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입 리스크' 여의도 강타 … 野엔 공세 빌미韓 불신 커지는 與 … "밤새 투쟁했던 당 전체를 모욕""신중하지 못해 죄송" … 韓 사과했지만 당 분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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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한동훈 당 대표 후보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 후보가 이른바 패스트트랙 폭로로 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당 안팎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1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안팎에서는 전날 한 후보가 방송 토론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나경원 당 대표 후보를 향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로 공격한 데 대해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며 분개했고, 복수의 당 관계자는 "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우리 모두의 피와 땀을 전혀 모르고 있다"라며 비판했다.한 후보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생중계된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본인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 후보는 나 후보와 토론하는 과정에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죠.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은 2019년 당시 집권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밀어붙이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태다. 이 사건으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나 후보를 포함한 여야 의원이 무더기로 기소됐다.한 후보의 발언에 당권주자들은 물론 당 안팎에서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당에서 삭발투쟁을 감행했던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신이 문재인 정권 하에서 화양연화(花樣年華)의 검사 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좌파의 독재의회 폭거였고 부당하게 이뤄진 기소에 대해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당시 우리 당 원내대표이던 나경원 의원이 선봉에 서서 저항권을 행사했고, 우리 당 의원들과 보좌진들도 위헌적 법률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며 "결국 민주당 측의 고발에 의해 우리 당 국회의원 24명과 보좌진 3명이 정치 재판을 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폭주하는 민주당의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 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 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후보를 향해 "형사 사건 청탁 프레임을 들고 나왔는데 이것은 청탁이 아니다"라며 "당시 우리 당의 모든 의원이 나섰지만 재판은 일부 의원만 받고 있다. 즉, 전체 의원을 대신해 희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우리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 내 선거에서 후펴바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
- ▲ 2019년 4월 26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의원과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명 '빠루'를 들어 보이고 있다. 나 당시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반대입장을 거듭 밝히고 강경 투쟁 입장을 밝혔다.ⓒ뉴시스
나 후보도 전날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와 관련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세우는 차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었다"고 반발했고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도 "무차별 총기난사"라며 나 후보의 비판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한 후보의 '공소 취소 청탁' 발언이 야권의 공세에 빌미를 줬다는 점도 논란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한 후보의 주장을 새로운 공세 지점으로 전환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반드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히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했다.비판이 거세지자 한 후보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한 후보는 전날까지 "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검증이고 제가 얘기하는 것은 내부총질"이라며 "적반하장"이라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그러나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당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한 후보는 이날 서울시의회 간담회를 가진 뒤 취재진과 만나 사과한 이유에 대해 "조건 없이 사과한다"면서도 "나 후보가 저한테 '법무부장관 때 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구속 못했냐'고 해서 설명드리는 과정에서 설명하는 과정서 예시로서 든 건데 저도 말하고 아차했다"고 해명했다.하지만 한 후보의 사과에도 당에서는 여전히 날 선 반응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때 의원들은 물론 보좌진들까지 민주당의 폭거를 막기 위해 밤새 몸싸움을 했던 처절한 기억이 있다"면서 "그때 일로 검찰조사를 받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데 어딜 말을 함부로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원, 당직자, 보좌진 등 우리 당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며 "한 후보는 당시 투쟁했던 우리 당 모두에게 직접 사과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