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은 철새들 공천하지 말길

     월간조선 뉴스 룸에 실린 권세진 기자의 기사를 읽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새누리당 공천으로 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됐던 친구들이
    요즘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공천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선거철이면 항상 있는 철새들의 대이동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정치 바닥의 천박성에 혐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와 선거는 물론 반대의 여지가 없는 선(善)으로 정착해 있다.
    그러나 천사가 타락하면 마귀(devil)가 되듯, 민주주의가 타락하면 협잡(挾雜) 정치가 된다.
    협잡에는 여러 유형이 있겠으나 이 경우는 “어떤 일관된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벼슬을 한다”가 아니라
    “벼슬을 얻기 위해선 원칙이고 나발이고 없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겠다”는 타입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선출직을 한 번 하면 그것 외는 다 직업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그걸 다시 한 번 하기 위해선 얼굴에 철판 깔고 대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론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당연히 더 불어났을 것이다.
    그 직업이 그리도 좋다는 소문이 났는지, 이번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서도 정말 감도 안 되는 지망생들이 너도 나도 공천해달라고 몰려든다는 소문도 있다. 공천에서 배제되면 그 길로 탈당을 하고 다른 데로 눈을 돌린다고도 한다.

     정당들이 공천기준을 엄정하게 정해야 한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건달, 얌체, 무식꾼, 함량미달들일랑 칼로 무 베듯 잘라버려야 한다. 그러나 정당들이 이미 먼저 타락해 있으면 그 방법도 소용없을 터, 결국 민주주의는 일정한 정도의 협잡은 항상 끼고 다닐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이미 좌-우를 막론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변질했다.
    지적(知的) 엘리트 리더십이 붕괴하고 포퓰리즘 기술에 숙달한 잡상인들이 제도정치권 충원(充員) 시장과 과정을 장악했다. 이런 타락한 민주주의로는 로마제국도 망할 것이다. 그렇다고 플라톤이 말한 철인(哲人) 정치도 불가능하다. 있더라도 또 다른 독재의 방패박이로 그 역시 타락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이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성숙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기다려봤자 그땐 이미 날 새겠지만. 별것 아닌 이 세상 그냥저냥 적당히 살다가 죽지 뭘...

     어쨌든 그러나-민중당이 어떤 정당인지 잘 모르겠으나 그 당이 이런 논평을 냈다고 권세진 기자는 인용하고 있다. "지금 곳곳에서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정치했던 인물들이 민주당에 들어가려고 기웃거리고 그중 많은 인물이 민주당에 입당했다"며 "민주당은 적폐철새의 도래지가 되려고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이런 인용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도 당선가능성만 보고 기준 없이 입당을 받아들인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일고 있다"며 "성실하게 지역에서 선거를 준비해 온 예비후보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말인즉 옳지 않은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4/19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