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건희특검법 해법 없어 고심與 이탈 요원 … 상설특검 우회도 막막尹-韓 갈등 봉합에 한동훈 비난만 쏟아내"공격수만 있고 협상가 없으니 韓 욕만"
  •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성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성진 기자
    김건희특검법 통과를 위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분열 조짐이 보이던 여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기점으로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눈높이, 민심 운운하던 한 대표가 길을 잃고 역주행하고 있다"며 "참으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하고 뻔뻔한 태도다. 거짓말과 잔머리로는 차고 넘치는 김 여사의 불법과 국정 농단 의혹, 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 진실을 가리지도 덮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거듭 밝힌다"며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이 민심을 따를 생각이 있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 말고 진지하게 특검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대폭 수정된 김건희특검법 수정안을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수정안은 13가지에 달하는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명태균 씨 국정 농단 의혹 등으로 줄였다. 특히 여당의 반대 명분이던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을 야당이 아닌 제3자 추천으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성에 차지 않더라도 김건희 특검을 일단 현실화하고 보자는 절실함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여당 내 한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김건희특검법에 찬성하는 범야권 의석은 모두 끌어모아도 192석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돌파하려면 8석이 모자란다.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여당은 요지부동이다.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이후 여당 분위기는 오름세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불리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난번에는 대통령이 사실 약간 고집을 부리고 있던 상황이었고 지금은 한 대표의 5대 요구 사항을 사실상 대부분 다 수용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가 요구한 윤 대통령 사과, 특별감찰관 도입,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소명 등이 모두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가 회복될 조짐마저 보이면서 국민의힘이 김건희특검법에 찬성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친한계와 친윤(친윤석열)계를 막론하고 수정된 김건희특검법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가의 보도라 여기는 김건희특검법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자 민주당은 답답한 속내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정점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카드로 특검법을 생각하고 있다.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들이 특검을 통해 지속적으로 브리핑되고, 여기에 언론에서 의혹을 보도해 여론을 띄우면 윤 대통령 퇴진 열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및 소속 의원들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과 명태균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및 소속 의원들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과 명태균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상설특검 우회로를 통해 특검을 추진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야당은 지난 10월 김건희 상설특검 카드를 꺼내 들고 여당을 압박했다. 이미 법률로 정해져 있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설특검법을 통해 김건희 특검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특검 후보 추천 방식도 바꿀 기세다. 상설특검은 특별검사추천위원회를 통해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추천위에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과 국회 추천 4명(1·2 원내교섭단체 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대로 김건희 특검이 가동되면 친여 성향의 추천위원이 다수가 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국민의힘 추천 위원 2명을 합하면 7명 중 4명이 여당색 인사가 된다. 추천위는 2명의 후보를 과반 의결로 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된다. 

    민주당은 '추천위 판'을 바꾸고자 지난달 7일 국회 규칙 개정에 나섰다. 대통령과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는 여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개정해 여당 추천을 배제하겠다는 구상이다. 해당 규칙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민주당이 밀어붙여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상설특검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해당 규칙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할 예정이다. 상설특검이 규정한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논리다. 개정안이 헌재로 가면 판단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민주당의 뜻대로 규칙이 개정돼 야당에 유리한 인사가 후보로 추천되더라도 탄탄대로는 아니다. 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별도로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민주당 내에서는 답답함이 크다. 별다른 방법이 없어 한 대표만 바라보는 듯한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전략적으로 여당 의원들에게 접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여당과 접촉해 설득을 끌어낼 만한 '호감형 의원'도 없다는 것이 당내 전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건희특검법을 현실로 만들려면 결국 여당 의원들을 끌어와야 하는데, 지금 그런 정치력을 가진 인물이 우리 당에 있느냐"면서 "공격수만 많고 협상가가 없으니 남은 건 규탄대회와 한 대표를 욕하는 일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