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민주당 "대기업 제외" vs 고용부 "대기업 포함"직원·노조가 고소·고발 땐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도
  •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 참석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 참석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정·청이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 근무제) 연착륙을 위해 6개월 계도기간 동안 법 위반 사업주의 처벌을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대상과 실효성을 놓고 엇박자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제도 시행(7월1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처벌 유예 대상에 중견·중소기업만 포함되고 대기업은 들어가지 않는지를 두고 여당과 정부가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계도기간이라도 직원 및 노동조합이 고소·고발을 하면 법을 어긴 사업장 대표의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사업주 범위 어디까지…정의당 "당·정·청 태만 아니냐"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홍영표 원내대표의 '민생경제 살리기 정책 행보'를 알렸다. 지방정부, 노동 단체, 경영계 단체들과 연속 간담회를 실시해 직원 수 300인 이상 기업 노동시간 단축 등 현안을 챙기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목적이 사업주를 범법자로 만들어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지도를 통해 사업주가 노동시간 단축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조금 더 보장했다"며 "민주당과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의지와는 달리, 주 52시간제 속도 조절 계도기간(7월1일~12월31일)을 두고 적용 대상 기업이 불명확한 의견을 드러내 정부와 혼선을 빚는 모양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도 처벌 유예 대상인지를 놓고 여당과 정부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21일 "시행 열흘을 앞두고 갑자기 계도기간을 꺼낸 것은 정부가 법 시행 준비를 태만히 했다는 것을 보여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가 끝난 뒤 "처벌 유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대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32개)에 포함된 대기업들은 처벌 유예 대상에서 빠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판단은 다르다. 계도기간 처벌 유예 대상에 대기업이 빠지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대기업은 주 52시간제를 시행할 여건이 충분히 마련됐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이 주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뜻을 전하다보니 의미가 와전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 당정 혼선에 기업 직원들, '고소·고발'로 사측 압박할 수도

    당·정·청이 근로시간 단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산업계의 불만이 나오자 기업들 사이에선 '교통정리'도 제대로 못한 채 성급하게 보완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많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경제 효과 연구는 물론 업종·근로 형태별 기준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근로감독 과정에서 근로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근무형태(교대제) 개편이나 인력 충원 등의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계도기간과는 별도로 최장 6개월(1차 3개월, 2차 3개월)의 시정기간을 기업에 주기로 했다. 

    계도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법 위반 사업주 처벌은 최장 내년 6월까지 유예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당 최장 52시간 근무를 어길 시 사업주가 최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직원 및 노조가 고소·고발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근로감독관이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뒤 결과를 검찰에 넘기게 된다. 계도기간이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고소·고발을 당한 사업주의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선 노조가 고소·고발을 사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혼선과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가 제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처벌을 한시적으로 미룬다고 인건비 부담 증가와 연구개발 및 해외 수주 경쟁력 약화 등 본질적인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2주(기본) 또는 3개월(노사 합의 시)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최장 1년으로 늘리고 '인가연장근로제'(예외적인 연장근로 허용)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대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