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혐오증 조성후 의석 과반수 ‘빅 텐트’ 구성..조국 "총선후 선거구 개편과 연동-논의"
  • 좌파 진영은 2012년 총선에서 필승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민란프로젝트 대표, 안철수 교수 등을 내세워 ‘빅 텐트’를 차근차근 만들고 있다. 최근 이들의 2012년 최종 목표가 ‘내각제 개헌’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과 ‘안드로메다’만큼 멀어진 ‘관료주의 정당’들

    좌파 진영은 2009년부터 ‘빅 텐트’를 착착 준비해왔다. 2011년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당선시킨 후 두 달 만에 민주당을 ‘빅 텐트’로 만들어 ‘인수’했다.

    지난 해 12월 16일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인사들이 모여 통합결의를 했다. 통합정당의 이름은 ‘민주통합당’.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등과 문성근-이학영-박용진-김기식 시민통합당 인사들이 기존 민주당을 ‘빅 텐트’로 만들어 삼켜버린 것이다.

  • 민주당은 이미 좌파진영의 '빅텐트' 민주통합당으로 변했다.
    ▲ 민주당은 이미 좌파진영의 '빅텐트' 민주통합당으로 변했다.

    이후 민주당의 ‘주인’이었던 동교동 계열이나 구(舊)민주당 인사들은 이제 ‘주변인’ 취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 실세였던 박지원 前대표도 이른바 '1/n'로 '전락'해, 다른 후보들중의 하나가 되어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잊은 채 우왕좌왕을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외부 인사들을 영입한 ‘비상대책위’를 구성-활동 중이지만 이들은 이미 좌파 진영이 몇 년 동안 써 먹은 수(手)-안티 MB-로 가려는 분위기다. 그 가운데 가장 앞장서는 이가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김종인 前청와대 수석이다. 이들은 '안티MB'를 하면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될 줄 안다. '안티MB'를 외치는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이라서 '안티'를 외치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라서 그런다는 걸 모른다.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들의 경력과 인선배경. 여기에 '99%'는 안 보인다.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들의 경력과 인선배경. 여기에 '99%'는 안 보인다.

    비대위원 중에는 20대인 이준석 씨도 있지만, 그런 ‘엘리트’가 ‘99%’를 자칭하는 시민들의 ‘분노’와 ‘생존’을 얼마나 느끼는지, 설득력을 가진 대안을 내놓을지, 미지수라는 게 중론(衆論)이다.

    ‘여의도’ 외부에서는 이런 양 당을 보며 시민들이 ‘혐오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빅 텐트’ 우산 속에 들어가 버린 민주당과, 위기 속에 갈피를  못잡고 있는 한나라당의 비대위를 보며, ‘관료주의에 물든 정당의 한계'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여의도 논리’가 지배하는 조직이다. 당직자는 의원의 당선유무와 관계없이 자리가 보장돼 있고, 보좌관과 비서관 채용은 의원, 당직자와의 친소(親疎) 관계-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 시절 운동권 생활을 했거나 ‘정치적 스펙’을 잘 쌓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여의도’는 그들만의 논리로 짜여진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 민주당은 민통당으로 변한 뒤 줄기차게 '대통령 측근비리'를 외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 문제 등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 민주당은 민통당으로 변한 뒤 줄기차게 '대통령 측근비리'를 외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 문제 등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문제는 이런 ‘생태계’에서 활동하다 보면 ‘현실감각’이 크게 무디어 진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부터 정치인들과 함께 ‘갑(甲)’으로 접대 받으며, 장-차관 등 우리 사회의 지배 엘리트들을 우습게 알면서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이 ‘생존’에 목매는 시민들의 사정을 알리 만무하다. 그러다 보니 ‘서민대책’이라는 건 실제 서민과는 동떨어진 것만 나오고, 기업인은 자기들이 만난 사람들밖에 떠오르지 않으니, 모두 ‘로비스트’ 아니면 ‘도둑놈’이라는 시각을 갖게 된다.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들도 ‘정부의 개입’ 외에는 없는 것이다.

    이런 ‘여의도식 논리’에 함몰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0년 넘게 ‘현실’을 외면하면서, 결국 시민들과는 시쳇말로 ‘안드로메다’와 지구의 거리만큼 멀어지게 된 것이다.

    2011년과 2012년 국민 정서와 좌파 전략

    2011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존’과 ‘분노’다. 기성언론들은 시민들의 ‘생존’과 ‘분노’에 대해 취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늘 ‘대기업’과 ‘정치인, 교수’만 쳐다보던 ‘기득권 데스크’에게 서민 생활은 ‘연말연시용 구경거리’일 뿐 자신들의 일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성언론들은 시민들의 ‘분노’라도 보도하려 했지만, ‘광고’ 등 갖가지 이해관계가 걸려 한계를 드러냈다.

    ‘관료주의 조직’이 된 정당과 ‘구름 위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그 틈을 좌파 진영이 치고 들어왔다. 2008년 중국인의 서울폭동과 광우병 촛불난동 이후 ‘이명박 대통령 씹기’가 ‘유행’이 되어버린 상황이었기에 좌파 진영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 '빅텐트' 전략의 핵심인사들. 좌파 진영의 '빅텐트' 전략과 '나꼼수'의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 '빅텐트' 전략의 핵심인사들. 좌파 진영의 '빅텐트' 전략과 '나꼼수'의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좌파 진영은 ‘나꼼수’와 ‘나꼽사리’ 등 ‘재미있는 유사언론’을 통해 ‘음모론’을 내놓으며 시민들을 즐겁게 해줬다. 이들의 ‘주장’을 듣는 시민들은 ‘유사언론’이 목적을 가진 선전-선동 매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권력층의 비리’를 들으며 희희낙락했다. 그런데 이게 ‘그랜드 플랜’을 위한 좌파 진영의 ‘꼼수’였다.

    ‘나꼼수’ 측은 12월 초, 자신들에게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라는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지난 12월 26일 문성근-김정길과 함께 내년 총선 때 부산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대선에 출마하려 했다면 총선 출마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나꼼수’나 그 팬들, 민주통합당을 차지한 세력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좌파 진영은 2009년 하반기부터 ‘빅 텐트’ 전략을 기초로 좌파 대통합과 함께 2012 총선 과반수 차지, 2017년 대선 승리를 목표로 내세웠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철수 교수를 끌어들이면서 여론에 큰 변화가 있었다. 시민들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라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보다 안철수 교수를 더 지지한 것이다.

    여기에 희망을 얻은 좌파 진영은 2012년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선 승리에 큰 희망을 걸지는 않은 것은 그대로다. ‘빅 게임’에서 뛸 ‘플레이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 ‘빅 게임’을 대선에서 총선으로 바꾸려는 좌파

    좌파 진영도 지난 15년 동안의 정치․관료생활을 거치면서 ‘파워게임’을 경험했다. 그들 또한 ‘대선’이라는 ‘빅 게임’은 단순한 인물이나 정책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빅 텐트 전략’을 내놓으면서 ‘2012 총선 승리, 2017 대선 승리’를 내세웠던 것이다.

  • 박원순 서울 시장 당선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 교수다. 안철수 교수는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지만 좌파 진영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 박원순 서울 시장 당선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 교수다. 안철수 교수는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지만 좌파 진영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의 등장, 박원순 시장의 당선, 그리고 ‘나꼼수’의 기대하지 못한 선전 등 호재가 연이어 벌어지자, 그들은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2005년 10월 ‘민주평화세력 대통합’의 실패를 잊지 않기에, ‘전술’의 일부 변화가 시도되기 시작했다.

    좌파 진영은 2012년 총선을 대선보다 더 큰 게임으로 만들려 시도하고 있다. 바로 ‘개헌’을 위한 국회 의석 차지다. 좌파 진영의 계산에 총선에서 좌파 통합정당이 의석 40%를 차지하고, 무소속 의원들이 15% 이상을 차지하면 ‘개헌’은 해볼 만한 ‘게임’이 된다.

    반면 대선의 경우 좌파 통합정당에서 내심 내세우고 싶은 인물은 '동지'인 친노(親盧)진영의 문재인 이사장이나 한명숙 前총리 등이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는 대선 검증과정에서 처절하게 ‘깨질’ 우려가 높다. '동지'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칫하면 박근혜 위원장을 돕는 꼴이 된다. 싸울 때는 ‘이기는 게임’에 집중해야지 ‘지는 게임’에 ‘올인’하는 건 위험하다.

    한편, 한나라당은 전략도 전술도 없어 보인다. 그저 박근혜 비대위원장만 믿고 ‘영남=한나라당, 호남=민주당’이라는 ‘여의도식 구도’를 그대로 밀고 갈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호남에서는 ‘호남=민주당’이라는 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충남과 경남에서도 마찬가지다.

    2011년 저축은행 비리사태, 대통령 측근비리,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 일어나는데도 무관심한 정치인과 정부를 보면서, 시민들도 자신들의 '분노'나 '생존'에 무관심한 '기성 정치인'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前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문 이사장과 한 전총리는 2012년 총선에서 좌파진영이 가장 집중적으로 밀어줄 사람들이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前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문 이사장과 한 전총리는 2012년 총선에서 좌파진영이 가장 집중적으로 밀어줄 사람들이다.

    만약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좌파 진영이 서울과 경기, 영남에서 무소속 의원들의 당선을 돕는 한편, 호남에서는 ‘진보 단일후보’를 내세우면 예상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뻔한 공약’만 내놓은 한나라당은 소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국회 의석의 55~60%를 차지한 민주통합당-무소속 의원 간의 연대가 ‘내각제-대통령 연임제 개헌’을 주장할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할까. ‘여의도 논리’를 잘 아는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선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내각제-대통령 연임제 개헌’은 좌파 입장에서도 좋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한 자리’씩 했던 사람보다 못했던 사람이 더 많은데, 선거가 많아진다는 건 ‘정계진출의 기회’가 더 커짐을 의미한다. 여기다 ‘내각제 개헌’이 되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취임과 함께 ‘식물정권’으로 전락케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좌파 진영도 2012년 4월 총선 직후 대선 전에 '개헌'을 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기존 정치인들이 섞여 있을 상황에서 '개헌'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실제 좌파진영의 전략가인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2011년 1월 17일자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에 당장 개헌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해찬 前총리의 의견에 동감하며 "2012년 4월 선거 이후 선거구제 개편과 연동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조 교수의 말처럼 2012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지는 미지수다. 총선을 치르면서 불안함을 느낀 한나라당-보수성향 의원들은 좌파 진영의 '선거구제 개편'에 반대하지 않을 경우 2013년부터 더 큰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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