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김무성 대립 끝엔 탄핵·정권교체"윤·한 갈등, 2016년 탄핵 전야처럼 흘러가""野 대표로부터 응원받는 與 대표, 정상 아냐"
  •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7월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7월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커지면서 여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원팀'으로 선거를 치러 집권에 성공했지만 정치적 분쟁을 빚은 두 사람에게 돌아온 것은 탄핵과 정계 은퇴, 정권 교체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윤·한 갈등의 불씨가 정권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야처럼 흘러가고 있다"며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지키기는커녕 사실상 축출한 세력은 정계 은퇴당했고 당과 나라는 또 어떻게 됐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한 대표를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사실상 앞장선 것으로 지적받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선택에 빗댄 것이다.

    한때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으로 불렸던 김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철도 노조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두고 박 전 대통령과 이견을 표출하다 이원집정 내각책임제 주장, 과거 수도 이전 건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등 돌린 박세일 전 의원 여의도연구소장 영입 시도, '옥새 파동' 공천 갈등 등 문제로 끊임없이 당·청(청와대) 갈등을 빚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당시에는 당내 찬성표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수 진영에서 '배신'의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새누리당 격파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총공세를 펼쳤던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현 민주당 의원)는 "(김 전 대표가) '형님, (당내 탄핵 찬성) 40표 됐습니다"라고 알린 뒤 탄핵소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의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추진 과정에서 김 전 대표와 회동한 것에 대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 순간"이라고 자평했다.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표가 정부 임기 내내 반목하다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탄핵으로 간 상황은 현재 정치적 갈림길에 서 있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이 국민의힘 인사들의 견해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맨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뉴시스(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맨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뉴시스(대통령실 제공)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됐고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당 비상대책위원장에도 낙점됐다. 윤 대통령의 '황태자'로도 불렸던 한 대표는 김 전 대표와 같이 '미래 권력'으로 통하고 있다. 한 대표는 그러나 총선 전부터 공천과 김건희 여사 논란 처리 방식 등을 두고 충돌한 이후 윤 대통령과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특별감찰관 도입 추진 등 김 여사 논란 처리 방안을 서두르려는 한 대표의 움직임이 결국 야권의 탄핵 공세를 더 부채질한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다음 달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김 여사 규탄 장외집회를 계획하는 등 사실상 대통령 탄핵 정국을 조성하는 데 당력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제안하고 한 대표가 받아들인 두 번째 여야대표회담에서는 김 여사 특검법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야권이 또다시 특검법을 강행할 경우 당내 이탈표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표와 친한계가 화살의 방향을 내부로 겨누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5선 중진 김기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1심 판결을 앞둔 이 대표와 민주당"이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 이 대표와 민주당과 맞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저들을 이롭게 하는 내부 패권 다툼은 해당 행위"라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우리 당대표가 야당 대표로부터 응원 화이팅을 받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재 윤·한 갈등과 유사한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표의 갈등은 결국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는 결과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김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친박(친박근혜) 세력과 갈등을 빚다 점차 유력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김 전 대표는 또한 탄핵 이후에는 정치적으로 재기하지 못한 채 현재까지 재야에 머물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4·10 총선을 앞둔 올 1월 자신의 지역구 부산 중·영도 7선에 출마했지만 한 달 만에 도전장을 철회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자당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장미 대선'을 치른 뒤 문 전 대통령에 정권을 내줘야 했다. 또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하는 등 8년의 세월 동안 연이은 총선 참패로 소수당으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