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일각 "탄핵이 실용주의 재 뿌린다" 李에 전달핵심 정책-외교 정체성 수정 중에 탄핵 불가 의견이재명도 사실상 수긍 … 친문 공세 빌미 우려도친명계가 탄핵 목소리 높이고 李가 만류"대권주자 풍모 보이며 당 통합 목소리에도 부합"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쏟아냈지만 정작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탄핵 카드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계속되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재를 뿌릴 가능성이 농후한 데다 친문(친문재인)계가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시작하면서 괜한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최상목이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마은혁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지 않는다면 이는 내란 공범이라는 결정적 확증"이라며 "이번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비상한 결단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민주당 경고는 허언으로 그친 적 없다. 국민도 민주당의 불가피한 결단을 혜량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로 예정된 마 재판관 후보자 임명 관련 권한쟁의 심판과 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연기했다.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낸 권한쟁의 심판의 변론을 오는 10일 재개하고, 김정환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 심판 선고는 무기한 연기했다. 민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최 권한대행을 압박해 왔던 선고가 미뤄진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최 권한대행을 향해 '비상한 결단'을 거론하며 엄포를 놨지만 당내 친명(친이재명) 중진 의원들은 탄핵 카드를 내려놓을 것을 이 대표에 권하고 있다. 최근 이 대표가 '흑묘백묘론'을 내세우며 실용주의 노선을 주창한 가운데 탄핵 카드가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에 "지금 이 대표는 정체성까지 양보하며 외연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 탄핵은 무리수 중의 무리수"라며 "많은 의원께서 이 대표를 위해 지금은 인내의 시간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고 이 대표도 사실상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핵심 가치를 일단 뒤로 미루겠다고 공식화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밀어붙인 지역화폐를 통한 전 국민 민생지원금 지급과 핵심 정책 브랜드인 기본사회(기본소득·기본주거·기본금융)도 무리해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그는 변심한 이유로 분배보단 성장을 우선할 시기를 내세웠다.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도 양보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이 3일 개최한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이 대표는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하면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고 밝혔다. 핵심 우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우클릭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외교 방향에도 변화를 줬다. 친중 성향을 보인 이 대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일본과 친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일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지정학적 현실을 감안할 때 일본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기에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2023년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문제 삼으며 반일 몰이를 했던 모습과 상반된다.

    이런 모습은 최근 민주당과 이 대표의 지지율 정체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견해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2월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지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2월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지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실용주의로 노선을 튼 것과 함께 최근 재개된 친문계의 공세는 최 권한대행의 탄핵 미련을 버려야 할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필두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은 연일 '이재명의 민주당'을 향해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가 문 전 대통령과 친문 인사들에게 사과할 점을 사과하고 통합에 나서라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임 전 실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선 평가를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지 못했다"며 "곧바로 두 달 뒤에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에 출마했고 다시 두 달 뒤에 당대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떠넘겨졌고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부 탓을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명계는 이를 사실상 협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기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 일정 득표가 가능한 친문계가 이를 빌미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고 본다. 친명계 사이에서도 통합을 명분으로 한 친문계의 도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 탄핵은 친문계 인사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후 강경 일변도 현안 대응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를 압박했던 이들에게 또 한 번의 탄핵은 또 다른 공격 소재다. 

    친명계가 강력하게 최 권한대행의 탄핵을 주장하고 이 대표가 이를 만류하며 대권 유력 주자의 풍모를 보여주는 것이 민주당 내에서 나오는 유력한 '최상목 처리안'이다. 각자 역할극을 통해 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원내 전략상 (상대를 압박해야 하는) 박 원내대표의 포지션이 있고 또 종합적인 정국을 진단하고 판단하는 결단은 결국 이 대표의 몫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