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데일리 로고

여론조사 적중… '안보 역풍' 없었다

'샤이 보수층' 단일화 논의조차 실패한 지리멸렬한 야권에 등 돌린 듯

오창균 기자 | 2018-06-13 20:58:1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알맹이 없는 '빈손' 회담이었지만 그 파급력은 상당했다.

지방선거 당일인 13일 신문 지면은 미북 회담으로 뒤덮였다. 국민들의 삶을 판가름할 정책(政策) 이슈는 한 귀퉁이로 밀렸다. 선거 전날까지도 국민들은 그저 도널드 트럼프 미(美)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미북(美北) 회담은 지방선거에 쏠려야 할 유권자의 관심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 한반도 초유의 위기, 그래도 '1번 찍자'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에게 '한미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선물을 안겨줬다. 

미북 회담에서 도출된 성명은 역대 북핵(北核) 관련 합의 중 가장 짧았다. 미국 의회와 국방부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나왔다. CNN을 비롯한 미국의 정통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너무 중요한 것을 양보했다"고 분석했다. 

회담 다음날 남북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북한은 "트럼프가 한미훈련 중지 의향을 밝혔다"며 화색을 띄었다. 반면 한국은 "안보 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러한 속사정을 모르는 유권자들은 '평화(平和)' 구호만 외치던 기존의 기류를 따라 성큼 1번을 선택했다. 결국 신북풍(新北風)에 이끌려온 지방선거는 별다른 이변없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그 결과 광역·기초단체장 선거는 파란 물결이었다.

◆ "미북 회담 실패시 야당 유리" 예상 빗나가

전문가들의 전망도 크게 빗나갔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회담이 민심(民心)을 흔들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북 회담 결과에 따라 여야의 유불리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만약 미북 회담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야당이 선거에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었다. 특히 경기·인천·강원 등 북한과 인접한 지역은 미북회담 결과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13일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제치고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TK) 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큰 승리를 거두게 됐다.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선거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얼굴을 맞대는 장면만 기억하는 유권자들의 선택은 1번이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내외가 13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6.13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 후 만세를 하고 있다. (경기 수원=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文정부 중간 평가? 트럼프만 기억하는 선거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평가도 애매해졌다.

6.13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국단위 선거였다. 출범 2년차를 맞이하는 문재인 정부를 평가한다는 성격이 짙었다. 사실 1995년 이후 여섯 차례 치러진 역대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 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미북 회담이라는 광풍(狂風)이 불어닥친 탓인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는 어디론가 실종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었다. 한국의 국가부채는 사실상 2,000조원에 육박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경제가 파탄 직전에 놓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아젠다인 '소득주도 성장론'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대로라면 IMF 위기보다 심각한 국가부도를 맞게 된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 의식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신경전 속에서 별다른 소득을 건지지 못한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거액의 청구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바램대로 미국과 북한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됐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한미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라는 안보 리스크였다. "무서워서 이민을 가야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여권 압승·야권 전멸 사실상 예견된 수순

'드루킹 특검', '김부선 논란'과 같은 돌발 이슈가 이따금씩 정치권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선거 판세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은폐형 부동층'으로 불리는 이른바 '샤이 보수'는 단일화 논의조차 실패한 야권의 지리멸렬한 행태에 혀를 내두르며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수를 불태우고 100년 가는 정권을 세우겠다'는 친문(親文) 세력은 서로 투표를 독려하며 여권이 유리하도록 선거 분위기를 띄웠다. 온라인에서는 1번을 찍은 인증샷이 넘쳐났다. 결과적으로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여권의 압승, 야권의 전멸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미북 회담을 두고 양국이 오랜 기간 기싸움을 벌이다 정한 날짜가 하필 지방선거 전날인 12일이다. 회담 날짜가 잡히자 야당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평화를 가져올 회담을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세기의 회담에 온통 이목이 집중됐다. 공세를 보이던 야당은 오히려 수세 국면에 빠졌다. 야권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 130석 육박한 더불어민주당, 날개 달았다 

재·보궐선거 역시 여권의 싹쓸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1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대부분 승리하면서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만약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에서 승리를 확정지을 경우 현재 118석에서 129석으로 의석수가 늘어난다. 현재 6석 차이가 나는 한국당(112석)과 최대 17석까지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과반은 넘지 못하지만 확실한 원내 1당이 유력하다. 여기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14석, 평화당에 동조하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3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좌파 진영 무소속 4석을 포함하면, 산술적으로 157석까지 확대될 수 있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143석을 크게 앞서게 돼, 향후 국정 운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공유하기

오늘의 칼럼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