들에게는 기껏해야「시대에 뒤떨어진 사이비 종교 집단」정도로 보였을 뿐이겠지요, 그리고 며칠 전에 대전교도소에 「용산 학살사건」관계로 수감중이신 남경남 전철연 전 회장님께서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의 동지들이 경기도 성남시 일대의 빈민, 재개발 지역에서 얼마나 헌신적으로 투쟁하며 살아오셨는가에 대하여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동지들에게는 「회복해야 할 명예」가 그것도 매우 큰 명예가 있습니다. 얼마나 큰 지는 말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러한 명예가 있기나 하냐!」고 비아냥거리는, 심지어 동지들을 국회의원 뺏지에 눈 먼 자들로 매도하는 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명망들과 비할 바 아니라는 점은 명백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원로 선배님들, 지난 서신에서 저는 금번 사태가 한 세기 전 일제와 종파주의자들이 자행한 민생단 사건과 공통점이 있으며 이른바 외세와 타협의 산물인 1987년 체제의 한계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자세한 글을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싶은데 자료가 부족하고, 기억에 의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노 선배님들, 저의 거친 글 다소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을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요지는 (저 자신은 물론이고) 현재 주된 공격 대상이 된 동지들에게도 당연히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오류는 변혁적 원칙과 정치적 상식에 맞게 확인되고 고치면 될 일이지, 비열한 정치공작과 반공반북 여론, 심지어 조중동과 공안기관들과 한 패가 되어 저들이 벌이고 있는 마녀사냥의 구실로 되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될것입니다.

    일부 동지들조차 진보 전체가 죽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죽을 진보라면 진작 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애기지만 「자주」가 배제된 진보, “반공, 반북 진보”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며, 자들의 얄랑한 「절차적 민주주의」잣대로 제멋대로 진보를 재구성하데 둬서도 안 될 것입니다.

    고생하고 있는 동지들께도 안부 인사 전해주세요.

    존경하는 원로 선님들의 건강과 안위를 기원하며, 충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언녕히 계세요.

    2012년 5월 20일 대전교도소에서 장민호 올림


    ■ <6.2 편지 전문> 지키라고 있는 법인데 “국가보안법의 억압”

    존경하는 노원로 선배님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통진당에 대한 검찰의 개입에 이어 박근혜가 공개적으로 이석기, 김재연 동지의 제명을 요구함에 따라 통진당 경선 사태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통진당 비례대표 선거 조사위가 통합정신에 기초한 정치적 해결을 외면하고 반공반북 언론에 기대어 동지들을 정치공학적으로 공격할 때에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자신을 포함하여 수 많은 동지들이 혼란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사태를 지켜 보안온 바, 이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의 결단은 동지들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조사위가 전면적 재조사에 대한 동지들의 정당한 요구를 배제한 채 성마르게 언론 플레이를 벌이고 그에 고무된 검찰이 통진당 서버를 탈취해 간 후 정당한 절차에 의하여 진실을 확인할 기회는 이미 사라져 버렸으며 민족자주,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마녀 사냥만 남았습니다.

    일찍이 군화발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현금을 차떼기로 나르며 얻어낸 정치적 지위와 힘으로, 어느 불쌍한 여성 연예인을 성적으로 유린하고 급기야 죽음으로 내몰았던 자들이 동지들을 정치 도덕적으로 단죄하겠다고 나서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우리는 통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소위 당권파들의 패권주의(명백히 정치적 문제로써 그 해결 또한 정치적이어야 할)운운하며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자멸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 당장 동지들을 겨눈 공격의 화실을 저들, 이명박근혜 도당과 검찰, 조중동에게 돌려야 합니다.

    상당수 진보인사들과 언론들에 의하여 유포되어 많은 동지들을 혼란케 하였던, 소위 '대의를 위한 희생' 논리는 그 자체로 전형적인 부르조아 이데올로기(요즘 회자되고 있는 지제크 Slavoje Zizek의 표현을 빌리자면, 물신주의적 부인 - 당권파 동지들의 잘못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지만 진보진영의 생존이라는 대의를 위하여 희생되어야 한다는 식의 - 에 기초한 공리주의)입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의 핵심은, 이른바 공리적인 계산에 의하여 이루어진, 대의를 위한 희생이 그 자체로 이득인 것 같지만 동일한 희생의 조건들을 재생산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인데. 목전의 현실은 장기적이기는 커녕, 동지들의 희생이 완료되기도 전에 전체 민족자주, 진보진영을 향하여 희생자들을 내놓으라고 악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지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우리들의 즉각적인 결단은 너무나 자명하고 합리적인 것입니다. 더욱이 앞서 말씀드린 이유에서 당권파 동지들이 저질렀다는 잘못의 양과 질을 알 수 없으나 군사파쇼 잔당이요, 부패한 차떼기 도적들이며 성범죄 집단인 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저지르고 있을 잘못들의 질과 양을 생각해보면 공리주의라는 부르조아 이데올로기조차 고상해보입니다.

    어떤 자들은 검찰의 성급한 개입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막았다고 합니다.

    마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는 듯이 말입니다. 심지어 어떤 자는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민심으로 종북세력들을 단죄하라고 호통쳤습니다. 민족자주, 진보세력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단죄할 민심이란 이미 국가보안법에 의해 억압되고 왜곡된 민심인바, 그 자는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부 인사들의 정치공학에 기초한 분열주의적 태도가 검찰의 섣부른 개입을 부추켰으며 도착적인 국가보안법-민심론이 국가보안법 체제를 온전 강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도 없습니다.

    존경하는 원로 선배님.

    지난 서신에서 저는 위기에 빠진 것은 민족자주, 진보세력이 아니라 미제국주의 전쟁의 무리들과 그 추종자들이라고 말씀드렸는바, 그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 곳 감옥에서 얻을 수 있는 통상적인 자료들만 꼼꼼히 읽어보아도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져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국의 현 상황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수년전에 이미 종전선언을 한 이라크나 최근 아프카니스탄 등지에서 대규모 테러가 터져도 이미 1조 달러를 훌쩍 넘긴 국가재정인데, 국제적 영향력 감소 등으로 인하여 무인 비행기나 가끔 날릴 뿐, 대규모 개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방, 주, 시 정부에 걸쳐 공원관리, 교정행정 심지어 우주개발 업무조차도 민간부문에 위탁하거나 매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잘 알려진 그들의 기본 전략은 한 세기 전 비슷한 몰락의 처지에 있던 영국의 지혜를 본 받아 소위 스마트 외교라는 것을 통하여 지역, 부문별 동맹국들에게 정치적 부담과 비용을 대폭 전가시키며 자신들의 몰락 속도를 최대한 늦춰보자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의 동맹국들 내부에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협조하는 현지 주구세력들의 존재가치는 미국의 몰락 정도에 비례하여 증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얼마전 위키리스크가 폭로하였던 바, 자신의 형이 "뼈속까지 친미"라고 하였던 MB의 급속한 몰락은 미국에게 심각한 문제로 되었을 것이며 더욱이 그들의 주관적 희망과는 달리 북조선의 몰락은 커녕 대를 이은 선군정치 역량의 증대, 남한에서의 민족자주, 진보역량의약진에 직면하여 이명박을 대신할 새로운 현지 주구세력의 조속한 구축이 사활적 문제로 되었을 것입니다. 저들이 처한 정치, 경제, 군사적 위기들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은 바깥동지들이 보다 뛰어난 논의들을 참고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굳이 부연하자면 조중동 문제인데 이들은 본래 그런 놈들이었지만 최근의 광기어린 발악은 별난데가 있습니다. 아마도 잘못 뛰어든 종편사업 때문인 것같습니다. 종합편성 방송 사업자로써 평균적 규모인 수천억원 정도의 자본금이 소진되기 전에 산업적 기반(소구력...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예견되는 상식적 수준의 경영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여, 차기 정권하에서 대규모 증자나 재벌매각 등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신규 방송 사업은 물론이고, 기존의 신문사업마저 위태로워진다니 제2, 제 3의 MB-최시중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사운을 걸고 종북마녀사냥에 발악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저들이 이제 불쌍해 보이기조차 합니다.

    문제는 이들의 위기가 이른바 통진당사태를 거치며 마치 요술처럼 진보세력의 위기로 둔갑하였다는 점입니다. 혹자는 이성의 간지요, 우발성의 유물론...운운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저들이 요술을 피우거나 사변을 늘어놓을 수는 있으나 역사의 객관적 필연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번 일을 성찰과 혁신의 계기로 삼읍시다.

    그런데 민족자주, 진보세력들을 절멸시키려는 저들을 목전에 두고 무조건적인 단결과 투쟁보다 더한 성찰과 혁신을 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단결하고 투쟁합시다!

    우리들 찌른 독화살의 독 성분이 무엇인지 따지기 전에 우선 그것을 뽑아버립시다! 그리고 그것을 본래의 주인, 불가역적인 몰락과 위기의 진정한 주인인 미제국주의 전쟁의 무리들과 그 추종자들에게 돌려주고 자칫 저들에게 넘겨줄 뻔한 소중한 동지들을 지켜냅시다!

    노 원로 선배님들께 무한한 존경의 큰 절을 드리며 부족한 들을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2012. 6. 2. 대전교도소에서 장민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